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작 사인회보다 먼저 필요한 건 ‘구매’입니다. 책이 팔려야 사인회를 하든 말든 하죠.
저는 요즘 ‘책팔이 인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 글의 조회수부터 확인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유툽영상… 조회수는 올라가는데 책 판매량은… 음…
제가 보기엔 조회수와 판매량은 전혀 다른 은하계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는 저를 믿고 1쇄 2,500부를 찍었습니다. 계산해 보니 대략 3,000만 원어치의 ‘믿음’입니다. 그러니 저는 이 믿음을 ‘판매’로 갚아야 합니다. 목표는 5,000부. 이건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출판사와의 생존 약속입니다.
출판 유통 구조를 배우며 알았습니다. 베스트셀러 매대에 책 하나 꽂히는 게 신의 한수이거나 바늘 구멍보다 어렵다는 걸요.
교보문고 매인 광고에 나오는 것은 한달에 천만원, 매대에 전시되는 것은 한달에 200~300만원, 그런데 돈이 있다고 하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대형출판사들이 1년간 매대를 모두 사버려서 돈이 있어도 못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건 거의 책이 아니라 ‘고급 부동산 평대 분양’ 장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이혼 주제면, 이혼한 사람만 보나요?” 아닙니다. 제 책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관계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주는 책입니다. 다만… ‘이혼’이라는 단어가 표지에 박혀 있으면 손이 쉽게 안 가는 건 이해합니다.
사람들이다 나만 봐~~ 할거라는거(사실 사람들은 크게 관심 없어요!) 그래도 저는 더 책을 팔아야 합니다. 제 책이 표지를 뚫고, 마음속으로 들어가도록.
요즘 저는 SNS에서, 모임에서, 심지어 동네 시장 단골 마트에 가서도 “혹시 제 책 보셨어요?”를 외치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팔기 위해서는 부끄러움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지워야 하거든요.
출판사 사장님은 내년까지 홍보를 같이 해 주시겠답니다. 그 말에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 나는 내년까지 책팔이 인간이구나.”
결론은 간단합니다. 저는 지금, 책팔이 인간입니다. 책을 파는 건 제 생존이자 출판사에 대한 예의입니다. 그리고… 제 책은 이혼과 상관없이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주세요. 책 한 권 사 주시면, 저 이제 책팔이 그만하고 다시 글쓰는 인간으로 돌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