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미라클모닝을 했어요. 이제 딱 일주일 됐는데, 아직은 뿌듯과 불안이 공존합니다. 아직 엄청난 새벽이라고 말하기도 그래요. 대부분 미라클모닝(이하 미모)을 한다 하면 새벽 5시에는 일어나는데, 저는 6시 기상을 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회사를 다녀도 6시엔 일어나던데 저는 요즘 반 좀비입니다.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미모 네이버 카페에 '굿모닝'이라 쓰는 출석체크입니다. 내가 오늘도 제시간에 일어났다는 증명이죠. 그리고 곧장 화장실로 갑니다. 양치와 세수를 하지 않으면 희한하게 하루가 시작이 안돼요. 몸은 일어났지만, 제대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가 없달까요.
가장 행복한 건 식탁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시간입니다. 70도 정수기 물을 졸졸 따라 우려낸 차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아쉽게도 차 종류가 한정되어 있어서 주로 유근피 차지만 찻잔만큼은 그 날 기분에 따라 꺼냅니다. 귀여운 땡땡이 찻잔, 볼수록 이쁜 파란색 꽃무늬 찻잔, 어떤 날은 그냥 투박한 머그가 좋아요.
전날 일기를 쓸 때도 있고, 책을 볼 때도 있어요. 그보다 더 빈번하게 하는 건 새벽 육아예요. 분명 육아에 치여 내 시간을 갖고 싶어서 시작한 미라클모닝인데, 그 시간에 육아를 하고 있자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게 맞는 걸까? 의심이 들어요.
10개월 아기와 한 방에서 잡니다. 알람을 맞출 수가 없어요. 6시가 되면 미세한 진동이 짧게 짧게 울립니다. 사실 제가 6시 알람을 설정해둔 건 한 달 전부터였어요. 도저히 그 짧고 조용한 진동을 느낄 수가 없었죠. 그런 걸로는 절대 절 깨울 수가 없었어요. 신기하게도 미모를 선언하고 시작한 뒤로는 들립니다.(부작용으로 새벽에 한 번씩 꼭 깨지만요)
미세한 진동에도 깨는 제 스스로가 놀라웠어요. 그런데 이내 깨달았죠. 아기는 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요. 방에서 정말 몰래 조용히 빠져나왔고 아기는 제가 나오고도 분명 잘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귀신같이 깹니다. 세상 서럽게 통곡을 하며 깨요. 제가 아기랑 붙어서 자는 것도 아니에요. 아기는 범퍼침대 안에서, 저는 그 밖에서 요를 깔고 자거든요. 그런데도 엄마가 없는 방 안의 공기를 느끼는 건지 아기는 꼭 깼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실험을 해봤어요. 이 꼬꼬물이가 정말로 내가 없어서 깨는 걸까? 혹시 이제 어엿한 10개월 아기가 됐다고 밤잠이 줄었나?
6시에 일어나서 출석을 하고 씻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어요. 불도 안 켜고 옆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오늘 공유할 에세이를 찾아보기 시작했죠. 7시가 넘어도 아기는 깨지 않더군요. 그 사이 저는 에세이도 공유하고 요즘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 인스타 맞팔 작업도 순조롭게 했습니다.
무려 8시가 넘어서 깼어요. 하루의 실험으로 단정하긴 어렵죠. 그런데 전 꼭 맞는 거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아기가 제가 나가는 걸 아는 것 같단 말이죠. 새벽에도 꼭 범퍼에서 잘 자다가 한 번씩 굴러오거든요. 그것도 잠결이지만 확인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도 자기 전에 불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