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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파레노 : 보이스》, 리움미술관, (~7.7)

전시 이야기

실체 없는, 유형의 목소리 《필립 파레노 : 보이스》, 리움미술관, (2024.2.28-7.7)


오늘 소개할 전시는 현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필립 파레노:보이스》입니다. 보통은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해 둬도 개막일에 잘 맞춰가진 않지만 이 전시는 빨리 보고 싶어서 개막일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한 해가 시작될 무렵 국립이나 시립미술관에서는 그해 전시 계획을 누리집을 통해 미리 알려주고, 대형 사립미술관에서도 올해는 이런 이런 라인업으로 전시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공개합니다. 전시가  몇 달 안에 뚝딱 완성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특히 해외에서 작가를 초빙하거나 커미션 작품이 있을 경우엔 몇 년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니, 계획을 못 밝힐 이유는 없죠. 어쨌든 올해 주목할 전시 중 가장 먼저 오픈되어 기대를 잔뜩 안고 갔는데, 좋았습니다 역시나. 모든 작품을 현장에서 다 이해한 건 아니지만,  몇몇 작품을 보면서 '음,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겠군' 하며 앞으로 퍼질 좋은 입소문을 확신하기도 했고요. 

전시 홍보물 촬영 : 네버레스홀리다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b. 1964)는 제게도 생소한 작가입니다. 전시를 자주 보러 다녀도 모든 작가 이름과 작품을 다 기억하는 건 사실상 어렵고, 특정 작가를 기억하는 덴 작품과의 만남이 여러 번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진 못했으니까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1990년대 초기작부터 처음 소개하는 대형 신작 설치, 영상 등 총 40여 점은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이더라고요. 이전에 국내 갤러리에서 작가 개인전이 있긴 했지만 대형 작품들을 선보인 대규모 개인전은 이 전시가 처음이니, 기간 내에 꼭 챙겨 보길 바랍니다. 


전시는 리움미술관 야외 데크부터 시작해 그라운드 갤러리와 블랙박스,  M2 B1, 1층, 로비 전관에서 진행됩니다. 특정 동선이 없어서 원하는 대로 편하게 돌아보면 돼요. 작품 수가 많진 않지만 대부분이 영상이나 모션이 있는 작품이고 영상과 호응하는 작동시간도 다 제각각이라 꼼꼼하게 다 보진 않더라도 최소 두 시간 정도 필요하고, 상설전까지 보고 올 계획이라면 시간을 더 넉넉하게 잡아야 합니다. 저는 한 번 더 갈 예정이라 블랙박스에서 상영 중인 영상작품 세 점은 조금씩만 보고 왔는데, 그럼에도 두어 시간은 전시장에 있다 왔으니 시간 참고하세요. 

필립 파레노 사진 출처:(왼) 뉴시스, (오)https://www.estherschipper.com/artists/47-philippe-parreno/biography/

알제리 오란(Oran) 태생으로 프랑스 그러노블(Grenoble)에서 자란 필립 파레노는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그러노블에 있는 에콜 데 보자르(École des Beaux-Arts)와 파리에 있는 팔레 드 도쿄의 예술 고등 교육 연구소(Institut des hautes études en arts plastiques at Palais de Tokyo)에서 공부했어요. 1990년대부터 두각을 나타낸 작가로, 텍스트, 드로잉, 영상, 조각 등 다양한 작업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파리 퐁피두센터, 로스앤젤레스 현대 미술관,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테이트 모던, 가나자와 21세기 박물관, LACMA,  와타리 현대미술관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 유수의 예술기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유명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 경향을 짧게 요약하긴 어렵지만, 그는 전시를 "개별 작품의 집합이 아닌 하나의 일관된 '오브제'로서 전시의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그것이 열린 공간이 되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형식이 되며, 사물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틀"이길 바란다고 해요. "전시회를 일련의 이벤트가 펼쳐지는 대본이 있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무대 위에 오른 개성 강한 연기자들처럼, 그의 작품들은 이번 전시에서도 유기적으로 따로 또 같이 그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죠. 소개하고 싶은 건 많지만, 그중에서 제가 베스트라고 느낀 몇 점만 소개하겠습니다. 

