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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침이 되었으면 해!

11월 25일 화요일 아침

by 상구

오늘같이 흐린 날이면 "좋은 아침!"이라는 말을 건네는 내가 참 거짓되게 느껴진다. 그리 즐겁지 않은 아침이니까. 하늘이 울고 있다. 곧 나가야 하는 나는 머릿속으로만 우산을 챙긴다. 비 오는 날 최대한 성가시지 않을 옷차림은 무얼지 궁리해 본다 하필 내 바짓단들은 다 바닥에 끌리는 것들 뿐이다. 추우려나?


사람을 차분하게 하는 저기압의 날씨. 이 차분함은 과연 정서 상의 차분함일까? 뇌가 활성화되지 못하여 dull(둔)해진 몸과 머리가 만들어내는 물리적 차분함에 가깝다. 이런 아침의 나는 제법 멍청하고 게으르다. 그래서 하루의 시작부터 "좋은 아침!"이라는 거짓말에 가증스러운 (굿모닝) 이모티콘을 곁들이며 찝찝함을 추가하는 짓도 저지른다. 과한가?


핑계를 대보겠다. 사실 오늘의 "좋은 아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침이 되었으면 해!"의 줄임말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와 (~이 되었으면 해)가 (생략)되어 있다. 수신인은 모를 테지만, 발신인의 마음은 그랬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지만, 절대 상쾌하지 않지만, 머리가 아프고 삭신이 쑤시지만, 춥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좋게 좋게 생각해 보자는 격려의 말이다. 그렇다면 결코 거짓이 아니다. 잔꾀를 굴릴만한 지능도 부족한 아침이다. 타자도 겨우 치고 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오늘의 "좋은 아침"을 거짓이라고 하지 말자. 분명한 사랑의 말이다.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 말자. 이소라가 노래했듯이. (듣고 있는 플레이리스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겠다).


곧 나가봐야 한다. 막막하다. 이런 나 자신에게도 "좋은 아침!"을 마저 건네어본다.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겠지만, 부러진 우산을 들고나가야겠지만, 어제보단 더 추운 바람이 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아침(이 되었으면 해.) (비 오는 날의 흙냄새가 좋고, 비교적 덜 건조할 테고,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제법 평화로 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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