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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님 May 10. 2024

떡볶이에게 복수를

 달짝지근하며 감칠맛 나는 떡볶이


떡볶이라는 글자만 봐도 군침이 돈다.

아는 맛이라 더 포기할 수 없는 그것.   


고추장, 설탕, 떡, 어묵... 탄수화물 더하기 탄수화물인  떡볶이는 이어트의 적이지만 튀김, 김밥, 순대 무엇을 같이 먹어도 맛있다. 심지어 떡을 건저 먹고 남은 국물에 볶음밥까지 해 먹을 수 있고, 특정 브랜드의 떡볶이는 자장면과 콜라보해도 맛있다!

더불어 같이 먹는 그 수많은 음식들을 다 아우르는 환상적인 베이스!


나는  떡볶이에게 복수를 고 있다.

아주 긴 세월 동안.


한 번도 여유롭게 살아 본 적 없던 우리 집은 내가 국민학교 학년이 되었을 때 더욱 가난해졌었다. 제주도에서 일하시던 아빠가 무직자로 집에 돌아오시게 되었을 때 막 대학생이 된 작은언니학교에서 과자 한 봉지로 점심을 대신할 때가 더 많았고,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든 K장녀 우리 큰언니의 적디 적은 월급은 생활비로 다 써져야만 했다.


다행히 시골에서 보내주는 고추장과 묵은쌀이 있기에 굶지는 않았지만 매번 비벼 먹는 밥이 지겨워서  라면 사 먹고 싶다고 엄마 어렵게 말을 꺼냈을 때 단번에 돈이 없어서 안된다고 했을 만큼 집안 사정은 어려워졌다.


 언니의 학비며 우리 생활비 모두 빚이 되었 내가 기억하는 내 인생에서 제일 가난한 시절이었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는 아이 걸음으로 왕복 5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 학교 후문 앞에 다닥다닥 붙어있던 작은 문구점들 하교시간 즈음엔 하나같이 떡볶이를 팔았었다.


지금의 위생기준으로는 놀랄 만큼 형편없는 위생 상태, 어묵 하나 없이 희멀건한 밀떡에 미원 맛이 강한 국물떡볶이였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매일 하교 시간에는 떡볶이 먹으려는 아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었다.


 각자 떡볶이 그릇을 들고 서서  먹고 문구점에서 파는 작고 뚱뚱한 페트병에 담겨있는 탄산음료를 사서 걸어가며 마시는 것이 대부분의 아이들 하굣길 간식 코스였다.


하지만 따로 받는 용돈이 없던 나는 그 코스에 낄 수 없었다. 매번 같이 걸어가는 친구들 옆에 멀뚱히 서서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걸어가는 내내 친구들의 음료수를 부러워할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은 먼저 집에 가기도 했지만 또래와의 소속감이 중요했던 시기 혼자 걷는 내 모습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10원에 1개, 100원에 11개를 살 수 있었던 사탕을 100원어치 사서 하굣길에 한 개씩 먹었다. 그 사탕은 작지만 돌만큼 단단해서 절대 깨 먹을 수 없었다.


친구들이 떡볶이를 먹을 때에는 입에 사탕이 있어서 못 먹는다고 하고 옆에서 기다렸다. 단단한 그 사탕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친구들이 허겁지겁 떡볶이를 다 먹 200원짜리 미니 콜라패트를 마시는 동안 옆에서 침만 삼키며 처량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했다.


개별 표장이 되어있지도 않은 사탕 11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주머니에 두고 매일 한 개씩 빼먹던 기억..


그 기억에는 언제나 떡볶이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내가 나중에 크면... 커서 돈을 벌면 꼭 떡볶이 많이 많이 먹어야지. 질릴 때까지 매일 사 먹어야지.....

아주 떡볶이 씨를 말려야지!!






나는 돈을 버는 어른이 되었다.


어느 날 동네 떡볶이집에서 떡볶이를 사 먹다가  그때 생각이 났다. 이상하게도 퇴근 길만 되면 떡볶이가 너무너무 먹고 싶어 져서 1년간 매일매일 떡볶이를 사 먹었다.  어린 시절 그토록 먹고 싶었던 떡볶이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복수의 끝은 행복하지 못했다.

내장비만과 과체중이라는 큰 내상을 남겼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미련이 많이 남았다.  하굣길에 함께 했던 사탕이 십리 사탕이라는 이름으로 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남모를 울컥함과 동시에 떡볶이가 생각났다.


위험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떡볶이는 잊어보려 해도 잊히지 않는 첫사랑처럼 자꾸자꾸 나를 유혹한다.

 이상 복부비만이 악화되기 전에 이 맛있는 적을 향한 복수의 마음을 접야 한다.


딱 오늘 밤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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