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era : Rollei prego90
Film : Kodak colorplus200
인스타그램을 보니 제주도 여행 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부럽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걱정되기도 하고.
제주는 지금 장마시즌에 돌입했다 들었다. 작년 태풍이 불어올 때 제주 여행을 갔던 것이 떠올랐다. 기억이 많이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정리할 겸 글을 써본다.
2019.09.03~2019.09.07이 원래 여행 계획이었으나 태풍 때문에 서울로 일찍 올라왔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으며 비행기 탑승을 기다렸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는 김영하 작가의 글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서울의 날씨가 매우 좋아서 이번 여행에 빛나는 제주를 많이 볼 거라고 잠시 기대도 했는데 때마침 공항 TV 뉴스에서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고 하더라. 역시. 나는 비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날씨요정이다.
여행 중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이 순간. 직원분들이 인사를 해주실 때다. 마치 부모님이 잘 다녀오라고 손 흔들어주는 것만같은 느낌이랄까. 이번 여행도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
구름이 많이 꼈다. 비오는 제주도도 참 좋긴 한데 과연 내가 태풍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일단 무사히 제주 땅에 도착하기를 바라며.
공항에 내리니 구름이 완전 많이 꼈다. 구름이 낀 야자수를 보니 제주도에 왔다는게 실감이 나면서도 비가 얼마나 내리려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제주에 가면 꼭 들리는 <미래책방>에 가기로 했다. 여행을 갈 때는 늘 책과 함께하는 편이다. 혼자하는 여행이 심심하기도 하고 나중에 그 책을 읽게 되면 여행 때 느꼈던 감정이나 분위기, 냄새 등이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이날은 박정민 님의 <쓸 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샀다. 나도 쓸만한 인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미래책방의 마스코트 고양이들. 보고 있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날씨가 꾸물꾸물해서 일단 숙소로 먼저 가기로 했다. 이번 숙소는 한림에 잡았다. 애월이나 협재는 너무 사람이 많아서 싫고 종달리나 평대리는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찾다보니 옹포리에 꽤 괜찮은 숙소가 있었다. 조용한 여행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엄청 기대가 됐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비가 엄청 많이 내렸다. 슬리퍼를 신고 온 나 자신을 칭찬하며 숙소까지 어떻게 가야되나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일단 버스 환승을 해야 해서 정류장 근처 자주 가는 분식집에서 칼국수를 먹었다. 가게 이름은 모르지만... 이 집은 참 한결같아서 좋다. 기회가 될 때마다 꼭 먹는데 맛이 변함이 없다. 깔끔한 맛 너무 좋아.
비가 좀 그쳐가길래 숙소에 짐을 풀고 동네 산책을 시작했다. 집에서 나와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이런 바다가 있었다. 비양도를 이렇게 사람도 없고 조용하게 볼 수 있다니 정말 좋았다. 비 구름이 몰려오는 것 마저도 그림같이 느껴지는 날이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 때문인지 평일이어서 그런 건지 사람이 없는 제주는 참 조용하고 좋다. 한량처럼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바다를 보고 있는 이 순간이 참 좋다. 이럴 때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게 참 좋기도 하다. 열심히 일한만큼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동네 산책의 끝은 <우무>였다. 푸딩이 너무 먹고 싶어서 <우무>에 들려서 말차푸딩과 커스터드푸딩을 사왔다. 침대에 누워서 일기도 쓰고 책도 읽었다. 아 이런게 진정한 여유지. 너무 좋다.
이날 쓴 일기를 발견했다. 좀 창피하지만 그래도 그 때의 감정이 남아있으니까 여기에도 남겨본다.
지금은 새벽 4시 즈음
비가 많이 와요
가을 장마인가봐요
문 밖에 둔 신발이 떠내려가지 않을까 걱정돼서 깼는데 잠이 안와서 글을 써봐요
저는 지금 위아더나잇의 깊은 우리 젊은 날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어요
빗소리와 엄청 잘 어울려요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제주도에 왔는데 다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것 같아요
빗소리도, 노래도, 그리고 이 공간도
그래도 내일은 맑았으면 좋겠어요
링링이 때문에 예정보다 하루 빨리 서울로 올라가는데
내내 비가 오면 속상할 것 같으니까요
ⓒ 2020. AAYUU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