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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비 May 21. 2021

코로나 일기

확진 첫날의 기록

지이이잉, 지이이잉,



알람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아침 알람을 맞춰두고 살지 않는다.

눈을 비비며 핸드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있다. 

'8시도 전에 나한테 전화할 사람이 있나?'

번호를 보니 032다. 이미 세 통이나 부재가 와있었다.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부천시 보건소입니다."


요지는 내가 코로나 양성이 나왔고 확진이 됐다는 것이었다. 심한 감기몸살인 줄 알았던 것이 알고 보니 코로나였다.


코로나라고 알아서 그런가 몸이 더 아파오는 것 같았다.

 

방역하라고 받은 소독제

이제 나는 확진자다. 옆에서 자고 있던 아기를 빨리 방 밖으로 보냈다. 밤새 나와 같이 잤는데, 하는 걱정을 하다 보니 잠뿐인가. 어제도 같이 오이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나눠먹었다. 빼빼로 나눠먹기처럼 아기와 요즘 자주 하는 놀이다. 아기가 뭐든 길다란 게 있으면 내 입에 쏙 넣어준다. 내가 그걸 물고 있으면 자기가 입으로 '앙' 먹으면서 깔깔대고 웃는다. 지난 며칠만 봐도 같이 밥도 먹고 뽀뽀도 하고, 밀접해도 너무 밀접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데, 보건소 통화 내용이 생각났다. 이제 곧 동선을 물어보는 전화가 올 테니 미리 정리를 해두면 서로 도움이 된다는 것. 옆에 있던 노트에 며칠간의 내 동선을 적어보았다.


처음 전화를 받고 1시간 뒤쯤, 역학조사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적었던 동선을 읊어주었다. 조사관은 카드 결제 이력을 시간과 금액이 나오도록 캡처해서 보내달라고 했다. 이유는 씨씨티비 확인을 할 때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그곳에 그 시간에 있었는지, 밀접 접촉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나 보다. 사진을 보내고 이래저래 통화와 카톡을 넘나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에서 전염이 되었느냐였다. 나는 부천시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나눠주는 전단지를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다가 그대로 손목 잡혀 끌려들어 갔다 온 1인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입원 2일 차, 그 순간을 정말 많이 후회하고 있다. 전단지를 왜 받았을까. 한 번 거절하면 두 번도 하면 될 것을 두 번째는 왜 거절하지 못했을까. 이끌려 간 곳에 사람이 많아 보였으면 죄송하다 하고 나오면 될 일을 왜 못 그랬을까. 어쨌든 나는 못 그랬고 지금 병원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래도 나름 조금은 억울했다. 마스크를 벗지도 않았고 그곳에 10분도 머물지 않은 것 같은데..! 심지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날 데리고 모델하우스 구경을 시켜주신 분은 음성이란다. 그러니 더욱 모호했다. 그곳에서 걸린 게 맞긴 맞는지 알 길은 없었으나, 그곳에서 이미 확진자는 나왔고 보건당국도 내가 그곳에서 전염되었다 여기는 듯했다.


물론 나만 모호하다 생각한 건 아니었다. 오후엔 다른 역학조사관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때 정말 마스크를 벗진 않았는지, 물을 마시진 않았는지 물었다. 정말 최~~~대로 길게 잡고 그 안에 몇 분이나 있었을지도 물어봤다. 나는 정말 길게 잡아야 15분일 거라 대답했다. 들어갈 때와 나와서 카톡을 하고 있던 중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그러자 나의 그 전날까지의 동선 중에도 혹시라도 마음에 걸리는 곳이 있는지 물어왔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간 곳이 없었다. 전날 시내버스를 좀 오래(50분) 탔고, 내가 켕기는 거라곤... 덴탈마스크! 답답하다며 쓰고 다닌 덴탈마스크뿐이었다. 비말은 막아지겠지 싶지만 덴탈마스크를 쓰면 어쨌든 공기가 슝슝 통하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상대가 탄식을 뱉었다. "아....덴탈마스크.." 그 짧은 대답이 코로나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은 아니었으나 또 물어왔다. 내가 접촉했던 사람들은 94이상을 쓰고 있었냐고. 잠깐 본 상대 마스크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누워있다 보니 음... 나쁘지 않았다. 육아 없이 홀로 방에 누워있기? 마침 요즘 일이 바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찰나였고, 이 기회에 푹 쉬어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코로나 입원 준비물로 검색을 열심히 했다. 코로나 확진자였던 걸 알리는 걸 코밍아웃이라고 한단다. 코밍아웃도 많이 늘었다던데, 인터넷에 내가 필요한 정보는 생각보다 적었다. 몇 안 되는 입원 후기를 읽으며 나도 준비물 목록을 적어보기로 했다. 책도 몇 권 가져가서 읽고 내친김에 코로나 일기도 적어보고(나도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밀리의 서재도 귀팅해야지 이어폰도 챙기고.

코로나는 따로 치료제는 없다. 증상완화를 위해 먹을 뿐


목록을 정리하는 도중 약빨이 떨어져 갔고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타이레놀 친척급의 타세놀을 한 알 입에 털어 넣었다. 음, 아프긴 아팠다. 열이 계속 올랐고, 약빨은 아주 잠깐 드나 싶었다. 저녁쯤 되니 왼쪽 귀가 아팠다. 밥을 먹을 땐 짠맛만 느껴졌다. 가만 보니 냄새가 나질 않는다. 후각을 잃었구나. 근육통과 오한은 수시로 겹쳤고, 전날 맥주 때문인가 싶었던 무릎도 수시로 아팠다. 무릎뿐 아니라 손가락 관절까지 아파왔다. '이래선 키보드 타자를 못 칠 거 같은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랬다. 그래도 약을 먹으면 또 쌩쌩했다.









5월 19일 수요일

맥주먹고 관절아픈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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