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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틴더남과의 데이트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47일째

나는 당신이 많은 이성을 만나보면 좋겠다.

예전에 이런 글을 써서

많은 좋아요를 받은 기억이 있다.


여기서 "만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최소 4시간 이상의 시간을 단둘이 보낸다는 것

이 정도면 괜찮은 설명이 될 것 같다.


스페인에 와서 4번째 데이트,

틴더로 보면 2번째 데이트를 했다.


운이 좋은건가?

아니면 드디어..

남자 보는 눈이 높아진 걸까 ㅎㅎ


틴더는 거의 잠자리상대를 찾는 앱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경험삼아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던

만남이 퍽 괜찮았다.


이번에 만난 상대도 카탈루냐 지역 사람이었다.

카탈란 사람들은 그들 특유의 지역색이 강하다.


낯도 많이 가리고, 말수도 적고,

친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관광객이나 외국인, 심지어

스페인 다른 지역 사람들과도 거의 어울리지 않는다.

먼저 다가오고 말을 걸지 않는다.

(이건 늘 가족적이고, 순식간에 친구가 되는,

어딜 가도 늘 먼저 내게 말을 걸어왔던

틴 아메리카에 살던 내겐

꽤나 충격적인 차이였다.)


2번째 만난 사람도 카탈란 지방 사람이었는데

1번째 만난 사람보다 훨씬 더

지역색이 강한 사람이었다.


대놓고 자신은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길 바란다.

자긴 뼛속까지 카탈란 사람이다.

라고 말했다..


데이트는 그렇게 낯을 많이 가리고

(근데 키가 크고 잘생긴)

묻는 말에 대답하는게 대부분인

(근데 키가 크고 잘생긴)

사람과 이루어졌다.


이쯤에서 정말 솔직해져야할 부분이 하나있다.

"외모 보지 말자,

그거 아무 소용없다." 라고

했지만,

과연 정말 외모가 너무 내 스타일이 아닌 사람과

스킨쉽을 하고 싶을까?

아니.. 정말 아니다.

외모는 중요하다.


그리고 그건 어떻게 보면 정말 다행이다.

외모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다 끌림을 느끼는 것도

딱히 좋을 것 같지 않다.

나를 모두가 이성적으로 좋아하길 바라지 않는다.

그것도 상당히 불편할 것 같다.


누구나 각자 자기 취향이 있기에

그 시각에 따라

세상엔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다.


외모가 마음에 든다면

눈길이 닿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텐데

그게 과연 눈치보면 말 못할 부분일까?




카탈란 지역이야기로 시작해서

스페인의 임금체계, 불법이민자 문제

역사와 사회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던

레스토랑, 그리고 바에서의 한잔


여러번 장난스런 농담과

(대부분은 많이 웃고 좋아하던데..)

호감을 담은 눈빛을 보냈으나

(여기서 대부분 같은 눈빛을 보내던데..)

무뚝뚝하고 농담 센스라곤 1도 없는

같은 취향의 취미, 음악, 가치관 등

하나도 비슷하다고 느낀 점이 없는

그 사람이

외모마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면

끌리지 않았을 것 같다.


다만 그 외모를 다시 보고 싶기에

끌리는 것 같다..

그 외모를 굳이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아무리 내게 잘해주고, 아무리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편안해도 이성적인 이끌림을 느끼는데는

한계가 분명하단걸 1번째 틴더남 이후에 깨달았다.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을 좌우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임을 결국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듯, 나또한

대충 꾸민듯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겠다.

아무리 스페인에 얼마 안되는 옷을 들고 왔을지라도

잘 씻고 챙긴듯한 모습을 보이냐 아니냐는

확실히 다른 거니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분들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좋은 사람 정말 많아요.

진짜 많아요.

눈부터 낮추려고 할게 아니라,

정말 포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세요"


이렇다 저렇다를 상대를 평가할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상대에 따라

내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그건 반드시 주의깊게 살펴볼 일이다.


수많은 연애와 스쳐간 인연은

나에게 맞지 않은 연애란 이런 것이다.

나에게 맞지 않는 사람이란 이런 것이다. 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될때 아니라고 정중히 말 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길러준 것 같다.


그만큼 나에게 맞는 사람,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또한

숱한 만남들을 통해 많이 배우게 됐다.


그래서 진짜 안 맞았던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어쨌든 그들도 그들의 삶에서

한 순간, 마음을 써서 나를 만나셨을테니

그 노력과 시간에 감사드린다.


어느정도 경험이 차고,

나만의 평가기준이 생긴다면

무분별한 만남은 오히려 소모적인 일이

된다는 걸 깨닫는 시기도 올 것이다.


그런 시기가 오는 것도 참 당연한 일일 것이고,

그런 시기가 오도록 스스로를 참 많이 돌아보고

정리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젠 어느정도 그런 시기가 온 듯 하다.


그때까진 늘 추천한다.

만남은 다다익선 :)

실패할지라도!


당연히 실패할 것이다.

당연히 불편함도 겪을 것이고,

수많은 거절도 겪을 것이다.

그건 결과적으로 너무나도 큰 자산이 된다.


그 뒤에 정말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앞에서

더 당당하고,

더 자신있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늘 내게 다가오는 사람을 사귀었지,

먼저 용기내서 다가간 경험이 거의 없다.

이젠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들로

이성관계를 잘 채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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