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혹은 호기심?
나는 Vlog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안 좋게 말하면 관음증적인 성격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인간이나 어느 정도의 관음증은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내 생각에는 나의 삶의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 오는 신선함 때문에 vlog에 매료되는 것이라고 본다.
어떨 때는 서울에 사는 외교관의 일상을 볼 때도 있고 뉴욕에 사는 디자이너의 일상을 볼 때도 있고 잠시 니스에 머무르는 여행자의 하루를 볼 때도 있는데 그런 내 현재의 삶과는 참 많이 동떨어진 vlog들을 보다 보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가만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부터 내 책상에는 지구본 하나가 놓아져 있었고 혼자서 3-4시간이고 지구본을 돌리며 지도를 그리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나는 항상 떠나고 싶어했다. 부산에 살 적에는 부산 밖의 지역으로 떠나고 싶어했고 천안에 살 적에는 수도권으로 떠나고 싶어했고 수도권에 잠시 머무를 때는 미국으로 떠나고 싶어했고 지금 보스턴에 사는 나는 뉴욕으로, 유럽으로 떠나고 싶어한다.
나는 연신 나에게 묻곤 한다: 너는 어디로 그렇게 떠나려 하는지.
나는 살아있는 동안에 내 집을 찾을 수 있을까? 내 머릿 속에 그려놓은 환상도시의 모습을 현실에서 찾기 위해 헛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닐까? 뉴욕에 정착한다 해도 파리로 가고 싶을 수도 있고 프라하로 가고 싶을 수도 있고 혹은 서울로 가고 싶을 수도 있다.
나는 내 낭만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 낭만의 마법은 사라지고 또다른 낭만이 생기는 경험을 수 차례 경험해보았다. 한 낭만을 성취하면 끝일 거라는 것은 착각이었다.
어쩌면 낭만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일부러 이뤄질 수 없는 모습을 탐하는 방어기제일지도 모르겠다. 낭만의 매력은 ‘이루어지지 않음’이고 낭만이 현실이 되어버린 순간, 낭만은 어느새 스스로 탈바꿈하여 저만치서 나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