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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Jan 31. 2023

생일선물은 요가

음메 기죽어


"내가 더 잘해. 나 좀 봐줘! 칭찬해 주세요!"


엄마 아빠가 요가원에 다니게 되면서 수련하는 걸 종종 따라 하던 쑴. 자기가 더 잘한다고 엄청 뻐기더니(당연히 사실이다.) 데려가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키즈 요가 같은 것도 있으니 그쪽으로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그런 건 유치해서 싫고, 자기는 정통으로 배우고 싶단다.


요가는 수련시간 동안 선생님의 지시어를 경청하고 자세 하나하나 집중해야 한다. 산만한 초3 아이가 얌전히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선생님이라면 엄마 아빠보다도 사랑한다고 할 정도로 잘 따를 걸 알기에 특별히 부탁해서 데려갔다. 이미 오래전부터 딸아이의 요가 사랑에 대해 들어왔던지라 선생님께서도 기꺼이 허락해 주셨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이어지는 요가사랑

다행히 오전 9시 30분 타임은 다른 회원들이 거의 없는 시간이다. 솔직히 체험 끝나고 나면 다시는 안 간다고 할 줄 알았다. 집에서 잠시 아빠 엄마 따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힘드니까. 빵빵한 근육질 남자들도 헉헉거리며 비 오듯 땀을 흘리는 게 하타요가인데, 네가 버텨봐야 얼마나 버티겠니.


"엄마,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멋있어. 그 이상한 외계어(산스크리트 어)도 너무 멋있어. 나 계속 다니고 싶어. 허락해 주세요~ 제발~."


예상외의 반응에 일단 다음에 얘기로 보기로 하고 위기는 넘겼지만, 쉽게 포기할 것 같지가 않다. 우리야 몸 건강 정신 건강 때문에 간다고 치지만 초3 아이의 요가 사랑은 대체 무엇에 기인하는 것인가. 선생님 말씀대로 전생에 요가 수련자였던 걸까?


이것이 가족요가

니콜의 추론으로는 임신 중에 임산부 요가를 한 것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단다. 마흔 넘도록 가장 건강한 시기였다는 니콜의 임산부 시절, 엄마와 함께 뱃속에서 요가에 빠져 있던 걸까. 그래서 머리 서기도 단 번에 해버리는 것인가. 음메 기죽어~


금요일 수련답게 엄청 빡센 자세들이 이어졌다. 선생님께선 늘 상을 깨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아이와 함께니 쉬엄쉬엄해주실 거라는 우리의 예상을 완벽히 깨버리셨다. 엄마 아빠는 완전히 너덜너덜 해졌는데 쑴은 아직 쌩쌩하다. 부럽구나 너의 젊음.

아이고 죽겠다

월, 수, 금 오전 타임은 차담이 있는 날이다. 선생님께서 내려주신 보이차를 마시며 아빠 품에 안겼다 엄마품에 안겼다, 갑자기 시키지도 않은 자세를 취하는 쑴. 선생님의 칭찬이 그녀의 요가 파워에 불을 지폈다.


꼬마 손님이 온다고 특별히 웨하스와 초콜릿까지 준비해 주신 선생님 덕에 차담 시간이 더 달콤했다. 매일 나오는 것은 어렵지만 한 달에 한두 번은 한가한 시간에 나와도 된다고 허락해 주셔서 쑴도 신이 났다.


차담하다 말고 이어지는 개인레슨

요가 체험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생일 놀이에 우리의 체력은 점점 소진되고 마지막 이벤트인 생일파티를 마치고 나서는 완전히 방전되어 기절하듯 잠들었다. 생일 기념 샷에서도 요가 자세를 취해버리는 당신, 사랑해.

그리고 요가는 적당히 해다오. 네가 너무 그러니까 아빠는 기가 죽는구나. ㅎㅎ


생파까지 하고서야 마무리된 그녀의 생일
생파의 마무리 요가


3개월 된 시점에 하타요가의 효과를 말해보자면, 일단 잠이 잘 오고 변이 좋아졌다. 골반이 열리고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면서 그런 거란다. 수련은 정말 힘든데 마치고 나면 뭐든 잘 될 거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게 생기기도 한다. 돈 내고 운동을 배워본 게 처음인데 아직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나랑 잘 맞는 느낌이다.


요가 체험 후 이렇게 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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