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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겐 '한강' 작가의 정서가 있다.

by 김정희


노벨 문학상: 인류의 상상력을 기리는 최고의 무대

노벨 문학상은 단순히 문학상을 넘어선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와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계에 대한 경외, 그리고 우리가 가진 창조적 가능성에 대한 헌사이다. 매년 10월, 전 세계의 문학 애호가들이 숨죽이고 기다리는 이 상은 스웨덴의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유산으로 1901년부터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상은 단순히 특정 작품 하나의 완성도를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가 그의 삶을 통해 그려온 문학적 궤적, 즉 인류와 세계를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선,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언어의 미학,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감동의 깊이를 인정받는 것이다. 수상자의 이름이 발표될 때마다 우리는 작가가 창조한 세계를 다시 들여다보며 문학의 본질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노벨 문학상은 특정한 주제나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러나 종종 세계가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문제들, 이를테면 전쟁과 평화, 인종과 차별, 인간의 고독과 사랑, 그리고 변화와 혁명의 순간들을 가장 날카롭게 포착해낸 이들이 수상자로 선정되곤 한다. 예컨대, 전쟁의 참혹함을 기록한 헤르타 뮐러(Herta Müller),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그리고 마법 같은 사실주의로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 등이 그러하다.


물론, 노벨 문학상은 늘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누구를 뽑았느냐보다 누구를 제외했느냐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프란츠 카프카, 레오 톨스토이, 제임스 조이스 같은 이름들이 명단에서 누락된 것을 두고 오늘날까지도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벨 문학상은 문학이 가지는 힘과 가치를 재확인시키는 가장 영향력 있는 상임에는 틀림없다.


문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다. 그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하며, 때로는 잊었던 진실을 꺼내어 보여준다. 노벨 문학상은 그러한 문학의 힘을 일깨우는 상징이다. 이 상을 통해 우리는 매번 새로운 목소리와 마주하며,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지 생각하게 된다.

결국, 노벨 문학상은 단순히 작가의 이름을 빛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전 세계 독자들에게 문학의 중요성과 그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우며, 인류가 가진 창조적 유산을 함께 축하하자는 초대장과 같다. 매년 그 초대장을 받아든 우리는 그 어떤 시대에도 문학이 여전히 우리를 연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본 문학인은 두번이나 이 상을 탔음에도 우리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상 소감을 한번 비교해 보자.


1. 가와바타 야스나리 (川端 康成, Kawabata Yasunari)

수상 연도: 1968년

대표작: 《설국》, 《천학》, 《이즈의 무희》

철학과 문학적 특징

:가와바타는 일본 전통 미학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여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작품은 일본의 전통적인 아름다움, 자연, 감정의 섬세함을 묘사하며, 삶과 죽음, 고독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 특히 《설국》에서는 "눈이 내리는 고립된 산골"을 배경으로 인간의 쓸쓸함과 사랑의 덧없음을 섬세한 문체로 표현했다.


가와바타의 철학은 일본의 전통적인 미학, 특히 **'와비사비(侘寂)'**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는 불완전함 속의 아름다움, 무상의 철학, 그리고 감정의 함축적인 표현에 주력했다. 그의 문학은 독자들에게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성찰하도록 만든다.


인간실격의 다자이 오사무와 그의 연인등이 그의 무덤에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도 유명하고, 일본 문인들 상당수가 그의 무덤에서 자살을 시도 했다.


수상소감

"아름다운 일본의 나" (196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 중에서)

"저는 일본 문학의 대표자로서 이 상을 받은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제 작품은 일본 문학의 전통이나 깊이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음을 인정합니다. 제게 이 상이 주어진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와 그 문학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며, 저는 그 무게를 깊이 느낍니다.


일본 문화는 자연과의 조화, 단순함 속의 깊이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제가 이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그러한 일본적 가치가 세계 문학에서도 공감대를 얻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전통 미학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무상(無常)의 철학은 삶과 죽음의 본질을 깨닫게 합니다. 저 또한 그 감각을 바탕으로 작품을 써왔습니다.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빛나는 것입니다.


저는 불교, 특히 선(禪)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선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세계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르칩니다. 제 작품 속 인물들은 이러한 철학적 기반에서 삶을 성찰합니다.


일본의 시와 문학은 간결하지만 함축적인 아름다움을 지닙니다. 그것은 언어의 이면에 숨겨진 감정을 담아내며, 한 줄의 시 속에서도 우주를 포착하려는 시도입니다. 저의 문학은 그러한 일본 문학 전통을 작은 부분이라도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2. 오에 겐자부로 (大江 健三郎, Ōe Kenzaburō)

수상 연도: 1994년

대표작: 《개인적인 체험》, 《익사》, 《사육》

철학과 문학적 특징

:오에는 현대 일본 사회와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정체성과 도덕적 혼란을 주요 주제로 다루었으며, 개인과 사회의 갈등을 깊이 있는 문학적 시선으로 분석했다.


