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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련 Feb 06. 2023

“여보, 브런치에 올린 내 글 좀 읽어줘.”


내가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남편 덕분이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세상물정엔 눈이 어두운 내게

남편은 참 많은 걸 알고 있고 많은 걸 알려주는 사람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여보, 브런치라는 앱이 있는데,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야~ 글 잘 쓰시는 분들이 많더라~ 여보도 하면 잘할 거 같아~시간 날 때, 한 번 봐봐” 라며 은연중에 말을 건넸다. 내가 워낙 외골수에 누군가 강요하는 것 같으면 절대 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남편은 나에게 무엇인가 제안할 때, 항상 지나가는 말로 넌지시 나에게 알려주었다.


처음에 들었을 땐, 잘 모르기도 하고 사실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지내다가 몇 달 후, 남편이 본인의 핸드폰에 다운로드하여 놓은 브런치 앱을 보여주며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님들의 글을 보여줬다. 브런치앱을 보는 순간, ‘우와.. 이런 신세계가 있었어?’ 눈이 번쩍 뜨였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마구 일었다. 그래서 바로 브런치 앱을 다운로드하고 어떻게 하면 브런치에서 작가가 될 수 있는지 알아봤다.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고 노력해서 브런치의 작가가 되었을 때, 누구보다 가장 많은 축하를 해주고 격려해 준 사람도 남편이었다.


처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땐, 너무 기뻐서 이제 나도 작가라는 들뜬 마음과 설렘으로 글을 잘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의 마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는 것과 내가 부족한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글을 쓸수록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브런치의 작가가 되었다는 말도 기쁘게 표현할 수 없었다.


내 브런치의 첫 구독자도 남편이었다. 내가 글을 올리면 남편이 가장 먼저 읽어주었다. 책 읽는 건 참 좋아하는 나지만, 글을 쓴다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에 서툰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참 부끄러웠다. 하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올린다는 건 나 혼자만의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글을 올리고 나면 바로 집에 온 남편에게 글을 읽고 피드백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부끄럽지만 조금씩 노력해서 나아지고 싶었고 그러려면 내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남편은 충분히 그 역할을 감당해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내 생각이 정확히 맞았던 걸까. 남편은 집에 오면 내 글을 읽고 바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여보~ 글 잘 썼네. 잘했어. 그런데 글이 좀 길다. 글이 길면 읽다가 중간에 잘 안 읽게 되는 거 같아. 글자 수를 좀 조절하면 좋을 거 같아 “

 

처음엔 그런 남편의 피드백이 너무 고마웠다.

내 글을 진심으로 읽어주고 내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부분을 남편이 얘기해 주면 바로 다음에 글을 쓸 때 반영하면 되니깐. 그러나 기쁨도 잠시. 글을 올리면 올릴수록 남편의 피드백도 더 많아지긴 했다.


“여보, 이번 글은 잘 썼는데~ 여보 글은 너무 여보 내면의 이야기가 많은 거 같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로 글을 써도 좋을 거 같아.”

“여보, 이번 글은 갑자기 중간에 끊긴 느낌이다. 글은 잘 쓰긴 했어. “


사실 내가 글을 올리면서도 이건 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도 시간을 더 지체하면 고민하다가 못 올릴 거 같아서 올리는 경우도 많았다. 남편은 아주 정확하게 그 부분들을 얘기해 주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점점 많아지는 피드백이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브런치의 작가로 선정은 되었지만, 나 스스로 인정하는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었기에. 내가 원해서 받는 피드백이지만 뭔가 계속 지적당하는 느낌이 드니 미묘하게 마음이 불편해졌다. 머리로는 맞는 말이라는 걸 알아서 너무 고맙지만, 마음은 그대로를 받아 들기 힘들었던 거 같다.


처음엔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면 남편이 바빠서 못 읽더라도 꼭 읽어달라고 계속 부탁을 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남편에게 글을 읽어 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남편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주면 고마웠고, 그 후론 내가 내 글이 어땠냐고 굳이 물어보지 않았기에 남편의 피드백을 들을 시간이 없었다.


어차피 내가 하고 싶어서, 좋아서 쓰는 글이고 꾸준히 쓰면 나아질 거라 믿었기에 포기하지 말자고 혼자 다짐했다.


며칠 전에도 여느 날과 비슷하게 글을 쓰고 브런치에 올렸는데 남편이 퇴근시간에 읽었는지 라이킷을 눌러줬다. 고마웠다. 부족한 글도 이렇게 항상 꼭 읽어주고 내 글이 꼭 좋지 않더라도 라이킷을 눌러주는 남편. 그날따라 유독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집에 온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잠시 쉬는데 남편이 먼저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에 대해 말을 했다.

사실 항상 브런치 글 얘기는 내가 꺼냈기에 이번에 남편이 먼저 말을 하니 내심 좋으면서도 또 한편에선 피드백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근데 남편이 “여보~ 퇴근하고 오는 길에 여보가 쓴 글을 읽었는데 좋더라. 잘했어. 이제 내가 피드백할 건 없는 거 같아. 여보가 꾸준히 하면 될 거 같아 “ 그 말을 듣고 그 뒤에 더 말이 있을 거 같았는데 없었다. 남편은 항상 내가 실망할까 봐 “여보 잘했어”라는 칭찬 다음에 피드백을 했던걸 알기 때문이다. 근데 이번엔 저렇게 말하고 그 이후에 더 말은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선, 남편이 내가 좀 실망하는 거 같으니 말을 아끼는 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렇게 대화 후 잠자리에 누웠는데, 남편이 옆에서 내가 잠들려고 하는데 조용한 말로 말하는 걸 들었다.


“글을 쓰는 여보가 참 좋아”


잠들기 직전이어서 비몽 사몽 그 얘기를 듣고 대답도 못하고 나는 바로 잠들었던 거 같다.

남편의 그 한마디가 자는 동안에도 귓가에 맴돌아 마음이 참 따뜻하고 행복했다.


글 쓰는 걸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해보자고 다시 한번 또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해주고 싶다.



”여보, 진심으로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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