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ngineer Jun 23. 2021

넷플릭스 게이밍은 어떤 모습이 될까? : Part 1

넷플릭스의 게임 산업 진출 기사를 접하며

넷플릭스의 게임 산업 진출 선언?


최근 넷플릭스가 구독 기반 게임 서비스 산업에 진출하고자 관련 인력(Senior Executive)을 채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아래 기사).

넷플릭스는 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기업인 만큼 직접 게임을 개발한 경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리지널 IP(Intelectual Property : 지적 재산권)를 이용한 게임 개발에 관여해 출시한 적은 있습니다. 인기 오리지널 콘텐츠인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시즌 1, 3 공개 시기에 맞춰 게임 개발사 BonusXP와 협력해 기묘한 이야기 게임을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게임은 아니지만 시청자 참여형 인터랙티브 콘텐츠인 '블랙 미러 : 밴더스내치(Black Mirror : Bandersnatch)'와 '맨 vs 와일드(Man vs Wild)' 등을 공개하며 호평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사용자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스토리 전개가 바뀌는 것은 게임이 가진 강력한 장점이자 특징입니다. 영상 콘텐츠에 게임의 인터랙티브 요소를 도입한 시도가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공개해 상업적인 성공을 만든 사례는 넷플릭스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넷플릭스는 직간접적으로 게임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표면적으로 넷플릭스의 게임 산업 진출 의지는 신사업 개척이라는 목적이 뚜렷해 보입니다. 아직 어떤 모습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낼지는 미지수지만 짧은 제 식견으로 넷플릭스 게이밍의 모습을 예측해 보고자 합니다.

시청자 선택을 요구하는 '블랙 미러 : 밴더 스내치'의 한 장면.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집니다.


Step 1 : 마이크로소프트의 뒤를 따른다.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강점을 보입니다.


1) 구독 기반 서비스의 BM(Business Model) 이해도

2) 강력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3) 콘텐츠 개발 업체 발굴/투자 노하우


아직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도와 통찰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지만 게임 '구독' 서비스를 신사업 분야로 보고 있는 만큼 이런 강점은 단단한 기반이 됩니다. 문제는 그 기반 위에 무엇을 얹느냐입니다. 후발 주자이기에 경쟁 상대이자 벤치마킹 대상을 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구독 서비스는 넷플릭스에게 훌륭한 본보기입니다.


게임 구독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는 최근 게임 콘텐츠 사업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XBOX는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에게 8세대 콘솔 경쟁에서 참패를 당했습니다. 7세대 게임 콘솔인 XBOX 360이 큰 성공을 거뒀던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였습니다. 2020년 공개한 9세대 콘솔에서는 Series S와 Series X의 성능을 놀랄 만큼 끌어올렸습니다. 우선, XBOX Series의 파격적인 하위 호환(이전 세대 콘솔의 게임을 최신 콘솔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기능)으로 구세대 XBOX에서 출시한 모든 게임의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최신 콘솔만 있으면 예전 게임을 모두 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줄고 콘텐츠 제공자는 적은 비용으로 콘텐츠 물량을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 5가 대부분의 플레이 스테이션 4 게임에 하위 호환을 지원하지만 플레이 스테이션 3을 포함한 이전 세대 게임은 지원하지 않는 것과 대비됩니다.

또한, 다이렉트 머신러닝 기술(Direct ML)을 도입해 별도의 과금 없이 예전 게임의 리마스터(고해상도화)까지 지원합니다. 그동안 예전 게임을 리마스터해 재출시하며 추가 매출을 끌어냈던 개발사들은 아쉽겠지만 XBOX 유저는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독점 타이틀 보유량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0년에 제니맥스 미디어(ZeniMax Media)를 인수했습니다. 제니맥스를 인수함으로써 엘더스크롤, 폴아웃, 둠, 이블 위딘 같은 전통의 인기 IP를 XBOX에서 독점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니맥스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자마자 백지수표를 제시했다는 일화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 게임 시장 점유 의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신규 콘솔의 압도적인 성능과 독점 콘텐츠 도입 계획은 게임 구독 서비스인 XBOX 게임 패스(Game Pass)로 이어집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얼마 전 신규 독점 IP를 게임 패스로 우선 공개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게임 패스는 월 1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 정책과 모바일을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 지원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모든 XBOX 게임을 언제, 어디서든 저렴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하는 게임 구독 서비스의 시장 선도적 비전입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쫓기 위해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XBOX의 게임 패스는 시공간을 가리지 않는 게임 플레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중요한 건 콘텐츠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게이밍의 시작 플랫폼은 당연히 PC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용 콘솔의 개발은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고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치명적인 리스크도 존재합니다. PC 기반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모바일 원격 플레이 지원만 준비해도 넷플릭스 게이밍의 시작 기반은 충분합니다. 넷플릭스 게이밍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닌 콘텐츠에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제작할 때 매출의 대부분을 콘텐츠와 제작 인프라에 재투자한다는 점은 강력한 성공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아시아 거점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파격적인 고연봉을 내세워 애니메이터를 적극 채용 중입니다. 높은 퀄리티의 오리지널 2D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작해 독점 공개하려는 의도입니다. 실력 있는 콘텐츠 제작사를 물색해 자본만 투입하고 제작에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철학도 콘텐츠 업계에 매력적입니다. 넷플릭스에 콘텐츠 제작자들이 모이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성공의 일등공신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

게임 업계에도 같은 방식으로 게임 개발사와 스튜디오, 인디 게임 개발자에게 투자하고 넷플릭스 게이밍 독점 콘텐츠를 제작하게 한다면 넷플릭스는 게임 업계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임계의 '기묘한 이야기', '하우스 오브 카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같은 작품이 출시되며 넷플릭스 게이밍에 사용자가 모일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발굴 노하우가 게임에서도 발휘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게이머가 아닌 넷플릭스 사용자까지 게임 콘텐츠 소비자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도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을 시작했을 때 '왜 우리 영화를 극장이 아닌 인터넷에 먼저 상영해야 하는가?'라는 영화 업계의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넷플릭스 스트리밍 초창기에는 상영이 끝난 지 오래된 영화만 시청자에게 제공됐습니다. 물론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크게 성공하며 회의적인 시선은 사라졌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히려 콘텐츠와 콘텐츠 제작자가 넷플릭스로 몰리는 패러다임 대전환이 일어났습니다.

넷플릭스 게이밍 초창기에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다른 플랫폼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츠 위주로 구독 서비스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중에 추가될 양질의 '독점' 콘텐츠입니다. 독점 콘텐츠가 재미있다면 사용자는 알아서 모이고 평가는 손바닥 뒤집듯이 바뀝니다. 게이머란 그런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영상 콘텐츠에서 그랬듯이 '독점 콘텐츠 - 사용자 증가 - 매출 발생 - 재투자 - 독점 콘텐츠'의 선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넷플릭스가 게임 콘텐츠를 어떻게 발굴하느냐에 따라 게이머의 평가는 빠르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Part 2에서 계속 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게임 기획자 취업기 Ep.03 : 10년 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