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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련 Apr 26. 2023

7박 9일 스페인 여행기_4

# 바르셀로나 3일 차_1


여행을 기대하며 계획하고 준비하는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 같은데, 막상 여행이 시작되고 나면 그 전의 많은 준비시간들이 하나의 시간으로 뭉쳐져 여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더 큰 무게를 갖고 가속도가 더해져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다.


여행 3일 차 아침, 스페인 바르셀로나 여행은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여행 4일 차 아침엔 일찍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사서 바로 스페인 남부지역인 세비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사실상 여행 3일 차가 바르셀로나에서 관광을 하며 머무를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남편과 스페인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는 정말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래서 숙소에 돌아오고 나면 따뜻한 물에 씻고 바로 누워서 잤다. 다음 날 여행을 하기 위해.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최대한 주어진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많은 것을 보고 오고 싶은 마음에 남편과 나는 체력과 컨디션을 계속 관리하며 다녔다.



3일 차 아침에도 일찍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씻고 준비를 해서 바르셀로나 해변을 갈 생각이었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으로 가면 직접 길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요즘 정말 구글지도가 잘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남편만 졸졸 따라다니긴 했지만, 남편은 핸드폰 구글 지도만 보며 다녔는데도 우리가 타야 할 버스, 정류장, 우리의 현 위치등 정말 잘 나와있었고 정확했다. ‘세상 정말 좋아졌구나’라고 느끼면서 버스 밖의 바르셀로나도시를 구경하면서 우리가 가고자 했던 목적지로 향했다.


바르셀로나는 해변가에 붙어있는 항구도시이기에, 우리가 머물고 있는 신시가지 중심지에서 버스로 10분 정도만 이동하면 바다를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는 독특하다고 느껴졌던 게, 도시의 중심가이면서 해변가라는 점. 바르셀로나의 역사라든가 유명한 관광지를 보다가도 조금만 이동하면 바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침을 먹기 위해 미리 알아본 식당으로 가니,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이곳 스페인 사람들은 역시나 아침부터 맥주나, 샹그리아를 먹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 우리가 자리에 앉으니 서빙해 주시는 분이 바로 음료 주문을 받았고 아침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으나 나는 샹그리아,  남편은 레몬 맥주를 시켰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술 한 잔은 그 시간이 언제이든지 상관없는 듯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였지만, 맛있고 달콤한 음료 같은 샹그리아는 잘 맞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그런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해야 할까? 스페인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함께했던 약간의 술은 나로 하여금 긴장도 풀어주고 여행을 온 느낌을 제대로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뿔뽀라는 이름의 문어요리와 감바스 알아히요등을

시켜서 맛있게 먹고, 남편과 나는 바로 바르셀로나 바다를 구경하러 갔다. 식당에서 한 5분 정도 걸으니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는데, 파란 바다가 지평선 끝까지 가득 차있는 느낌이었다. 바르셀로나 해변가에는 아침부터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뭔지 모르게 평화로워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조용히 해변가를 따라 걸었는데, 바르셀로나 바다는 차분해 보였지만, 그 바다 앞에 스페인 사람들은 역동적으로 보였다. 스페인의 중고등학생들도 남녀 구분 없이 수영복을 입고 바닷가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고, 노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얼굴이 웃음을 띠고 음악을 틀어놓고 서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20대의 젊은 남녀들은 운동기구들이 있는 곳에서 주변을 신경 쓰지 않으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운동하는 젊은 남녀를 보니 꼭 우리나라 나이키 광고에 나오는 외국 모델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깅스에 브라탑을 입고 운동하는 모습을 보는데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일들을 하는 그런 느낌. 외국인인 내가 보기엔 그랬다. 3일 차 스페인의 날씨는 너무 좋았다. 맑은 하늘에 파란 바다를 구경하니 뭔가 차분해지고 평화로운 마음이 들었다. 여행하면서 하나라도 놓칠까 봐 조바심을 냈던 내 마음에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차분한 위로와 여유를 내게 건네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다시 행복한 마음을 충전하고 남편과 다음 관광지로 이동했다.



전날 가우디 투어를 할 때,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밖에서 크게 돌며 전체적인 설명을 들었는데, 오늘은 성당 내부 관람을 하기로 계획했다. 겉으로 보는 것도 웅장하고 멋있지만, 내부를 보면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직접 내 두 눈으로 보고 기억에 담고 싶어서 내부 관람 티켓을 미리 예약했다.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로 들어가려면 줄을 서야 하는데 소지품 검사도 한다. 예전에 한 번 테러의 위협이 있었어서 그 이후로는 감시가 더 철저해졌다고 했다. 미리 티켓팅을 했어도 들어가려는 줄이 정말 길었다. 성당 안을 관광할 때, 우리를 도와줄 가이드 북도 핸드폰 앱을 미리 다운로드해서 들어갔다.



내부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한 발짝씩 발을 내 딛일때마다 외부와는 다른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는데,

너무 아름다웠고 예뻤으며 웅장했고 장엄했다.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내 서툰 표현력이 아쉬울 뿐이다.



내부로 들어가 고개를 들고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의 끝을 올려다보는데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쏟아져내려오는 느낌이었다. 나는 건축을 잘 모르니 더 신비롭게 다가왔다고 말해야 할까? 사그리가 파밀리아 성당 내부로 들어가니 내가 거대한 숲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느낌이 날 수 있을까? 순간순간 자꾸 멈춰지며 주변을 보며 멍해지는 건 내가 그만큼 좋았다는 걸까? 신기하고 먹먹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런 건축물을 설계하고 이렇게 지을 수 있었을까? 계속 그런 생각만 했던 거 같다.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에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 내 기억 속에 꾹꾹 눌러 담아 언제든 내가 힘들어졌을 때, 삶이 조금 지친다고 느껴질 때, 아름다운 기억을 꺼내어 생각하며 또 살아갈 힘을 얻겠다고 나의 행복 기억 저장소에 저장해 놓았다. 잊어버리지 말자. 나의 행복한 순간들. 그렇게 한 순간 한 순간을 고이 포개어 꾹꾹 눌러 담아뒀다. 내 머릿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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