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훨씬 좋았던 틴더남과의 인만추 실망스러운 자만추 데이트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34일째

영 실망스러운 데이트를 마무리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 자신을 위해 상큼한 주스라도 사줄거야!

라는 마음으로 정말 스페인와서

푹 빠져 지내는 마트에서 파는 저렴하고 신선한

과일쥬스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왜 이번엔 이토록 불편했을까?


확실히 저번 틴더남이 매너있고 배려심 깊었던 건 맞는데

애초에 초반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으려 했던 마음,

그리고 상대방에게 계속 조심스런 태도와 친구로

먼저 알아가고 싶다고 명확하게 선을 긋는 태도때문에

상대방이 알아서 먼저 조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내가 잘 만들었었다면,




이번엔 내가 왜 그랬는지 몰라도..

얼마 얘기를 나눠보지 않았지만 괜찮은 애인것 같단 생각,

주변 사람들도 다 애가 착하고 좋아보인다고

하도 얘길 해서 나도 모르게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그의 엄마와는 숙소를 나눠쓰면서 친해졌고,

            그 어머니 성격이 너무 좋으셔서 당연히 그 친구랑도

잘 통하겠거니 라고 그냥 어림짐작을 해버렸다.)


그래서 그 애가 곧 바르셀로나에 오는데

음성메시지로 혹시 와서 숙소 없으면, 내 방에 와서 자도 되.

라는 말을 했다.

그 친구 입장에선 내가 굉장히 적극적이고

자신을 굉장히 이성으로 호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을 듯 하다.


그래서 더 만나자마자 적극적인 스킨쉽과

궂은 장난을 쏟아부은 것 같다.


원래 성격도 약간 조증에 가까울 정도로

한순간도 정신없이 날뛰고 날 들쳐업고 뛰고

장난, 몸장난을 끝도없이 하는 애라는 걸..

개인적으로 만나고서야 알게 됐다.

날은 또 왜이리 추운지 해변가 데이트 하는데 추워하는 나를 자꾸 끌어안는 그가 불편한데 몸은 따뜻해서 정말 더 불편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이성의 모습..

"하지 말라고 싫다고 얘기하면 스스로 멈추는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받아들이라면서 계속 그 행동을 반복하는 것."

심리학적으로 치면 애착장애의 잘못된 형태로 보이는

전남자친구에게 아주 호되게 당했던 모습,

늘 봐왔던 모습이

그만큼 심각한 건 아니지만 많이 겹쳐보였다.




적어도 오늘

미리 선긋고 친구로서 먼저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거나,

내 방에 와서 자도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조증에 가까운 그의 행동이 조금 더 수그러들고

조심하려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끝도 없이 치대오는 스킨쉽에

이렇게까지 불편감을 느끼진 않았을 것 같다.

내 음성메시지가 상대에겐 이미 많은 걸 허용한 것 같이

들렸을 것 같아 그의 행동이 싫은 것을

편하게 딱 선긋듯이 말하기가 난감했다.


그럼에도 당연히 나는

이해가 되지 않은 행동이나 말에 대해

나의 생각을 어리한데, 너는 어때? 라고 말했지만

데이트 상대는 대화를 이해하기 보단

나의 말과 행동이 갑자기 심각해진다고 느끼는지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순식간에 우울해졌다.


막 장난을 치다가도

"미안해 미안해 내가 애같지" 라고 말하고

다시 계속 허락한 적이 없는데

계속 스킨쉽을 하고 장난을 치다가

다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라는 말을 반복했다.




내가 미리 선을 잘 그었다면

속으로 '뭐 그럴 수 있지~ 이렇게 한 인연이 지나가겠네' 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 섣부른 판단으로

"아휴 어떡해 어떡해, 이렇게 나랑

맞는 사람일 줄도 모르고 내가 왜 그런 소릴 한거야'

라고 자책하게 됐다.


틴더는 무조건 나쁘다 발랑 까진 것이다?

자만추는 가장 자연스럽고 좋은 것이다?

실제 만남은 어떻게 만났는지가

거의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사람의 몫이다.


과정이 어찌 됐든

결국 틴더남과는 더 좋은 만남이 됐을 거고,

오늘 데이트 상대와는 안 됐을 것이다.

나와 안 맞는 사람이기에.


다만 결과가 어찌 됐든

과정에서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주권을 쥘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와도

나의 깔끔한 태도에

스스로 굉장히 만족하는 실패,  만족하는 성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부턴 무조건 내가 관계의 주권을 쥐고

예의있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되,

분명하게 내가 원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먼저 말하고

그것에 수긍하는지 여부에 따라

데이트를 해야겠다.


나와 맞지 않는 상대에게 너무 많은

시간과 마음을 줄 필요 없다는 것.

그게 상대방에게 괜한 기대감을 주지 않는

배려이기도 하단 걸 느낀 하루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롭게 여행하지만 책임감있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