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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Nov 22. 2022

꿈의 날

언제부터인지 꿈을 꾸지 않는다.

이때, 꿈은 말 그대로 잠을 잘 때의 꿈과 흔히 목표를 의미하는 꿈 둘 다 해당된다.


어렸을 때, 참 욕심이 많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뚜렷했으며 자면서 꾸는 꿈도 생생했다.


하지만 점점 어른이 되며 맑고 생생했던 나는 마치 불투명한 흰색 물감에 섞여 탁해지는 느낌이다. 

요새는 자면서 꿈도 꾸지 않는다.

아니, 꿈을 꾸긴 꾼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파편으로 생각날 뿐, 서사가 없다.

내가 정확히 무엇을 목표로 삼고 나아가야 하는지 그것도 희뿌옇다. 

안갯속에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주변을 보면 비슷한 상태의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 정도면 어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필히 겪어야 하는 일일까?

금전문제, 가정환경, 예기치 못한 사고, 미약한 심신 등이 안개가 되어 우리의 눈과 정신을 가린다.


그렇다면, 그 안개를 걷고 또렷하게 나아가려면 무엇을 해결해야 할까?

아니다. 안개를 걷는 방법은 불가능하다. 

세월이 흐를수록, 안개는 켜켜이 쌓일 뿐 걷히지 않는다. 

그래서 점점 우리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느리고 조심스러워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파편화된 나의 꿈, 조각나 흩어진 꿈의 날로 안개를 베자.

베어진 안개 사이로 새어 나오는 실패와 좌절을 삼키자.

그리고 배불리 다시 안개를 베자.

막을 수 없는 흰색 물감과 안개의 등장을 향해.

파편화된 꿈의 날만큼 강력한 건 없으니.


그렇게 휘두르다 보면 좀 개겠지.

그러면 그 꿈들을 모으고 붙여보자.

한번 그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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