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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영재고사 준비는 이렇게 하세요.

by 다이앤선생님

초등 영재 교육기관에는 학교 자체 내에서 운영하는 영재 학급, 교육청이 주관해서 운영하는 영재원, 서울대나 카이스트 같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원 있다.

아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진짜 영재교육기관은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원이겠지만 합격하기가 매우 어렵고 과제 수준도 높아서 함부로 도전하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내가 가르쳤던 학생 중에는 카이스트 글로벌영재원에 다니는 학생이 딱 한 명 있었는데 그 아이는 학업, 인성, 사회성이 완벽한 아이였다. 선행학습을 많이 한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붙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경시대회를 휩쓸고 다니던 다른 아이는 떨어지고 결국 그 아이가 붙었다. 그걸 보고 선생님들은 대학교 영재원은 학업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나름의 선발 기준이 있는 것 같다고 수군대기도 했다.


현재는 카이스트에서는 수학고도영재 교육 외에 사이버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강료만 내면 누구나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어서 나름 인기가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서 아이가 중간에 포기하는 바람에 결국엔 엄마의 숙제가 되었다는 슬픈 에피소드가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한다.

대학교 영재원 입학이 어려운 만큼 학부모들의 관심은 교육청 영재원에 쏠려있다. 선발 인원도 많고 열심히 준비만 하면 얼마든지 붙을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에 공부 좀 한다 싶은 초등학생은 너도나도 지원한다.

아쉽게도 학교 영재학급은 방과후 학교 수강쯤으로 전락해 버린 곳이 많아서 학군이 아주 좋은 편이 아니라면 굳이 이수할 필요가 없다. 다행히 단위 학교 영재 이수기록이 없어도 얼마든지 교육청 영재원에 지원할 수 있다.


이제 다음 달이면 교육청 영재원 모집공고가 날 것이다. 곧 교사의 추천저를 받고, 12월이 되면 영재교사를 치르게 된다.


나는 교육청 영재 강사로서 영재들을 직접 선발했었다. 좋은 학군지의 영재 학급을 직접 운영하면서 표창도 받아봤다. 그래서 영재 고사가 대략 어떤 문제로 구성되는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


일단 수학 파트는 선행 학습으로 풀리는 문제가 수두룩 하다. 공식을 적용하지 않아도 풀리는 문제인 건 맞는데... 공식을 쓰지 않고 풀다 보면 시간이 부족해서 뒷장을 못 푼다. 그래서 중학교 2학년 수준 정도의 선행학습은 미리 해두는 게 무조건 유리하다. 공식을 적용해서 풀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따져서 풀든 어차피 채점 기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하나의 문제를 정성껏 풀기보다는 여러 문제 중에서 자신이 풀 수 있는 문제를 선택적으로 공략하여 제한 시간 내에 많이 푸는 게 유리하다. 개인적으로는 시중에 나와있는 고난도 문제집을 꾸준히 푸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고 수준 수학이나, ebs 만점왕 수학 고난도 같은 문제집을 풀면서, 선행으로 쎈 중학 수학 문제집을 같이 풀면 되겠다.


과학의 경우에는 선행이 필수가 아니다. 수학은 공식을 몰라도 어찌어찌 풀 수 있다는 논리로 어려운 문제를 낼 수 있지만, 과학은 학년 범위에 넘어서는 문제를 내지 않으려면 초등 교과에 나오는 내용으로만 문제를 내야 한다.


과학은 개념을 묻는 질문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지층이란 무엇인가요?'와 같이 단어 자체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하고, '죽은 모든 생물이 화석이 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요?'와 같이 화석의 개념과 화석이 되기 유리한 조건을 동시에 묻는 복합 질문이 나오기도 한다. 아니, 이거 너무 어려운 거 아니야? 싶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 서술형 질문은 요즘 초등 과학 문제집에 다 나온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문제집을 풀 때 서술형 질문을 풀지 않고 넘어가거나, 간단히 몇 가지 단어만 적어내서 제대로 풀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술형 질문에 관한 답을 제대로 쓸 정도가 되어야 영재 고사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일단 과학은 개념을 아는 게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간단한 과학 용어의 정의는 외우고 들어가야 한다.

시중의 과학 문제집에는 왼쪽 같은 요점 정리가 있다. 이 요점 정리를 외워서 오른쪽에 있는 빈칸을 채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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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문제집을 꽤 만들어본 입장으로서 집필진들은 실제로 위 개념을 달달 외워서 문제를 만든다. 과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는 말은 5지 선다 문제에만 해당되는 것이지, 서술형 논술형 문제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자고로 암기가 바탕이 되어야 응용이 되는 법이다.


아주 간단한 질문이지만 '화석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화석은 지층에 남아있는 생명체의 몸체나 흔적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아이는 몇이나 될까? 대답만 잘할 수 있어도 면접고사는 최상위권 점수를 얻는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작게 말해도 무조건 고득점이다. 목소리를 크게 당당하게 말하는 건 부가적인 요소일 뿐 영재 고사는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집에서 크게 대답하는 연습을 하기 전에 4~5학년 과학교과서를 보면서 개념부터 외우고 들어가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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