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MMCA 서울관

전시 이야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 MMCA 서울관(2021.07.21~2022.3.13)


요즘 가장 핫한 전시는 단연, 이건희 컬렉션입니다.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미술품의 국가 기증이 결정되고 난 후, 현재의 매진 행렬이 보여주듯 저처럼 전시를 기다린 분들이 참 많았거든요. 수많은 소장 작품이 기증까지 이른 덴 여러 이유가 있고 기증관 건립과 관련된 이슈도 여전히 분분하지만, 작품이 해외로 흩어지지 않고 국내에 머무른다는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모으는 건 힘들지만 흩어지는 건 정말 한순간이니까요. 게다가 주 기증처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각각 21,600여 점과 1,488점을 기증함으로써 선사시대부터 근현대미술사를 아우르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 그동안 비어있거나 부족했던 우리 미술사를 채워주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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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예약 화면과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기증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되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선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토기· 도자기· 금속기· 조각· 서화· 목가구로 이루어진 기증 작품 21,600여 점 중 45건(77점)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선 기증 작품 1,488점 중 20세기 초반에서 중반까지 한국 근현대 작품 58점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매회 매진이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예약은 자정에 열리는 티켓을 예약하려 1000명이 넘는 분들이 대기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도 국립중앙박물관 예약을 시도했다가 영 가망이 없어 포기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예약에 성공해서 보고 온 지 이미 3주 정도 됩니다. 당일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 외부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 자리에서 얘기가 길어져서 내내 쫄리는 마음으로 시간을 체크하다가, '제가, 전시를 예매했는데요, 꼭 보고 싶습니다. 가야 해요.'라는 말과 함께 마무리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남겨둔 채로 미술관으로 향했죠. 덕분에, 그다음 날 '이건희 컬렉션에 밀렸다'라며 그분에게 투정 섞인 말을 듣기도 했지만요, 전시는 좋았습니다. ^ ^


1969년 개관이래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 작품은 8,782점으로 전체 소장 55%가 기증으로 수집되었죠. 작품 구입 예산도 한정적이라, 미술 시장에 좋은 작품이 나와있다고 해도 자금 부족으로 살 수 없는 경우들도 많았고요. 이번 이건희 컬렉션 1,488점의 기증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수는 10,000점을 넘었습니다. 더욱이 국내 작품 1,369점과 국외 119점, 그것도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으로, 다른 장르의 미술 작품이 고르게 확보되었으니 참으로 호재가 아닐 수 없죠. 제작 연도 역시 1950년대 이전 320여 점, 근대작가 작품(1930년 이전에 태어난 작가의 출생연도 기준) 860여 점이니, 우리 미술사에 비어 있던 곳들이 어느 정도 메꿔지리라 기대해봅니다. 게다가, 그 라인업이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이응노, 유영국, 권진규, 끌로드 모네, 카미유 피사로, 고갱, 르누아르, 샤갈, 달리 등이니, 흔히 말하듯 '세기의 기증'이란 말이 딱 떨어지죠.


전시는 '수용과 변화', '개성의 발현', '정착과 모색' 3 부분으로 나뉩니다. 일제 강점기 조선에서 새로운 문물을 수용하면서 맞이한 미술의 변화부터 전통 서화의 변화 모색 과정과 해방 후 전쟁을 겪게 되며 꾸준한 노력으로 자기화에 성공한 개성 있는 작품들까지 구성도 다양하고요. 58점의 전시 작품 중엔 이전에 봤던 작품들도 있고, 경매시장에서 팔린 후 행방이 궁금했던 작품들 그리고 처음 보는 작품들도 있었어요. 다 좋은 작품들이지만 모두를 설명하긴 어려워, 제게 인상적이었던 작품 7점만 꼽아서 소개드립니다. 전시 기간이 기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면서 예약을 시도해보세요.