특히 오에는 자신의 아들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다. 그의 작품은 자전적 요소가 강하며, 개인적인 고뇌와 사회적 책임을 연결짓는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오에는 서양 철학과 문학의 영향을 받았지만, 일본적 세계관을 융합하여 "개인의 고통과 구원"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뤘다. 그의 문학은 전쟁, 핵 문제, 장애인 인권 등 현대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다.


수상소감

"애매함의 옹호"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연설 중에서)

"저는 일본이라는 나라와 현대 세계 속에서의 위치에 대해 항상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감정을 가져왔습니다. 일본은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세계관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저의 문학은 이러한 혼란과 복잡성 속에서 태어난 산물입니다.


저는 전쟁과 핵폭탄의 참상을 목격한 세대입니다. 그 경험은 제 문학의 뿌리가 되었고, 인간의 고통과 구원, 그리고 연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제가 아들의 출생을 통해 경험한 '삶의 취약성'은 제 작품의 중심 주제 중 하나입니다.


일본의 문학 전통과 현대적 서구 문학은 제게 상호 보완적이었습니다. 저는 일본 문학의 섬세함과 서구 문학의 분석적 깊이를 결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문학은 한 국가의 경계를 초월하여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탐구하는 도구입니다.


제가 '애매함의 옹호'라는 제목을 선택한 이유는 이 애매함이야말로 현대 세계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문학은 단순한 답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과정입니다."


실상은 선배의 일본에 대한 찬양을 정면으로 반박한 연설 문으로 읽히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상 수상 소감

제가 여덟 살이던 날을 기억합니다. 오후 주산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비가 너무 세차게 내리자 20여 명의 아이들이 건물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도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처마 밑에 또 다른 작은 군중이 보였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 제 팔과 종아리를 적시는 습기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습니다. 저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는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나’로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요.

저와 마찬가지로 그들 모두 이 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제 얼굴에 촉촉이 젖은 비를 그들도 느끼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1인칭 시점을 경험하는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글을 읽고 쓰면서 보낸 시간을 되돌아보니 이 경이로운 순간이 몇 번이고 되살아났습니다. 언어의 실을 따라 또 다른 마음 속 깊이로 들어가 또 다른 내면과의 만남.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질문을 실에 매달아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 그 실을 믿고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알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이 던져온 질문이며,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잠시 머무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으로 남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요? 가장 어두운 밤, 우리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묻는 언어,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과 생명체의 일인칭 시점으로 상상하는 언어, 우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언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언어를 다루는 문학은 필연적으로 일종의 체온을 지니고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문학을 읽고 쓰는 작업은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되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문학을 위한 이 상이 주는 의미를 이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민족에겐 한강 작가의 정서가 있다.

나를 내세우는 수상소감보다 나라를 내세우는 수상소감보다 우리 속에 있는 정서와 우리 속에 있는

마음을 연결하는 언어로서 문학을 이야기 한다.


"세상은 왜 이토록 잔인하며 또한 이토록 아름다운가" 라는 서사로 시작해서 그녀의 모든 글은 읽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다시 처음부터 읽독을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과연 노벨상을 받을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문장이 섬세하고 예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헤어지지 않는다에서


"어디서부터 모든 게 부스러지기 시작했는지.

언제가 갈림길이었는지.

어느 틈과 마디가 임계점이었는지.

어떤 사람들은 떠날 때 자신이 가진 가장 예리한 칼을 꺼내든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가까웠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상대의 가장 연한 부분을 베기 위해."


이런 문장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꾹꾹 눌러 놓았던, 사실들을 마주한다.

핍박 받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권력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스러져간 사람들의 유서 같은 그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인간의 존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어 나가는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여 늘 침략을 받아왔고, 우리 민족은 흔히 민초라 불리우며 질긴 생명력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이어오면서 끈질기에 성장하고 발전하여 왔다. 그런 역사적 사건속에 개인은 한낱 스러져가기 일수이며, 풀처럼 폭은 잡초처럼 취급되어 왔지만, 이 나라를 떠 받드는 든든한 기둥 또한 이름없는 민초인 것이다.


민초에 바람이 불때는 일제히 방향을 같이 한다.

살아내기 위한 본능적인 흔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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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에겐 '한강' 작가의 정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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