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삶이 소중하지 않을까? 나와 너, 우리 모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이기에, 매일 자신만의 드라마를 써 내려가고 있다. 때로는 나의 삶이 가장 특별하고 유난히 극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조용히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나만이 태풍과 폭우 같은 시련을 걷고 있다고 여겨진다. 폐업의 위기, 예상치 못한 질병, 중년에 찾아온 변화의 굴곡 속에서 혼자만의 고통이라 믿으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그러나 문득 시야를 넓혀 세상을 바라보면, 내가 겪는 일들이 사실은 다른 이들의 삶과도 닮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 각자에게는 고유한 인생이지만, 고통과 기쁨의 과정은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어린 시절 “울다가 웃으면 털이 난다”라고 놀림받던 기억처럼, 삶은 울고 웃는 일의 연속이다. 졸업을 하고, 사랑을 하며, 실패를 겪고, 상실을 느끼는 그 반복 속에서 각자 자신만의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살아간다. 나는 내 안에 갇힌 감정들이 극적으로 느껴지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건, 그 감정들 또한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서사라는 점이다.
때때로 나의 시선을 타인에게 돌려보는 것이 큰 위안을 주었다. 예를 들어, 남편이 병을 앓고 혼자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그녀는 분명 자신의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고난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자조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한 발 물러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그녀의 해안은 나에게도 큰 깨달음이 되었다. 나만의 극적 서사가 아닌, 보편적 삶의 한 장면으로 내 경험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내 삶의 굴곡도, 타인의 삶과 이어진다는 사실은 묘한 안도감을 안겨주었다.
어느 소설가는 “모든 사람의 삶은 하나의 소설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가 무심코 넘겼던 일상 속 작은 사건들도 소설의 한 장면처럼 흥미롭고 극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그 소설은 특정 개인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사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지만, 그 이야기들은 타인에게도 닿을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오늘도 나는 손가락 끝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며 나의 삶을 기록해 본다. 바이러스로 인해 느꼈던 두려움, 경제적 손실로 인한 고통, 사랑과 상실이 남긴 여운들… 모두 나만의 것이 아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이제는 안다. 이러한 깨달음은 내 삶을 한층 너그럽게 바라보게 하고, 고난의 순간조차 타인과의 연결점으로 느껴지게 한다.
나의 삶이 유일무이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그 안에 담긴 보편성을 인식할 때, 삶은 더 넓고 깊게 다가온다.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이라 느끼기보다는, 내가 경험하는 것들이 곧 우리 모두가 겪는 삶의 일부분임을 이해할 때, 나는 조금 더 조화롭게 세상과 어우러진다. 내 고난의 이야기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닌, 인간의 한 부분임을 깨달으며 오늘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