IMG_E6528.JPG 백남순, <낙원>1936~7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 © 네버레스 홀리다


첫 번째 작품은 백남순(1904~1994)의 <낙원>입니다. <낙원>은 백남순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으로, 그가 평안북도 정주에서 머물던 당시 제작한 동료 교사 민영순의 결혼 선물이라고 하죠.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그림으로, 8폭 병풍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캔버스를 연결해 병풍 형태로 만들었어요. 백남순은 나혜석과 마찬가지로 도쿄 여자 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한 1세대 서양화가입니다. 1920년대 파리 유학 중 미국 유학생 출신의 임용련과 결혼한 후 1930년에 귀국했는데, 당시 이들이 함께 개최한 부부 양화전은 엄청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고 해요. 백남순과 임용련은 함께 평안북도 정주의 오산고보에서 영어 및 미술 교사로 재직했고, 그곳에서 이중섭, 문학수 등을 가르칩니다. 현존하는 사진 자료엔 오산고보 미술반에 펼쳐진 <낙원>의 모습이 담겨 있어, 당시 제자들이 어떤 스타일의 그림들을 접하고 배웠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해방 후 정주를 떠나며 북에 남겨두고 온 백남순의 작품들은 한국 전쟁 당시 모두 불타 없어졌고, 임용련이 인민군에 의해 처형당하는 불운을 겪은 후, 백남순은 1964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타국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낙원>은, 그 이름처럼 보는 순간 관람자를 이상향의 자연 속으로 데려다주는 작품입니다. 서양 화법과 동양 산세의 어울림과 톤이 좋아서 직접 보면 오랫동안 시선을 잡아끌어요. 저 역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림 속 움직임을 따라 여러 번 화면 속을 왕복했답니다.

IMG_E6533.JPG 이인성, <다알리아> 1949, 캔버스에 유채 © 네버레스 홀리다


이인성(1912-1950)의 작품입니다. 조선 미술전람회에서 연속 6회 입선(1931-1936), 이후 26세의 나이로 추천 작가에 올랐던,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보배'라는 '지보至寶', '양화계의 거벽巨擘'으로 정평이 난 미술가입니다. 1950년 총기 오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대중에게 잊혔다가 2000년대 초반부터 연구도 나름 꾸준히 있었고,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대규모 전시가 열리면서, 그래도 지금은 아주 생소하진 않으실 거예요.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는 데, 참 색을 잘 씁니다. 대부분 그림 소재가 정물이나 향토색 짙은 정경、인물화인데, 볼 때마다 새로워요. 색도 잘 쓰고 구도도 좋고 그림 톤도 좋아서 '우아하다'라는 느낌을 자주 받거든요.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이 보이고 수채화와 유화를 그렸지만, 안정적이면서 다채로운 색감은 기본이고 구도、소재 채택에서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어 작품을 보면 그가 좋아했던 것들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죠.


<다알리아>는 이번 전시에 출품된 유일한 이인성의 작품입니다. 그가 사망하기 몇 해 전에 제작한 작품으로 정원에 만발한 달리아를 표현한 그림이에요. 풍경화가 이 작품만 있는 건 아니지만 유독 눈과 마음에 오래 남더라고요. 낯섦 속에 익숙함과 편안함을 주는,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그런 그림입니다.


아시나요? 이인성 미술상이 있어요. 서양화가 이인성의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매년 회화 부문의 1명을 수상자로 정하고, 창작지원금과 개인전 개최 지원을 합니다. 역대 수상자가 무려 김종학, 이강소, 김구림, 이건용, 안창홍, 정종미, 홍경택, 이태호, 공성훈, 최민화, 조덕현 등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겠지만 여러분들도 눈여겨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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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권진규, <코메디comedy>1967,테라코타에 채색, (우) 권진규, <곡마단>1966, 건칠(lacquered cloth)© 네버레스 홀리다


함흥 출생의 권진규(1922-1973)는 손꼽히는 우리 조각가입니다. 광복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무사시노 미술학교 조각과에 입학해 부르델의 제자였던 조각과 교수 시미즈 다카시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1953년 일본의 전위적 미술 전람회인 이과전에 입선 및 최고 상을 받으며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어요. 1960년대 한국 화단의 주류는 추상미술이었지만 그는 당시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테라코타와 건칠을 주재료로 자신과 주변 인물들을 소재로 단순화된 형태와 표면의 다양한 질감을 보여주는 자소상, 흉상 등을 제작했죠.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받은 권진규의 작품은 총 24점이지만 이번 전시에는 총 6점이 출품되었고, 그중에는 '자소상(1967)', '손(1963)' 등 그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작품도 있었지만 저는 이 작품들이 마음에 더 들어오더라고요.


