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로 살면서 가장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말들 중 하나가 "넌 참 재밌게 사는 것 같다"였다. 맞다.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건 참 재밌다. 나는 회사 생활도 퍽 재밌게 했지만,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건 그보다 좀 더 재밌다. 여행을 좋아하고,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디지털 노마드는 내가 바라는 삶의 이상향 중 하나였다.
수입적인 측면에서도 회사를 다닐 때보다 훨씬 낫다. 여러 자유를 얻으면서 수입도 늘었으니 나름 안정적인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을까?
회사로부터 독립을 해 디지털 노마드 생활에 안착하기까지에는 여러 물음이 따른다. 특히 회사 생활의 안정감을 맛보고 있다면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용기와 결단력은 물론 어느 정도 힘들 것에 대한 각오 또한 필요하다.
퇴사를 하고 나만의 일을 준비하고 있다면, 나 자신에게 질문을 잘 던져야 한다. 무턱대고 준비 없이 회사를 퇴사한다면 정말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수도 있다. 퇴사를 고민하고, 노마드 생활 혹은 프리랜서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면 아래 질문에 먼저 답을 해보자.
1. 퇴사 후 돈을 벌 수 있는 나만의 무기가 있는가?
디지털 노마드의 자유를 누리려면 먼저 돈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잔인하고 딱딱한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돈은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를 살려면 돈이 무조건 필요하다. 회사에서는 내가 일을 잘하건 못하건 쉽게 짜를 수도 없고 월급을 안 줄 수도 없다.
하지만 회사에서 나오는 순간 이제는 내 이름을 걸고 돈을 벌어야 한다. 회사라는 이름을 빼고도 내가 돈을 벌 수 있는지 냉정하게 고민하고 또 알아봐야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먼저 사이드프로젝트를 하거나 부업을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테스트 해보는 것도 좋다. 퇴사 전에 미리 외주를 받아놓고 퇴사를 한다면 퇴사 후에 조급할 일도 적다.
회사를 그냥 월급만 받고 일을 하는 곳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회사를 내 능력을 키우고 테스트 해보는 장으로 여겨야 한다. 나는 전 회사에서 배운 것으로 지금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고 있다. 전 회사에서 콘텐츠 마케팅에 대해서 배웠고, 그것으로 지금 마케팅 업무를 하며 돈을 벌고 있다.
그리고 전 회사에서 일을 따와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또 내가 퇴사를 한다고 하자 아시는 분이 연락을 와서 일을 맡겼다. 내가 할 수 있는 '마케팅'이라는 무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무기로 돈을 만들 수 있었기에 디지털 노마드 생활의 시작이 가능했다.
회사를 퇴사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자.
2. 나는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가?
디지털 노마드라고 하면 여행하면서 일을 하는 자유로운 모습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사실 디지털 노마드는 개인사업자다. 나 자신을 사장님으로 생각해야 한다. 능력 없는 사장은 굶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디지털 노마드는 기본적으로 일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휴양지에 가서도 일을 해도 정신적인 타격이 없을만큼 일을 좋아해야 한다.
내가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하면서 딱 한 번 회사에 돌아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이유가 바로 '일이 너무 힘들어서'다. 내 이름을 걸고 일을 한다는 것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배로 힘들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야 한다. 일을 따오기 위해서 일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또 일을 좋아해야 한다.
단순히 자유롭고 싶다면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워커홀릭 기질에 일 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만이 오래오래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할 수 있다.
3.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기 통제력, 시간관리에 자신이 있는가?
디지털 노마드로 살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자기 통제력, 시간관리 이 3가지가 꼭 필요하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면 누군가가 나 대신 커뮤니케이션을 해주거나 아니면 회사에 소속된 입장으로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앞세워 소통할 일이 거의 없다.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면 나 자신을 스스로 대변해야 한다. 그렇기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적이다. 같은 실수라고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따라 그 실수가 어떻게 비춰지는가는 천지차이다.
또 하나는 자기 통제력이다. 이는 뒤에 시간관리와도 연관된다. 디지털 노마드라고 시간을 마구 자유롭게만 쓸 수는 없다. 자기만의 루틴을 지켜야 하고, 일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는 일과도 연관되고 건강과도 직결된다. 어디에 소속되지 않아도 강제 되지 않더라도 기상시간을 지키고 업무 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 할 줄 알아야 한다. 나에게 이런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 미리 자문해보자.
디지털 노마드의 세계는 마냥 자유롭지 않다.
디지털 노마드의 세계는 치열하고 때론 고되다.
내 인스타그램에만 해도 해쉬태그 #디지털 노마드를 걸어두고 바다 옆에서 노트북 하는 사진을 올리며,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 볼 줄도 알아야 한다. 바다 옆에서 룰루랄라 노는 게 아니라, 일을 하는 삶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버거운 삶이 될 수도 있다. 노트북 한 대의 무게보다 수십배 무거운 고된 삶을 가끔은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소한 용기와 마인드의 전환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신만의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결국 회사는 우리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나의 삶을 책임질 사람은 오로지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