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과 잘하고 있다고 느꼈던 부분들
문득 주말에 월요일에 회사에서 우리 팀이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세우다가, 지난 2년 동안 내가 일을 대했던 시선의 변화 과정을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일을 시작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연차를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놀라곤 한다) 생각보다 짧은 기간이라면 짧은 기간이지만 이제는 어디에 가서 당당하게 "저는 주니어 PM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는 연차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더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클 정도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과거나 지금이나 기획이라는 업이 나에게 가장 fit 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가장 최적의 경로를 이끌어내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팀을 설득하고 협업 지점을 빠르게 돌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자면 정신은 없지만 그 안에서 배우는 점은 무척이나 많다. 물론 여전히 능숙하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강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일에 대한 만족도는 많이 높은 편이다.
업무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지만, 방향이 조금 더 뚜렷해진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잘 적응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목표가 가장 컸다.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그래서 내가 가진 것 중 무엇이 매력적 일지를 고민했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더 잘 브랜딩 하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누군가에게 내가 걸어온 길과 겪었던 시행착오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여러 방법을 통해서 그 생각을 실현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약간의 과도기에 마주한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할 수 있는 말이 많지만, 과연 내가 5년 뒤에도 지금처럼 당당하게 내가 해온 것들을 기반으로 그들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기록하고자 한다.
사회인으로, 그리고 기획자로 일할 수 있게 되었을 때만 해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 기간 꿈꿔왔던 기회이기도 했고 일하면서도 이것보다 더 나에게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상상과 현실이 충돌했다. 너무 큰 플랫폼을 만드는 곳에 들어가서일 수도 있지만, 들어가자마자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세상에 출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상상과는 달리 엄청난 레거시와 매일 쏟아지는 운영, 그리고 플랫폼 구조 파악에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제품에 대한 이해도도 없이 일을 할 수 없었고, 굉장히 천천히 온보딩을 받음으로 인해 스스로 생각할 시간도 많이 확보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호시절이었다)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신입이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해도 괜찮았고, 실수를 하더라도 함께 책임을 질 수 있는 선배님들이 있었다.
네이버에서의 1년은 기획자로, PM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만드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기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하는 방법이나, 회사에서 일하는 개발자와 소통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 히스토리를 남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플랫폼의 뒷단 구조를 기획자가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지 (백엔드 기획에 가까웠기 때문에 뒷단 구조는 기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했다. ERD, 테이블 구조까지..) 그리고 어떻게 기획자로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 내가 한 행동이 플랫폼과 유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많은 시간이 있었기에 회사 안팎으로 스터디도 했고, 취업 준비를 하는 과정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기에 도움이 필요한 주변 취준생을 대상으로 멘토링도 많이 했다. 책도 많이 읽었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돈을 어떻게 벌지 고민도 했고,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또 다른 가치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다.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 내가 맡은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만듦으로 인해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고 그 속에서 제품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야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뭐든 했다. 그 시기에는 친구들도 정말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지금 회사에 오고 난 다음에도 걱정했던 것보다 바쁘지만은 않았고(물론 절대적으로 일이 많기는 했다) 그 당시 나는 엄청나게 넓어진 책임 범위에 그저 즐겁기만 했던 것 같다. 제품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의욕적으로 움직이고, 단순히 기획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임팩트나 리걸 이슈, 그리고 유저의 보이스를 좀 더 생생하게 듣고 반영하기도 했다. 플랫폼을 만드는 것 또한 0에서부터 시작한 일이라, 완성되어 있던 제품을 유지보수하는 것보다는 더 큰 재미를 느꼈다. 이전보다 더 빠르게 무언가를 하고 결과를 볼 수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적성에도 잘 맞았던 것 같다. 믿어주는 환경 속에서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았던 것도 크게 한몫했다.
회사 밖에서도 네이버에서보다는 덜하지만, 비슷하게 시간을 보냈다. 기획자가 아닌 PM으로 일하면서 약간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부분들은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하는지 회사 안팎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스터디도 했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했고, 인사이트도 꾸준히 기록하려고 했다.
지난 3월부터 정신없이 바빠졌다. 기존에 맡고 있던 제품이 몇 배는 많아졌고,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보다 제품을 더 잘 이해하고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에 훨씬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고, 여러 지표들을 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배워나갔다. 일에 필요한 지식을 쌓기 위해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고, 봐야 할 것들을 놓친다고 느껴질 때마다 많이 속상하기도 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 매달려야 했고 여유도 없어졌다.
그렇게 6개월 정도 브런치를 정말 단 하나도 쓰지 못했다. 나는 늘 내가 시간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했는데,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함 앞에서는 생각보다는 시간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갑자기 바뀐 환경과 기대치, 그리고 스스로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일에서 느껴지다 보니 부담감이 상당했고 즐거움 또한 많이 잃었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적어도 어떤 것이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몇 가지 마음가짐과 앞으로의 목표를 어떻게 가질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인데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내는 걸까? 그들은 어떤 일의 핵심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즉, 그들은 중요한 일에만 파고든 것이다.
위의 글은 The One Thing이라는 책의 일부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2년도 한 번 되돌아봐야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만약 번아웃을 겪고 있거나,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이 많이 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은, 나에게 가장 큰 가치가 무엇인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눈앞에 해야 할 것들만 해내고 있던 것이었다.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인지, 시간이 들더라도 이것을 해냈을 때 동력을 얻을 수 있는지를 놓치고 있었다. 그 어떤 것은 바로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그 방법과 얻는 것도 많다. 멘토링을 통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지금처럼 글을 써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일 수도 있다. 친구를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위로를 전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이 직무에서,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당당해져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히 나는 이 직무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뛰어난 역량을 가졌냐라고 했을 때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중요한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이 정도 연차에 비해서는 나름대로 잘 일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를 위해서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도메인을 경험해 보고, 더 많은 성과의 기회를 잡고 싶다.
표면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을 것이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지금처럼 스터디를 통해 인사이트를 쌓고, 배움의 기회가 있다면 도전할 것이다. 물론 시간을 나눠서 브런치는 좀 더 열심히 쓰고, 책도 많이 읽어야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행동들에 좀 더 명확한 목표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주어진 일을 해낸다가 아니라, 이러한 일을 해내고 경험을 쌓았을 때 내가 언젠가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의 번아웃은 멀리 보지 못해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리마인드를 했지만, 최근에는 그러지 못했고 생각하지 못한 변수들에 의해서 나를 많이 잃었던 것 같다. 나를 위한 시간을 좀 더 마련하고, 정말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 늘 생각하고, 이를 방해하는 것들을 최대한 우선순위를 낮추고 제거하면서 필요한 것들에 집중하려고 한다.
무엇을 할지는 상반기 회고, 하반기에 해야 할 것을 정리하면서 좀 더 구체화하고자 한다. 확실한 것은, 욕심을 조금 더 내려놓고 회사 안에서의 나와 밖에서의 나를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