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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련 Jan 30. 2023

명절을 보내고 나서,

항상 후회하는 것들.


어김없이 이번 명절이 지난 후에도 나는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가족들을 대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겉으로 나는 그래도 첫째로서 도리를 다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가 그렇게 괜찮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밝게 웃으며 친절한 부분이 있는 모습도 나이지만, 또 한 편으론 어둡고 결핍 가득한 모습을 꽤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것을.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속 깊이 채워지지 않았던 부분이 건드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땐, 억울한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그럴 때면 나는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시야와 마음이 좁아지는 것 같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티를 낼 정도로 컨트롤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혼자 애쓰며 호흡을 가다듬는 시간을 참 많이 갖곤 한다.



명절을 보내고 나서, 후회하는 것



1. 엄마에게 좀 더 상냥하고 친절하게 말하지 못한 것.


엄마가 겪어 온 삶을 알기에 엄마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과 답답한 마음을 동시에 갖게 된다. 고단했던 엄마의 과거의 얼룩들이 엄마의 삶에 그대로 묻어있어 함께 있으면 그 얼룩들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엄마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참 많이 싸우며 엄마 생각을 바꿔보려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엄마를 바꾸려는 내 생각을 내려놓았다. 불현듯 어쩌면 내가 엄마의 삶을 그 모습 그대로 존중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엄마의 삶이 힘들어 보여도 내 기준으로 평가하고 바꾸려 하지 말자고 매번 다짐하지만, 엄마를 보면 마음속 깊이 올라오는 속상함에 쉽지 않다. 나는 이번 명절에도 힘들게 일할 엄마를 도와주러 갔다. 엄마가 힘든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일 먼저 행동하는 나이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지 못하는 못난 딸이기도 하다. 엄마랑 대화를 하다가 엄마의 내면에 있는 거칠고 어두운 표현들이 나올 때면 내 삶에 영향을 미칠까 봐 즉시 차갑게 선을 그어버린다. 나에게 엄마는 항상 그립고 마음 아픈 존재다. 이것도 나의 삶의 일부분인걸 받아들이고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엄마를 보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를 키우느라 본인의 삶을 희생하며 참 애쓰며 살아온 엄마를 생각하면 너무 감사하지만 또 한 편으론 너무 마음이 아프다.



2. 아버님이 하시는 말씀, 마음으로 더 깊이
들어드리지 못한 것.


결혼을 하고 나서 시댁에서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하게 되면 아버님의 살아오신 얘기를 들을 때가 많다.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이 거의 대부분 그렇듯이 아버님도 어렵고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시고 그로 인해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여러 일들을 겪으시면서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여러 감정들이 있으신 거 같다. 과거를 바꿀 수 없고 어디다 얘기를 할 곳도 없기에 아버님 내면에 풀어내지 못하고 엉켜있는 여러 감정의 실타래들이 아들 내외를 만나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

그래서 처음엔 몇 번 반복하셔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들어드리고 고생하셨다고 말씀도 드렸다. 매번 그 얘기를 하시는 건 아니지만, 그런 얘기가 종종 나올 때면 듣는 게 힘들어지고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 남편에게 말을 했고, 남편이 아버님께 좋게 돌려서 말을 해줬다. 그 이후로는 아버님이 그런 얘기를 하시는 게 감사하게도 정말 많이 줄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또 그런 뉘앙스의 얘기가 조금이라도 나올 때면 내가 먼저 아버님께 “저번에도 그 얘기하셔서 알고 있어요 아버님. “, “아버님, 이제는 아버님 즐거운 거 하시면서 좋은 생각 많이 하세요. “라고 얘기를 하며 아버님이 더 말씀하실 것을 미리 짐작해 차단을 했다.

아버님이 힘들게 살아오신 거 말씀을 통해 들어서 다 알 순 없어도 정말 고생하셨다는 거 알고 있고 바꿀 수도 없는 같은 과거 얘기를 계속 반복하시는 걸 듣고 나면 알고 있는 내용이어도 들을 때마다 나도 기분이 너무 다운되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를 갖추지만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선을 긋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 순간엔 힘들어서 그렇게 반응했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아버님도 본인의 삶이 답답하시니 반복하실 수 있는 건데 ‘조금 더 좋은 마음으로 들어드릴걸’ 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은 굴뚝같은데, 나도 내면에 어렵고 힘든 부분이 있는 사람이라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하고 여유 있게 반응하는 게 참 쉽지 않다.



항상 똑같이 후회하는 순간들.

매번 똑같이 느끼면서 나는 왜 또 그렇게 좁은 마음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대했는지..

지나고 나면 후회를 하지만, 스스로를 토닥이며 다시 힘을 내본다. 다음엔 조금 더 잘해보자. 잘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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