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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침대에서 꼭 좀 밍기적대세요

11월 28일 금요일 아침

by 상구

어젯밤에 아주 흥미로운 영상 하나를 보았다. 광고천재라고 불리는 어느 남자가 앉아서 말을 하는데, '아침에 침대에서 꼭 좀 밍기적대세요'라는 초현실적(?) 조언을 하는 것이다. 일어나면 이불을 정리해라, 환기를 시켜라, 미지근한 물을 마셔라, 명상을 해라 등등의 말은 들어봤어도. 벌떡 일어나지 좀 말고 더 누워있어 보라는 충고는 난생처음 들어봤다. 뒹굴거리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그가 설명하기로는, 비몽사몽한 상태에서는 평소에 잘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나 생각을 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호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조언이군,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인간의 창의성은 꼭 문화 예술 분야에서만 필요하진 않지 않나? 때로는 작고 큰 고난을 뚫고 갈,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오전의 차가운 머리, 오후의 따뜻한 머리로는 부족하다면.. 그때 필요한 것은 아마도 이른 아침의 흐리멍텅한 머리. 명료하게 논리를 펼쳐나가기엔 무리가 있는, 잠에서 덜 깬 뇌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단다. 말이 되는 것도 같았다. 평소에 바보 같던 친구 하나가 중요한 순간에 뜻밖의 해답을 제시하는, 여느 영화의 장면들처럼. 때때로 어떤 일은 그 아무리 복잡해 보일지라도 아니 실제로 꽤 복잡하기도 할지라도, 생뚱맞고 단순한 요소(사건, 물건, 방법 등)가 해답의 열쇠가 되니까!


그래서 오늘 아침은 광고천재님 덕분에 좀 더 밍기적거려볼 수 있었다. 분명히 비몽사몽하긴 했는데 내게는 아직 재밌는 아이디어가 찾아오지 않았다. 이 짓도 훈련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연 없이 일어나는 일보단 쉬우니까, 재밌으니까, 노력해 볼 생각이다. 노력이란 단어가 좀 우습기는 하다.




아무튼,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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