<막(膜)>(2024), 콘크리트, 금속, 플렉시글라스, LED, 센서, 모터, 마이크, 스피커, 1,360 x 112.7 x 112.7 cm  사진촬영:네버레스홀리다

야외 데크에 설치된 <막(膜)>(2024)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소개된 신작입니다. 리움 야외 데크엔 그동안 해외 작가들의 초대형 작품들이 설치되었는데, 2004∼2006년에는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거대한 주름>이, 2006~2012년엔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1)의 청동 거미 조각 <마망>이,  2012년 10월부턴 스테인리스 스틸 공 73개로 이뤄진 높이 15m의 애니쉬 커푸어(1954~)의 작품 <큰 나무와 눈>과 <하늘 거울>이 11년간 리움미술관의 대표 작품이 되어 줬죠. 저번에 갔을 때 작품 철거 준비를 하고 있길래 이번엔 어떤 작품이 들어올까 궁금했는데, 바로 필립 파레노의 <막>이었네요. 전시 기간 동안만 볼 수 있는 미래적인 느낌 가득한 이 작품은, 압도적이긴 해도 이전 작품들만큼 웅장한 느낌을 주진 않습니다.  


작품을 중심에 놓고 천천히 한 바퀴를 돌다 보면 '내가 지금 와 있는 곳이 미술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SF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거칠어진 지구의 땅속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시추하는 외계 생명체 같단 생각도 들어서, '근처에 있는 에너지원을 차단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망상도 찾아오더라고요. 설명에 의하면 이 기계탑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인지 능력을 지니고 있어 센서를 통해  다양한 환경적, 사회적, 내부의 자극을 흡수, 처리 및 상호작용하면서 주변 환경을 수집한다고 해요. 이 작품은 새로운 언어인 <∂ A(델타 에이)>(2024)를 위해 자신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자체 평가 시스템으로, 기압계, 온도계, 지진계와 같은 센서를 통해 즉각적으로 환경을 이해하고, 신호와 데이터를 수집한 후에 소리와 소스로 변조 및 변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A> 역시 신작으로, 공간 곳곳에서 공명하는 소리를 지칭합니다.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 운율을 활용한 새로운 VSO(동사-주어-목적어) 언어라는데, ∂ A의 신호를 해석해 ‘단어’와 ‘문구’로 표현하는 동안에 탑의 양태를 기반으로 감정을 전달한다고 해요. 탑 안의 캐릭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평소엔 조용하다가 특정 자극이나 인지 패턴이 인식되면 소리가 나더라고요. 처음엔 너무 휑하게 다가와서 이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하지? 싶었는데, 천천히 돌다 보니 누군가의 소리에 반응해 은은하게 깔리는 기계음+외계음과 같은 소리들이 들려 '아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작업이구나'라고 인지하게 됐죠. 이 주변에서 박수를 치거나 발을 구르거나 말을 크게 하는 분들도 보게 되는데, 그게 소리를 인지시키는 방법인듯했어요. 사람이 많아 적극적으로 해보진 못했는데, 좀 한적한 시간대에 가게 된다면 소리를 인식시킬 수 있는 행동을 기계탑 가까이에서 해보고 사운드 피드백을 받아보려고요. 이렇게 수집된 소리들은 야외 데크뿐만 아니라 전시장 내부 곳곳에 특수 제작된 움직이는 스피커 앰프들로 송수신된다고 하니, 이 역시 주목해서 들어보기 바랍니다.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1995-2023)  사진촬영:네버레스홀리다

M2 엔 재밌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전시 내용이 쉽지 않음에도 대중적으로 성공하겠단 확신을 주는 작품들이 이곳에 있죠. 저도 몇몇 작품에서 그렇게 느끼긴 했지만, 전시장을 다니다 보면 "그래서 무슨 의미인데?"라고 말하는 이야기들이 종종 들려요 ㅎ 어쨌든 제가 대중적으로 환영을 받을 작품이라고 꼽은 작품 중 하나는 B1층에 있는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1995-2023)입니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되어 가장 먼저 카메라 세례를 받는 이 작품은, 소소하지만 철학적으로 와닿는 작품이에요.  동결 유지 장치 없이 자연적으로 소멸되어 가는 눈사람을 미술관 안에서 만나니 새롭더라고요. 오프닝 첫날에도 상당히 녹은 상태였는데, 이 눈사람은 매일매일 새로운 눈사람으로 교체되니 못 볼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리얼리티 파크의 눈사람>은 1995년 일본 도쿄에서 큐레이터 얀 호엣(Jan Hoet)이 기획한 전시 《 Ripple Across the Water 》에서 처음 소개된 작품입니다. 회사원들이 점심시간마다 모여 식사를 하는 기린 공원(Kirin Park)에 눈사람 모양의 얼음조각을 설치해 점심 동안 눈앞에서 녹아내리는 조각을 바라보게 했죠. 시간의 흐름을 새롭게 각인시키는 작업으로, 최근 작업에는 흙을 섞어 조금 더러운 상태로 등장해요. 이 작품을 보다 보면 실내와 야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종이 앞뒷면과 같은 삶과 죽음의 관계, 자연으로의 회귀 등 여러 철학적 자문자답이 이뤄집니다. 또, 문 손잡이가 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크리스마스트리,  한구석에 무게감 있게 쌓인 눈더미까지 이 작품과 연계해 겨울이라는 특정 계절을 연상할 수 있는 전시 작품들이 같은 공간 여기저기에 포진되어 있어 아직 끝나지 않은 겨울의 인상을 전하고 있죠. 

