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분열 중이다.
혹시 비누거품을 자세히 본 적이 있는가?
자세히 보면 옹글종글(표준어는 아니지만 이 단어로밖에 표현이 안된다) 모여있다. 그리고 그 거품은 또 다른 거품을 만나 커지다가 이내 물줄기 속에 흘러내려간다.
우리는 사건 속에 산다.
그리고 사건을 겪을 때마다, 겪어 나갈 때마다 분열된다.
문득 경험으로 분열되는 자아를 상상해 보았는데, 바로 떠오른 형상은 바로 이 비누거품이다.
하지만 톡 터져버리는 비누거품은 아니다. 절대 터지지 않는, 그래서 계속해서 거대해지는 딱딱하고 기괴하며 부글거리지만 단단하고 투명한 거품이다.
어떤 사건을 겪고 나면 그 사건을 겪기 이전의 나와 그 후의 나로 나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분열된 '나'들은 서로 충돌하며 그 간극을 메우려고 한다.
아니면, 그 사건 이후의 나로 통합해 버리던지.
과연, 통합이 가능할까?
한번 나를 거품으로 형상화한다고 생각해 보았다.
지금의 나는 거대한 하나의 거품일까? (모든 사건들이 통합된)
아니면 옹글종글 거품들이 모여 마치 하나처럼 '보이는' 거품일까? (모든 사건들이 각각 따로, 하지만 한 몸처럼 매우 가깝게 붙어있는)
나는 분명히 후자의 형상에 가까울 거라 확신한다.
나는 절대로 이 생을 마감하기까지 합쳐질 수 없을 것만 같다.
나는 그렇게 쪼개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