그동안 너무 진지한 조소상이나 인체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제목도 재미있고 구성도 독특하고, 이국적인 느낌도 강하고요. 내구성이 강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건칠 부조와 테라코타 작품인데, 서커스나 코미디 등의 주제로 여러 점 제작하였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볼 기회가 많진 않아서 더 반가웠어요. 익살스러운 형태에 전시를 보면서 긴장된 마음도 이완되고 미니어처라도 만들어서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도 든 작품입니다. 권진규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서 그인 줄 알았지 아니었다면 아마, 그의 작품이라고 상상도 못 했을 거예요.

IMG_6578.JPG 김기창, <군마도> 1955, 205x408.2cm © 네버레스 홀리다


이번 기증의 가장 큰 의의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는 점이라고 해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작품 중 1950년대 이전까지 제작된 작품은 960여 점에 불과했고, 특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 소장품들이 많았는데,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그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죠. 김기창(1913~2001)의 대작 <군마도>(1955) 도 이에 해당되는데요, ‘군마도’라는 소재를 즐겨 그린 그답게 그림 속 말들은 미술관 한쪽 벽면을 생동감과 운동감으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여섯 마리의 말이 무리를 이루고 있지만, 어느 방향에서 봐도 동세(動勢)가 잘 표현되었고, 또 운필의 묘미도 살아 있어요. 저도 디테일 컷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실제 크기도 4m 이상으로 압도적인데, 이 작품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폐허를 딛고 재개된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의 추천 위원 자격으로 1956년 출품했다고 해요. 제 사진이 원작의 오라를 담아내지 못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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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유동>1963, 캔버스에 유채, 96.6x130.5cm © 네버레스 홀리다


이번 기증작 중엔 박수근(1914~1965)의 작품 33점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3점이 출품되었고요. 올 11월에 박수근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니 다른 작품들은 그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914년 강원도 양구군에서 태어난 박수근은, 그림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화가입니다.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 진학은 어려웠지만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이어나가던 중, 18세에 조선 미술전람회에 출품했던 <봄이 오다>가 입선되면서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빨래터' 위작 사건을 비롯해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던 작가인 데다, 박완서의 소설 『나목』 속 주인공으로 또 표지로도 그의 작품이 등장해, 그의 그림 스타일을 모르는 분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학한 적 없는 국내파 화가로, 해방 후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국전을 통해 화단에 이름을 알렸고, 가난한 가운데에도 끊임없이 수신하여 자신의 화풍을 정립하고 화가로서 입지를 굳혔으니, 그에게 '국민화가'라는 타이틀이 붙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윤곽선, 여러 층으로 두텁게 덧바른 마티에르의 우툴두툴한 질감, 흑색· 갈색· 회색이 주조로 사용된 그의 그림은 우리 석재의 표면을 연상하게 하죠. 실제로 "늘 나는 우리나라의 옛 석물, 즉 석탑과 석불 같은 데서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끼며, 조형화에 도입하고자 애쓰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그런 전형적인 그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절구질하는 여인>(1954)은 그의 대표작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히는데, 저는 그 옆에 걸린 이 그림이 더 좋더라고요. <절구질하는 여인>이 한국전쟁 직후에 야심 차게 그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입선한 대작이라도요.


