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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May 12. 2024

비와 함께 발레

콘서트 발레 백조의 호수 후기

두 달 전 예매해 두었던 문화생활을 하는 날


토요일은 내가 일하는 날인데 상사분께 미리 말씀드리고 일찍 퇴근 했다.

혼자 공연을 보러 가는 길. 우산을 써도 흩날리는 빗방울을 다 막을 순 없었지만 그 마저 상쾌하게 느껴졌다.


12~3년 전 엄마와 함께 '지젤'이라는 발레 공연을 2층 끄트머리 좌석에서 관람한 후 클래식 공연, 발레 공연이 주는 감동을 알았다. 저렴하게 본다고 잘 보이지 않는 자리를 예매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발레리나들은 아름다웠고 생생한 오케스트라의 선율은 나를 벅차오르게 했다.  엄마와 함께 그 시간을 보냈던 것이 좋아서 더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른다.


먼 훗날 내가 딸을 낳게 된다면 딸과 함께 발레 공연을 보러 가야겠다 생각했고 몇 년 전부터 연말에나와 딸을 위해 호두까기 인형 발레공연을 예매한다.




혼자 관람할 공연은 콘서트 발레 '백조의 호수'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는 공연 전 악기 튜닝하는 시간. 공연장을 채우는  '라' 또는 '레' 튜닝음을 들으며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입장했지만 잠시 뒤 웅장한 서곡 시작되자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멋지고 좋은 것을 보면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와 함께 한 아름다운 추억은 어디 있나.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슬펐다.

아빠 내가 서로 무엇을 좋아하며 살았는지를 모르며 이별한 것이 마음 아프게 한다. 아이들에게는 그런 마음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본다.



콘서트 형식의 발레 공연이라 오케스트라가 무대 밑에 있지 않았다. 연주만 하는 시간도 있었는데  작은 공연장이라서 파트 별 연주 장면도 가까이 보였기 때문에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속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을 직관하는 기분이었다. 1열 에서 관람하신 분들은 발레리노, 발레리나의 숨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발레리나들의 아름다운 움직임에 반짝이는 스커트가 반박자 정도 약간 느리게 휘날리는 모습이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조들의 군무

11마리의 백조들이 겨우겨우 힘겨운 날갯짓을 했다고 해야 할까. 좁은 공간에서 서로의 무대를 방해하지 않으며 열중하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 멋있었다. 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했어야 했을까.

영화 블랙스완의 장면 장면이 떠오르는
흑조의 코다

피날레에서 터지는 열정적인 연주와 백조들의 아름다운 몸짓. 무대의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연주자와 무용수들  최고의 순간을 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어릴 적 지경사 핑크빛 발레슈즈라는 책에서 글로 읽었던 백조의 호수 안무를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어 행복했다.




나의 장점 중에 하나는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고, 행복하게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에 큰 무대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다면 나는 기꺼이 보러갈 것 같아 벌써 기대된다.


비 내리는 귀갓길.

귓가에 흐르는 음악까지 완벽한 오늘 하루를 만든 모든 상황에 감사하려고 후기로 남겨본다.


2024년 5월 11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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