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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끝까지 타협하지 않아보기

스페인 워킹홀리데이 150일째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내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알아내고 실현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새로운 걸 계속 시도해보는 용기

익숙함 일과 사람들과 헤어질 용기

그리고 새로운 곳에 계속 적응해나갈 용기

계속 하고 있는 일은 미련인지, 필요인지

그만두고 싶은 일은 싫증인지, 정말 끝내는 타이밍인지.

스스로에게 명확하게 물어보고 대답할 수 있는 지혜


그런 것들을 배워나간다면

생각보다 세상은 꽤나 호의적이게도

나에게 잘 맞는 일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 곳 스페인에 와서 엔터테인먼트 댄서로

호텔에서 일하게 되었듯이.

월급받으며 하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고

많은 걸 느끼게 하고,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적은 임금이더라도

나는 큰 발견을 했고

기쁘게 감사하게 일하는 중이다.


비단 스페인만이 아니라 이 곳을 떠나서라도

바다가 아름다운 호텔의 휴양지에는

엔터테이너를 필요로 하는 호텔이 꽤 많다.

365일 언제든 일할 수 있고,

나이제한도 없고,

숙식제공도 되기에

적은 임금이더라도 돈을 꽤나 아낄 수 있다.


세상과 사람들은 그리고 내면의 귀찮음과 두려움은

내게 끝없이 속삭일 수 있다.

자꾸 쉽게 싫증내지 말고

지금 니가 있는 곳에서나 잘하라고,

여길 떠나면 뭐 어딜가서 뾰족한 수가 있을것같냐고.

일단 여기서 자리잡고 안정되면 조금씩 다른 일을 하는 건 어떠냐고.


그 말이 틀린거 하나 없고

누군가에겐 그렇게 살아가는게 정말 맞는 방법일 수 있지만

그 말이 전부인 것처럼

그 말을 못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면 안 될 것처럼

그런 내가 잘못된 것처럼

뭐든 버텨내고 견뎌내고 오랫동안 꾸준히 하나의 일을

뚜렷한 성과가 날 때까지 해야한다는 것도

그저 고정관념일 수 있단걸 나는 몰랐다.


한국 사회에 살다보면

그렇게 살지 않으면 그냥 실패자가 되는 것만 같아서

버티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말하고 일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만 성공하고

그러지 못하고 자꾸 새로운걸 시도하려하는 것 자체가

조잡스럽고 잘못된 일처럼 느껴졌다.


근데 난 내가 미래에 정말 뭐를 이루고

어떤 사람이 될지는 몰라도


누군가에게 보란듯이 성공하기보단

그냥 내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나답게 살고 싶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기보단

내 내면이 안정되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근데 그냥 새로운 걸 좋아하고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고

많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고,

많은 걸 배우고 싶고,

다양한 이들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때론 금방 싫증을 느끼는 내가

자꾸 새로운 걸 추구하는 내가

하나도 잘못된게 아니라고 나 자신에게

이제는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


그 안전한 환경, 버텨내려 했던 1인사업

콘텐츠 인플루언서되기

그런 목표들을 버리고

스페인으로 떠나왔더니

재밌게 일하며 월급받으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새로 충전하는 시간을 보내듯이.

매번 자꾸 새로운 수업안을 제출하고

나를 알리고 홍보하고 어떻게하면

부자가 되지? 어떻게하면 내 콘텐츠가 뜨지?

그런 수많은 스트레스와

불안정함속에 오랜시간 놓여 지내며

들쭉날쭉한 수익에

늘 불안감에 지쳤었는데

완전히 내가 원하는 만큼의 퀄리티의 춤을 추며

돈을 받지는 못 할지라도

더이상 그런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

1인 사업하며 여러번 슬럼프에 빠지고

무기력과 무책임하게 흘려보냈던 시간들

나 스스로를 늘 붙잡고 의지를 내야했던 시간들에 비해

일단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내야하기에

좋든 싫든 부지런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되면

그 건강한 강제성 덕분에

몸도 마음도 스스로 균형을 찾고 돌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나는 지금 크게 감사하고

크게 만족하는 중이다.


다시 1인 사업가로 돌아갈 수도 있고,

다시 콘텐츠에 헌신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더 좋은 무용단에 취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지금 안정적인 월급을 벌어가며

천천히 알아보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

그래서 매일 시간과 돈을 써가며

언제 내 잔고가 앵꼬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성인이 되고 춤을 시작하고

늘 나홀로 교육비와 생계비를 벌어가며

어렵사리 춤을 배우고

전문강사가 되고나서도

춤에 쏟았던 돈에 비해 벌기 어려운 환경속에

매번 관공서와 기업들에 싸바싸바 해가며

어떻게든 수업을 따내려고 애썼던 시간들에 비해서


지금 이 월급생활이

나에게 얼마나 큰 안정감을 주는지..

그리고 꽤나 큰 직업적 만족감을 주는지..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고 평안하게 대충 시간을 떼울 내가 아니다.

안정적인 직업이긴 하나,

월급이 매년 오르는 직업도 아니고,

아주 전문성을 필요로 해서 끝없이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꾸준히 하면 셀프마케팅이 되서 차근차근 유명해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호텔이란 공간에 뚝 떨어져 다람쥐 챗바퀴처럼 반복적인 일을

해야하는 일이다.

나처럼 계속 새로움을 추구하고

나란 사람은 어떻게 더 커질 수 있을지

끝없이 실험하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에겐

장기적으로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길어봤자 1년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의 워킹비자를 받기 위해서,

그리고 언제든 돈이 필요하고

이런 저런 일에 지쳐서

돌아가고 싶은 안정적인 일이 있다면

이 일로 돌아오기 위해서,

가장 기초를 쌓는다는 의미로

이 일을 선택해서 하고 있다.


이렇게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삶을 계획할 수 있는

30대가 된 것엔 너무 기쁘다.

20대의 나는 얼마나 불안정하고 무지하고 괴로웠던가..

언제든 엑셀을 밟고 달려도 좋으니

그 속도를 버텨낼 수 있는 준비훈련과

안전벨트라는 의미에서 이 직업을 선택한 것.

일을 시작해서 잘 배워나가는 것.

모두 칭찬하고 싶은 밤이다.


글 쓰고 보니

나 참 잘 살고 있네.


그러니 끝까지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세상과 타협하지 말아보자.

끝까지 새로움을 추구해보자.

그 끝이 뭐가 됐든 아무도 탓하지 않고,

나 자신도 자책하지 않고,

미련없이 다 해봤다 할 수 있게.


아직 살아보지도 않았는데

진짜 이 세상에 내가 원하는 멋진 일이,

멋진 곳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여있는 엄청나게 나에게 딱 맞는 환경이

있을 수도 있는데

살아보지도 않고

없다고.

한국이 최고라고.

있는데서나 일단 잘하자고.

그런 쓸데없는 말에 속지 말아보자.


니가 있는 그 곳이 어딘지 알려면,

니가 하는 그 일이 정말 맞는지 아닌지 알려면,

거길 벗어나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해보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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