박수근은 12세에 우연히 밀레의 ‘만종’을 보고 밀레 같은 화가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해요. “그 시대 여인의 삶이 얼마나 큰 온기를 집안에 불어넣는지”(『내 아버지 박수근』, 박인숙 지음) 일찍이 깨달은 그는, 아기 업은 소녀는 물론 빨래하고 절구질하던 여성들의 모습을 화면에 꾸준히 담았습니다. 화면 속 등장인물도 스타일과 차림새가 같은 여자아이로, 함께 모여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 무리도、 아기 업은 소녀의 모습도 그 당시를 지나온 세대들에겐 어색하지 않은 장면들이고, 또 뭔가 친근하면서도 짠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그림입니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풍부한 이야기가 읽혀서 마음에 더 와닿았어요.


이건희 컬렉션은 다른 지역에서도 인기몰이 중입니다. 서울 외에도 기증받은 지방 미술관은 강원도 박수근미술관, 대구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제주도 이중섭미술관 총 5곳이 더 있거든요. 특히, 전국에서 양구 박수근 미술관 전시가 가장 먼저 대중에 공개되었는데 지금까지도 찾는 이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건희 컬렉션을 받은 미술관들을 답사하는 아트투어도 유행 중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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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기증받은 기방 미술관© 조선일보, 머니투데이


2002년 개관한 강원도 양구 소재 박수근미술관에, 홍라희 여사가 고 이건희 회장의 뜻과 마음을 이어가고자 그의 가족을 대표하여 박수근의 유화 4점과 드로잉 14점을 기증합니다. 2004년 10월, 당시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었던 홍라희 여사가 박수근미술관 개관 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박수근 동상 옆 빨래터 주변 사유지를 매입해 자작나무 숲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고, 그때 기증해 식재 한 자작나무 숲은 현재 박수근미술관을 찾는 방문객들의 힐링 명소로 자리 잡았대요. 자작나무의 꽃말은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던데, 2022년 그 기다림에 꽃이 핀 거죠. 이번에 기증한 유화 작품들은 <아기 업은 소녀>, <농악>, <한일>, <마을 풍경>으로 박수근미술관에서 추후 확보해야 할 주요 소재별 유형의 유화 작품들이라 더더욱 기증의 의미가 컸고, 이로써 박수근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화가 총 17점이 되었죠.


특히 <한일>은 박수근 화백이 1959년 제8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 추천작가로 출품했던 작품으로, 해외에 반출되었다가 2003년 3월 24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되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작품이고, <아기 업은 소녀> 시리즈는 옥션 경매에 잘 출품되지 않는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구입비가 있어도 살 수 없는 그의 대표작입니다. <농악> 역시 1965년 10월 6일부터 10월 10일까지 서울 중앙 공보관에서 개최된 <박수근 유작전> 출품작으로, 1965년 이후 소장처가 확인이 안 되었던 작품 중 하나로, 그동안은 박수근의 장남 박성남 화백이 박수근미술관에 기증한 유작전 슬라이드를 통해서만 알려져 왔다고 해요.


저도 코로나가 좀 안정화되면, 이건희 컬렉션 투어를 계획해볼까 합니다. 혹시 그즈음 마음 맞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희 한번 모여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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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 © 네버레스 홀리다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 김환기(1913~1974)의 작품도 빠질 수 없죠. 근 몇 년 새 가장 유명한 우리 화가이자 대표 미술가이니까요. 김환기의 작품은 <여인들과 항아리> 외에도 <산울림 19-II-73#307>(1973, 264x213cm)이라는 점화가 출품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 김환기의 절정기 점화는 한 점도 없었다는데, 이번 기증품을 통해 컬렉션의 공백을 메워준 중요한 작품이 되었죠. 이 기사를 보고, '그런가?' 생각해 봤더니,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의 절정기 점화는 본 기억이 없더라고요. 의외였어요.