<눈더미>(2013-2024),전시장, <스노우 댄싱>(1995-2010) 일부,<혼란의 시기: 일 년 중 십일 개월은 예술 작품이고 12월은 크리스마스> (2022) 촬영:NH

이 작품들의 아우라를 더 극화시키는 건 바로 전시장을 갈색빛의 세상으로 물들인 <석양빛 만(灣), 가브리엘 타드의 지저 인간: 미래 역사의 단편>(2022)입니다. M2 전시장 B1층은 묘한 분위기를 풍겨요. 통유리창마다 석양빛의 색으로 코팅되어 있거든요. 시트지인지는 확인해 보지 못했지만, 밝은 낮에도 석양빛으로 들어찬 공간을 만드는 이 색 설치 역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겸 범죄학자인 가브리엘 타드(Gabriel Tarde, 1843~1904)가 1896년에 발간한 공상 과학 소설 『지저(地抵) 인간(Underground Man)』을 인용했는데, "태양이 사라지고 멸망한 세상에 남겨진 생존자들이 인간이 창조한 예술과 지식의 결과물을 챙겨 땅 밑으로 들어가 새로운 유토피아를 구축하고자 한 소설의 서사를 참조" 했다고 해요. "온 지구가 해 질 무렵의 영원한 석양빛으로 물든 상태를 시각화하여 우리 일상 속 시간과 환경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고, 끊이지 않는 전쟁과 질병으로 종말을 향해 가속화하는 듯한 지구 사회의 현주소를 암시하면서, 인류의 역사와 예술, 철학적 발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이상향으로 길을 찾아 나서야 할 시간이 왔음을 제시하는 작품"이라고 하니, 의미를 담아 보셔야 합니다. 처음엔 별도 작품인지 모르고 '심해 콘셉트인가?'라고 생각했어요. 뒤이어 설명할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  작품 때문에요.   

〈내 방은 또 다른 어항 My Room is Another Fish Bowl 〉(2022), 헬륨, 마일라 풍선 가변크기 사진촬영:네버레스홀리다

〈내 방은 또 다른 어항〉(2022) 은 너무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물론 필립 파레노의 작품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조종되는 것과 조종하는 것, 실존하는 것과 허상 간에 유사 인간의 시선과 장소에 대한 기억 속 재현"을 중요 주제로 삼아, 작품 의미가 제가 생각한 동심 유발과는 거리가 멀지만요. 그래도 정말, 동심을 자극하는 작품입니다. 


역시 M2 B1층에 있는 작품으로, 전시실 내 곳곳에서 유유하게 옆을 스쳐가는 물고기 모양의 풍선을 만나게 됩니다. 센서로 작동이 되겠지만, 너무 유유하게 공간을 유영하고 있어서 내가 바닷속이나 어항 안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현실처럼 다가오는 작품이에요. 저는 한 번도 놀이동산의 동물 모양 풍선을 갖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작품을 경험하고 나니 종류별로 하나씩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천장 가까이, 시선이 닿는 위치, 무릎 높이로 작품 사이에서 사람을 피해 다니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풍선들은,  때론 작품 가까이에서, 사람과 사이에서, 때론 제 바로 옆에서 목격됩니다. 그러다 전시장 깊숙한 곳으로 가면 여러 물고기 풍선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고 있는 공간이 나오죠. 어항을 뜻하는 ‘Fish Bowl’이란 단어는 관찰의 대상을 지칭하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이 작품에선 "제한된 공간 안에 갇혀 인간에게 끊임없이 관찰당하는 어항 속 물고기들의 관점"을 보여준다고 해요. 즉, 저희가 물고기를 관찰하고 있는 게 아니라 물고기가 우리의 행동을 관찰하고, 우리가 속해있는 전시장이라는 환경에서 벌일 행동과 범위를 제약하는 거죠. 그렇게 보면, 소설 속 빅 브라더나 영화 <트루먼쇼>처럼 누군가에 의한 통제나 지배를 받는 삶이 떠올라 흥이 깨지긴 합니다.  


