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샴페인*을 정말 좋아한다. 내 통장 잔고에 돈이 어느 정도라도 남아있을 때면 어떻게든 매주 10-15달러 정도의 싸구려 샴페인을 하나 산다.
매일 저녁 복잡했던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내 1인실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통이 넓은 잠옷으로 후다닥 갈아입고 냉장고 문을 연다. 먹다 남은 샴페인 병을 들어 입구가 좁은 긴 샴페인 용 잔에 반 정도 따르고 나면 나는 의자에 앉아 기포가 몽글몽글 올라오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하루가 끝났다는 것을 몸소 체감한다.
내가 샴페인만 주로 먹는 이유에는 내가 알쓰(알코올 쓰레기)라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샴페인의 알코올 도수는 9-14도 정도라서 매일 밤 반 잔을 꾸준히 마시면 혈액 순환에 좋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그 이유 때문에 도수가 높은 소주나 와인을 마시면 머리부터 즉시 아파오는 나에게 샴페인은 기분 좋은 정도의 취기를 선사할 수 있는 최적의 ‘음료’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샴페인에 이끌리는 또다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샴페인과 주로 연상되는 이미지인 ‘celebration’. 미디어에서 축하할 만한 자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샴페인을 터뜨리는 모습일 것이다. 펑 튀어 오르는 코르크 마개처럼 분위기를 띄우기에는 샴페인만 한 장치가 없다. 노르스름한 샴페인 곧 넘칠 듯 가득 담긴 청명한 잔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술이 조금 흘러 손이 끈적거려도 쾌활하게 웃어 넘기는 사람들의 소리.
매일 저녁 샴페인을 꼴깍대는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가.
어떻게 보면 평탄했고 어떻게 보면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지루했던 나의 하루가 사실은 상큼하고 톡톡 튀는 축복할 만한 날이었음을 나 스스로에게 되뇌이고 있는 것 아닐까.
*샴페인은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지방에서 제조된 스파클링 와인을 일컫는 말이다. 편의상 이 글에서 나는 모든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