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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찬묵 Oct 27. 2015

싱어송라이터, 아이들과 감정나눔을 시작하다 - 7.

'인사이드 아웃'이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감정나눔 수업을 계획하면서 제일 기대했고, 기다려졌던 수업이다. 이 영화를 통해 아이들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남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에게 있어 인사이드 아웃은 단순히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그 귀엽고, 재미있는 세계에서 감독 피트 닥터의 온정 어린 메시지들에 나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들을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준비한 이번 수업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인사이드 아웃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본 포스팅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로라하는 애니메이션 천재들이 모인 픽사에서, 감정에 대해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1. 슬픔이가 구슬을 자꾸 만지는 이유?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슬픔이가 짜증이 났었다. 보통 귀신영화를 볼 때, 괜히 가지 않아도 될 길을 나서다가, 귀신을 만나고 먼저 죽는 그런 인물들이 꼭 한 명씩 있다. 슬픔이는 나에게 그런 존재 같았다. 기쁨이가 라일리를 잘 돌봐주고 있는데 왜 굳이 일을 만들어서 라일리를 힘들게 만들까. 나는 그 질문엔 그저, 영화니까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서 그런 거겠지'하며 그를 지켜봤다. 그런데 끝나고 보니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한 번도 아닌 슬픔이의 계속된 구슬을 만지는 행동은 피트 닥터의 어떤 속내가 분명히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 질문에 끝내 답하지 못했는데, 인터넷에서 어떤 한 비평가의 글을 보고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 라일리의 현실적 상황이 당연히 슬픔을 느껴야 할 시기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들은 굉장히 많다. 지금껏 살아온 터를 떠나야만 하는 이사, 주말마다 가족들과 호수에서 치던 하키, 그 와중에 회사 일에 바빠져 나와 놀아주지 못하는 아빠, 맛없는 브로콜리피자, 다음주에나 받을 수 있는 나의 이삿짐들 그리고 기타 등등. 슬픔이가 활동할 당연할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오히려 기쁨이가 그를 활동하지 못하게 제제하는 것이었다.



2. 기쁨이의 부작용

기쁨이는 슬픔이가 활동하지 못하게(=라일리가 슬퍼지지 않게) 지속적으로 제제했다. 그럼으로써 나타난 부작용으로 핵심기억을 모두 기억저장소로 날려버리는 대형 사고를 쳐버리고 말았다. 로켓을 잃어버린 빙봉이를 달래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기쁨으로서 공감되지 않는 위로를 하기도 했다.

로켓을 잃어버린 빙봉

3. 슬픔이의 영역

 위 장면에서 기쁨이는 슬픔이의 재발견을 한다. 빙봉이를 더 슬프게 만들지 말라며 슬픔이를 제제하려 하지만, 슬픔이는 빙봉이 옆에 앉아 단지 들어주고 같이 울어주었다. 슬픔이의 행동에 빙봉이는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움직일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본 기쁨이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슬픔이의 영역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4. 기쁨이의 깨달음

기억 처리장에 떨어진 기쁨이. 그곳에서 하나의 핵심기억구슬을 본다. 기쁨의 구슬을 되돌려보니 라일리의 실수로 졌던 하키 경기였다. 그녀는 낙담하고 슬퍼하고 있었다. 그런 라일리를 위해 엄마, 아빠는 그녀를 위로했고, 이어 친구들이 헹가래를 하며 또 한번 위로했다. 슬픔이 엄마, 아빠, 그리고 친구들의 위로를 불러 일으켰고, 경기에서 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날은 기쁜 핵심기억구슬이 될 수 있었다. 기쁨 이전에 슬픔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기쁨과 슬픔의 양면성!



5. 슬픔이만이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복합 감정의 시작

아이디어 '가출'을 빼낸 슬픔이

다시 돌아온 슬픔이와 기쁨이. 버럭이가 껴놓았던 아이디어 '가출'을 빼낸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왜 다른 감정들은 아이디어를 빼지 못했고, 슬픔이만이 그 아이디어를 빼낼 수 있었을까? 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다. 아이디어 '가출'은 슬픔이의 부재로서 비롯된 일이었기에, 가출의 원인인 슬픔이만이 빼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원인 감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나는 이 장면에서 감독 피트 닥터의 메시지를 엿볼 수 있다.

복합감정의 출현

가출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온 라일리는 그간 자신의 심경을 엄마, 아빠에게 토로한다. 엄마, 아빠는 그런 라일리를 따듯하게 맞이하고 공감한다.  그때 라일리에게 기쁨과 슬픔이 섞인 복합 감정의 구슬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인사이드 아웃의 중요한 메시지다. 사람의 감정은 복합적이라는 것. 생각해보면 내 지난 과거를 돌이켜봐도 복합적이지 않은 일들이 없다.



인사이드 아웃이 결국 나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자신만의 답들이 있을 거라 예상한다. 하지만 내가 받은 인사이드 아웃의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슬픔이 왔을 때에는 온전히 그 슬픔을 느낄 줄 알고,슬슬슬픔이 왔을 때에는 온전히 그 슬픔을 느낄 줄



 요즘 참 많은 사람들이 이러는 것 같다. 슬플 때 애써 다른 것으로 채우려 한다거나 혹은 숨기거나, 또 기쁠 때에도 뭔가의 불안함에 온전히 기쁜 그 순간을 마냥 즐기지 못한다거나. 그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 번뿐인 현재인데, 다른 감정에 신경 쓰여  그때를 허무하게 보내버리는, 그것은 정작 그 감정의 해결도 아닌, 내 안에 쌓여지는 무엇인가 되는 것 같다. 쌓여진 무언가는 언젠가 폭발하겠지?


 실제 수업에서는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클립 한 영상들을 보여주며 이야기했었는데, 이 곳에는  첨부할 수 없음에 참 아쉽다.


 내가 준비한 감정 나눔 8차시 수업계획 중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다룬 시간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내가 받은 나의 메시지를 소개하고, "너희가 받은 메시지는 무엇이니?"라며 물어보았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혹은 침대에 누워 잠자기 전에

아이들의 마음속에 무엇인가 남아있기를 바라며.



싱어송라이터, 아이들과 감정나눔을 시작하다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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