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이었나 유튜브에 추천으로 뜬 옛날 드라마 제목만 보고 혹시 원작이 있을까 검색해 보니 소설이 있길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하였습니다. 1년여 동안 읽지 않고 묵혀두다가 책을 펼쳤는데 너무 재미있네요.
1954년 4월부터 55년 초까지의 이야기 육이오 이후의 삶들이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길중이 정도의 나이었겠구나.)
누구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생생한 등장인물들. 1954년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 같은 기분은 김원일 작가님의 섬세한 표현력 때문이겠지. 길수에 대한 부분은 나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고 유튜브에 남아있는 드라마 요약본을 보았습니다. 드라마 원본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고로 구입했지만 내 책이라서 다시 맘껏 읽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몇 십 년이 지난 글이지만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남긴 작가님들은 예전글에 대한 새로운 찬사를 받을 때 어떤 기분일까요. 오래 읽히고 기억되는 글을 남긴 분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보장하고말구요. 제 말만 듣구 길남이를 한번 믿어보세요. 한주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무엇을 믿고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의 말은 따뜻한 물처럼 내 마음을 데워주었다.
- 무슨 욕망보다두 권력욕이 무섭다는 건 세계 정치사가 잘 말해주는데, 그 욕망이야말루 상위 개념이라 자잘한 다른 모든 욕망을 한꺼번에 충족시켜주니깐요.
- 이 땅에서 전쟁과 같은 폭력 혁명을 신봉하는 자들은 무조건 사라져야 한다구 봅니다. 우리 전우가 목숨 바쳐가며 어떻게 지켜온 자유입니까.
- 맞아유. 미국과 소련으 체면 살리는 대리 전쟁을 치르는 사이 녹아나기는 우리 민족과 이 강산뿐이었수. 양쪽 다 다른 나라가 만든 무기루 열심히들 싸웠수.
- 난 늘 내 한 팔을 고향 땅에다 묻어두구 왔다구 생각하우.
-그네는 버들피리 소리내듯 빌릴리 방귀를 흘렸다. (ㅋㅋㅋㅋㅋ 방구 소리 상상되어 너무 웃긴다)
- 육이오의 포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지만, 육이오가 끝난 것은 아니다. 남북 분단으로 인해 발생한 비극은, 남북 분단 상태가 그대로 머무른 채 남아 있음으로 해서 여전히 현존한다. (해설 중).
- 그 이웃들을 떠올리며 가난은 절망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희망으로 가는 길로, 마당이 깊었던 집의 남루한 삶은 언젠가 언덕 위의 집처럼 푸른 하늘과 더 가까이 살고 싶은 사람들의 꿈이 서렸던 집으로 그리고 싶었다. 세월이 변한 지금도 집 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런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하기에 오늘의 슬픔과 고단을 힘겹게 이겨내며 열심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