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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mf Jan 14. 2023

실시간 검색어

나는 연중무휴인 미술관에 근무하고 있다.


살짝 쌀쌀하지만 주변이 파릇파릇해지는 봄에 입사해 무성한 녹음의 여름,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색들의 레이어가 마구 겹쳐진 가을을 지나 어느덧 새하얀 겨울이다.


사계절의 끝인지 시작인지 혹은 중간인지 모를 이 겨울 한가운데의 주말 아침 출근일.

여느 날과 같이 나는 작두콩차를 마시며 몸을 데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직원분이 오셨고, 우리는 담소를 나눴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꼬리를 다시금 무는 중이었다. 한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폐지에 대해 얘기하던 중, 새삼 오래된 것 같은 느낌에


"폐지된 지 한 3년 됐나요..?"


라는 나의 다소 따분하고 별의미 없는 말에 직원분은


"그런가요..? 더 오래되지 않았나요?"라고 답했다.


갑자기 궁금해진 나는 언제나 그랬듯(언제부터였을까)가장 쉬운 인터넷 검색을 했고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폐지일은 2021년 2월 25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얼마 안 된 기간이었던 점에 놀란 나와 직원분.


그때 직원분이 한 말이 이 글의 시발점이 되었다.


"우리가 인터넷에 사는 시간이 많았나 봐요."


맞다. 우리는 과연 인터넷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아니, 떨어져 있는 시간이 있긴 할까? 아니지.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현실 속 시간과 인터넷 속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고 표현하는 게 더 가까울 것 같다. 인터넷 속 시간은 언제나 빨리 간다. 검색의 꼬리를물던지, 쇼핑을 하던지, 영상을 보던지 모든 활동시간에 가속도가 붙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실시간 검색어 폐지'가 언제 되었는지 생각을 할 때, 내 생각의 회로는 자연스레 기본으로 가속도가 붙어있는 인터넷 세상 속 시간으로 계산했고 그렇게 실제로는 2년인 기간이 한 3-4년 정도로 자동 계산된듯하다.


검색어 폐지 이후 나는 무심코 누른 네이버에 도대체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몰라 바로 꺼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처럼 어쩔 줄 몰라 방황한 사람들 꽤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커뮤니티에 신규가입한 사람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여론,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소속욕구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실시간 검색어는 파도의 능선처럼 넘실대다 소강되었다. 하지만 그 거대한 파도는 또 다른 모양과 크기로 수만 개로 분열되어 제각각 출렁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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