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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을..

12월 9일 화요일 아침

by 상구


늦었습니다! 화요일 아침의 고정 일정도, 화요일의 아침 글쓰기도, 기상도, 이 모든 ‘늦음‘에 대한 깨달음도요. 버스에서 넋놓고 날씨를 감상하다, 이런 저런 계획과 생각에 젖었다가, 노래에 빠졌다가, 아차차 생각나버렸습니다. 이렇게나 느긋해서야. 바쁜 서울과 참 안어울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게 맞는 걸까요? 잘 모르겠어요.


지금 쓰는 글은 예의상 후루룩 쓰는 글이 맞습니다. 아침 글쓰기는 이름이 아침 글쓰기인 이상 정말 밀리거나 미루기가 싫어지거든요. 근데 아무리 우선순위를 모르는 병이 있을지라도 그렇지. 이미 25분 쯤 지각을 하고 있는데 저는 이왕 늦을거 30분으로 채워보자 싶습니다. 뭐 어떤가요? 그쵸?


한참 전에 내렸던 눈이 아직도 녹지 않은, 도심의 구석에 앉아봤습니다. 이 곳은 해가 잘 들지 않나봅니다. 그치만 덕분에 언젠가 눈이 내렸었지, 펑펑 예쁘게도 첫눈이 내렸었지, 회상할 수가 있습니다. 그 날 저는 굉장히 행복했는데요. 첫눈이 처음 내리는 그 순간, 딱 그 순간에 천변을 걷고 있었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혼자서 활짝 웃었습니다. 맞은편에서 뛰고 걷는 사람들도 모두 웃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사람을 실없이 웃게도 합니다. 그 날 밤에는 더 펑펑 내린 눈 때문에 울고 싶을 사람도 많았는데요. 저는 다행히 행복만 했답니다. 좀 얄미운가요?


지각 29분째 되었습니다. 이제 들어가봐야지요. 뭐, 중요한 게 뭔지 잘 모른다고는 했지만. 당장 어디든지 풀썩 앉아서 엄지를 토독토독거리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이 된다면은. 이 일이 결국 제겐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중요하고 말고의 기준은 제 안에 있을테니까요.


여러분에겐 오늘 뭐가 가장 중요한가요?


아무튼,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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