<여인들과 항아리>는 여러 면에서 시선을 잡아둡니다. 일단 정말 큽니다. 거의 높이 3m, 넓이 6m에 달하는 작품이거든요. 거기에 그의 50년대 대표 도상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단순화된 나무, 산, 여인, 항아리, 새, 사슴, 건축물 등 한국적 소재가 가득하죠. 김환기의 점화를 보면서 '벽화 사이즈의 작품은 없었나?'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질문에 훌륭한 답이 되어준 작품입니다. 전 지금까지 그의 가장 큰 작품은 아르코극장 대극장의 무대막(메인 커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원화는 아니지만 가로 17m, 세로 8m로 그의 작품 <새와 항아리>를 수놓은 것으로, 개관 당시 6천만 원의 제작비를 투입했고, 10년에 한 번 정도는 세탁한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후 나온 이 대작은, 1950년대에 조선방직을 인수해 국내 최대 방직 재벌 기업가가 된 삼호그룹 정재호 회장이 퇴계로 자택을 신축하면서 대형 벽화용으로 작가에게 주문하여 제작했대요. 파스텔톤 화면 한가운데에서 뽐내 듯 서있는 사슴의 형상이 무엇보다 주목을 끕니다. 1960년대 말 삼호그룹이 쇠락하면서 미술시장에 나왔다는데, 한때 중앙일보사에 걸려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 실견이 불가능했던 작품으로, 다 함께 감상할 수 있게 되어 너무 좋습니다. 김환기의 2000호의 그림은, 처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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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닭장>,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 네버레스 홀리다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文信. 1923~1995)의 초기 구상 회화 <닭장>은 묘한 매력이 넘칩니다. 같은 벽면에 전시된 작품들의 화풍이 다 이색적이긴 했지만, 특히 이 작품은 그동안 조각가로만 잘 알려진 작가의 초기 회화라 더 인상적이었죠. 우리나라는 1972년부터 시행한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가 있습니다.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 신·증축하는 일정한 용도의 건축물은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1% 이하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함)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의 설치에 사용하거나 직접 설치 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연하도록 한 제도"로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제정되었죠. 2011년 개정된 법에 따라 건축주가 직접 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선택적 기금 제도 도입되었고요. 그래서 일정 규모의 건축물 앞에는 대부분 예술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예전에 세워진 건물들에는 대다수 문신의 작품이 놓여있습니다.( 체감으로는 그의 작품이 제일 많아 보여요.) 그만큼 조각가로서의 그의 인지도와 명성은 대단하죠.


이 작품은 2009년, 마산에서 열린 '조각가 문신의 초기 회화전' 출품작으로, 좌우대칭과 조화、균형의 미가 잘 산 그의 조각 작품과는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참 인상적이었어요. 닭장이라는 소재도 그렇고, 구도도 새롭고, 색감도 그렇고, 묘사 역시 생생합니다. 더운 여름날 시골에서 한두 번은 봤음 직한 장면이라 이질적이지도 않았고요. 문신의 초기 회화 중엔 그가 직접 나무에 부조 조각을 새겨 넣어 만든 것도 있다는데, 이 작품 액자는 평범해서 살짝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언젠가 다른 곳에서 볼 수 있겠죠, 특색 있는 그의 초기 회화 액자를.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 8월 서울관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과천, 청주 등에서 특별 전시, 상설 전시, 보이는 수장고 등을 통해 작품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서울관에서 열리는 현재 전시가 끝나면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해외 거장 작품을, 그리고 2022년 3월에는 이중섭 특별전을 연다고 해요. 덕수궁관의 지금 전시에도 4점의 작품이 있고, 올해 11월 《박수근》회고전에 이건희 컬렉션이 대거 나설 예정이고요. 과천관에서도 내년 4월과 9월에 이건희 컬렉션 X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전을 순차 개막하고, 해외 전시도 기획하는 등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니, 잘 기억해두셨다가 꼭 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겐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우리 명작들도 아직 너무 많거든요. 요즘 전시 관람 비용이 턱없이 올라가고 있는데 국가기관에서 열리니 비용도 저렴할 거고요.(현재는 무료입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속담이 있죠. 사전 정의로는 '떠들썩한 소문이나 큰 기대에 비하여 실속이 없거나 소문이 실제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소문난 잔치도 잔치 나름입니다. 잔치 음식은 풍성하니 좋아요.

하지만 그림에 가려진 다른 이슈들도 꼭 기억하자고요~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Id=202107060001450

http://www.leeinsung.com/page/genius.php

http://www.parksookeu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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