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름없이 몸풀기를 하는가 싶었는데 여지없이 예상을 깨는 선생님의 한마디 '오늘은 좀 길게 가 볼까요. 부장가 아사나(코브라 자세) 20분. 자, 명상에 흠뻑 빠져보세요!'
처음 3분으로 시작해 5분, 12분, 15분, 그리고 20분. 15분 지시어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제 죽었구나 싶었는데 제법 요령이 생긴 건지 무덤덤하게 받아들였다. 몸은 모르겠고 마음이.
5분 정도 경과했을 때 처음으로 호흡법을 가르쳐주셨다. 가슴을 크게 확장시켜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고. 들숨 날숨은 3대 7 비율로. 고작 숨 쉬는 행위가 뭐가 그리 힘들까 싶었는데 땀이 줄줄줄. 제대로 숨을 쉬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자 이번에는 골반에 집중해서 골반으로 숨을 쉬어보세요.' 골반으로? 이게 뭔 소린가 싶었지만 선생님 말씀이니까 골반으로 숨을 쉬어 보았다(척 해보았다). 골반에 이어 배로, 명치로, 다시 가슴으로, 오로지 숨에 집중하며 시간을 채워나갔다. 벌써 15분 경과.
'자 이쯤 되면 손목에 압이 차서 많이 뻐근할 거예요(뭔가 어려운 걸 시키기 전에 나오는 추임새 같은 것. 속으로 아니요,라고 말하게 된다). 자, 한쪽 손목을 뒤집어서 손등으로 서 보세요.'
몸을 움직이는 거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했는데 시키니까 또 하게 된다. 움찔움찔 뒤뚱거리는 폼이 볼 상사 납지만 손목은 시원해졌다.손목까지 풀어줬으니 마무리하고내려오는가 보다 했지만 여지없이 기대를 깨는 선생님.
'자, 남은 2분간 은 우르드바무카! 목을 최대한 뒤로 젖히고, 입 다무시고! 자 무릎 굽히고, 발바닥은 최대한 정수리와 가까워지도록 다가갑니다.'
영겁의 시간이 흐르고 천천히 다리를 내린다. 배부터, 허리, 가슴까지 바닥에, 이마를 손등에 대고 잠시 쉬세요.
쉬이~~~ 헉 헉 헉.
하타요가를 몸으로 하는 수행이라고 한다. 20분간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힘든데 딱딱하게 굳은 등을 펴고 엎드린 채 버텨야 한다. 호흡까지 신경 쓰다 보니 일체의 잡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그저 들숨날숨 쉬익 쉬익~ 이게 왜 수행이 되는지 알 것 같다.
천천히 엎드리는 우리 부부가 몹시 경건해 보였다고 한다. 경건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20분간 스핑크스 처럼하고 있다 돌아가려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하지만 선생님 말씀이 어떤 의도인지는 알 것 같다. 일체의 가식이 사라진 숭고한 경건함이랄까. 가장 낮은 자세. 요가란 그런 거 같다. 스스로를 바라보고 기꺼이 엎드릴 줄 아는 것. 그럼으로 해서 더없이 가벼워지는 것.
수련의 고통이 클수록 더 가벼워지는 것 같으니 자학을 통한 수행인 걸까. 그냥 되는 건 없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