워낙 다양한 형태와 감상을 전달하는 그의 작품은, 그라운드 갤러리에서 만개합니다. 여러 작품들이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데 하얀색이라는 작품 톤이 유지되고 있는 공간에 투명과 불투명, 그림자와 빛 등이 만들어 내는 변주가 꽤 명상적으로 작품을 보게 하더라고요.  

<차양>연작(2016-2023) 플렉시글라스, 전구, 네온 튜브, DMX 제어기 가변크기 사진촬영:네버레스홀리다

<차양 marquee>은 극장 입구의 화려한 불빛 차양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연작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황금기를 누린 20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특히 유행한 이 차양은, 극장 안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제목과 출연 배우들의 이름을 알리는 광고판 역할을 했죠. 홍보용으로 제작된 간판의 모습에서 주요 정보는 제거된 채 그 본질이 되는 할로겐전구와 틀만 유지하고 있는 이 작품은, 관람객의 시선을 홍보 대상이 된 콘텐츠가 아닌 산업물로서의 전구, 플렉시글라스 등과 같은 매체에 주목하게 합니다. 보다 보면 밝힐 대상을 잃은 불빛이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미술관 데크에 있는 <막(膜)>과 연결되어 야외 환경 조건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한다고 하니, 이 점에 주목해서 바깥 상황을 추측해 보는 것도 감상 포인트가 될 거예요.   

<말풍선(투명)>(2017),  <깜빡이는 불빛 56개>(2013) 사진촬영:네버레스홀리다

그라운드 갤러리 천장을 가득 채운 투명 물체는 <말풍선>입니다. 만화에서 인물의 말을 전달하기 위해 그려 넣는 말풍선이지만 이곳에선 어떤 문자도, 의미도 담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죠. 작가는 “당신이 말한 이야기들은 전부 당신의 머리 위로, 새하얀 구름처럼 날아올랐다. 그 말은 만화 속 말풍선처럼 공중에 둥둥 떠 있었고, 마치 누군가가 서리 낀 창문에 손으로 쓱 문질러서 지워버리듯 지울 수도 있을 것만 같아 보였다”라는 말로 작품 창작 의도를 설명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투명 풍선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붉은색, 보라색 등 색을 다양하게 썼더라고요. 사진엔 그 무게감이 다 담기지 않으니 꼭 현장에서 보셔야 합니다. 


화려한 시트지가 제거된 이발소 조명을 연상시키는 <깜빡이는 불빛 56개>도 꽤 인상적이에요. 각각의 LED 조명은 무선 DMX(Digital Multiplex) 컨트롤러에 따라 켜졌다 꺼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일정 시간 동안 패턴화된 빛을 접하게 되는데, 조명과 조명 사이의 간격은 조명 하나가 켜지면 그 주위의 다른 조명들이 점등되도록 설정해, 우리 뇌의 신경 세포들이 서로 간에 영향을 미치면서 작동하는 생물학적 연결망을 시각화한 작품이라고 하죠.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뇌 현상을 일컫는 ‘신경 가소성(Neural Plasticity)’을 개념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보지 않아도 자꾸 언제 불이 들어오나 기다리게 되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Art is conversational. There is no art without conversation”이라고 했는데, 이 전시는 그러한 그의 사고를 잘 보여줍니다. 각각의 작품보다 전체적인 전시 맥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작품을 이해하려고 한 발짝 더 다가가야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는 전시인 거죠. 작품 영상이나 모션이 끝난 후 다음 시작 전까진 기약은 있지만 정확한 시점을 추측할 수 없는 기다림이 시작되는데, 이를 차분히 즐기셔야 전시를 오롯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 있는 모든 것들은 다 의미가 있으니, 하얀 캔버스도, 벽도 비어졌다 단정하지 말고 영상이나 움직임이 보일 때까지 기다리셔야 해요. 가보시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됩니다. 벽면에 설명 QR이 있긴 한데 일일이 스캔해서 보는 번거로움도 있으니, 작가 소개나 작품 경향을 조금이라도 읽고 가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럼, 오늘도 내일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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