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mf Mar 04. 2023

쾌감과 불쾌감

이번 글은 굉장히 현장감 있는 글이다.

 

지금 내 옆에는 오리지널 새우깡과 매운 새우깡이 담긴 그릇, 내 앞에는 어머니가, 옆에는 오빠가 앉아있다.엄마는 앉아서 뜨개질을 하며 드라마를 보고 계시고 오빠랑 나는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얘기 도중 갑자기 오빠가 내가 펴놓은 노트북 키보드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린다.

더럽단다. 좀 닦으랜다.

그러면서 알코올솜을 꺼내더니 느닷없이 후드드득 닦는다. 그리고 기분이 너무 좋단다.

드라마를 보는 것 같던 엄마는 여전히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한마디 거드신다.

"나는 생선 비닐을 벗길 때 쾌감을 느끼는데... 그 사각사각 소리도 좋고..."

얘기 중간중간에 본인들의 쾌감 포인트를 느닷없이 발설한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쾌감,, 쾌감은 불쾌감이 없어질 때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그리고 이럴 경우 보통 불쾌감이 제거되면서 쾌감이 극대화된다.


더러운 것(불쾌)을 청소해 깨끗한 상태가 되었을 때,

아픈 것(불쾌)이 나았을 때,

갈등(불쾌)이 해결되었을 때,

거슬리는 것(불쾌)이 없어졌을 때 등등...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종종 불쾌는 쾌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필요충분조건이란

A(불쾌감)가 있을 경우 반드시 이는 B(쾌감)가 되고, A(불쾌감)가 없는 경우에는 B(쾌감)가 될 수 없다.


즉, 불쾌(A)와 쾌(B)는 매우 강력한 상관관계에 있다.

쾌감의 전제가 불쾌인 것이고, 쾌감의 발생 근원이 불쾌인 것인 셈이다.


가끔 통용적으로 반대라 여겨지는 것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둘만큼 닮은 것이 없다. 그리고 그 둘은 순환된다. 반대의 것들은 반대된다고 여겨지는 것에서 파생되고 끊임없이 다시 연결된다.


그렇게 저녁의 새우깡과 맥주는 쾌감과 불쾌 사이로 녹아 흡수되었다. 쩝쩝.




작가의 이전글 자아 분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