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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숙한 영미샘 Mar 30. 2023

Where are you from?-2

넌 어느 나라 사람이니?



문화는 아이들에게 ‘사랑’, ‘행복’, 그리고 ‘안전’에 관한 가치체계를 발달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새로운 문화로의 이동이 잦을 경우, 아이들은 변화에 적응하는데 집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신의 내적 정체감 발달에는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환경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소속감의 부족, 상실에 대한 애도, 친구관계, 문화충격 등,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우울과 불안을 야기하며 성적 하락, 잦은 결석, 관계 안에서 철수 등의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겪으며 자신이 취약하다 생각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며 무력감과 좌절감, 분노감을 느끼게 됩니다. 간혹 부모들은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아이들의 문제 행동들을 모른 척 넘어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TCKs에 대한 연구는 지난 15년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종 연구 들에서 밝혀진 바 단기 상담은 처음 이주하는 단계와 새롭게 이주하기 전 아이들의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 레벨을 현저하게 낮추고 학교생활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C 양은 부모의 직업으로 인해 2년마다 새로운 나라와 환경에 적응을 해오던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싱가포르를 떠나기 전에 불안감이 크게 상승하며 마음의 고통이 몸으로 발현되는 신체화 증상을 겪으며 퇴행하는 모습과 잦은 눈물 그리고 친구 관계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이사를 가게 된 사실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지도 않았습니다.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 전 약 3개월의 단기 상담으로 C 양은 자신이 가진 불안한 마음을 털어내고 위로받는 과정을 통해 신체화 증상이 현저히 줄어들고 웃음을 되찾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따스하게 안아주세요.


상담을 통해 모든 어려움들이 즉각 해소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말로 풀어내고 공감과 위로를 받는 과정에서 힘듦이 꽤 해소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인생에서 어려움과 좌절을 겪고 있는 ‘나’를 너그럽게 봐라 보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우리가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자신이 진정으로 어디에 속하는지, 어디서 편안함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는지는 개인마다 다를 것입니다. TCKs들은 그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있을 때 이해받고 위로받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려움이 아니라 강점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데는 부모의 전적인 지지와 사랑이 중요한 열쇠입니다. 새로운 나라로 이사를 하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 나가는 과정, 애써서 잘 해내려는 이 모든 것이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삶에는 행복과 좌절이 모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라요.




*본 글은 싱가포르 교민잡지 코리안 월드 2022년 12월호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1,2편 나누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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