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았으면 "굿모닝~!! 안녕하세요~" 라며 씩씩하게 문을 열고 인사하던 우리의 분위기 메이커 교무행정사 민희가 축 쳐진 목소리로 살며시 행정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웬일로 기가 팍 죽으셨대. 무슨 일 있었어? 일루 와서 앉아."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민희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야. 왜 그래?"
무슨 억울한 일이라도 있었는지 계속 눈물만 흘리는 민희. 뜻밖의 상황에 많이 당황스럽다.
"교감선생님이 선생님들 성과상여금 공문 작성하라고 그러고, 애들 중간시험 성적도 저 보고 입력하라고.."
"왜 그걸? 인사업무는 교감선생님이 하고 애들 성적관리는 선생님들이 다 할 텐데."
"몰라요. 그냥 교무행정사니까 해야 된다고 그래서.. 제가 한 일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더니 교무행정사가 이런 거 안 하면 뭐하러 있는 사람이냐고.. 그러셔서."
아무래도 교무실에서 교감선생님과 선생님들이 직접 처리해야 할 일을 교무행정사인 민희에게 하라고 시킨 모양이다. 민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자기 업무가 아닌데 하라고 하니 억울하고 속상한데 이 속상한 마음을 감당할 수가 없어 행정실로 내려와서 나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무행정사가 아무리 선생님들 업무경감을 위해서 고용된 직종이라고 하지만 내가 봐도 이건 아니다.
"으이구..이 바보. 애도 있는 사람이 그것 때문에 울고 그래. 울면 지는 거야. 지금부터 내가 교무행정사에게 시키면 안 되는 일들을 조곤조곤 알려 줄 테니까. 잘 들어봐."
지금부터 교무행정사에게 부과하는 안 되는 업무를 알려드릴 테니 여러분들도 잘 들어보세요.
특히 우리 교감샘!!
1. 교무행정사에게 부과하면 안 되는 업무
① 인사 관련 나이스 자료입력 업무
② 예산 요구 및 성립 전 예산 업무
③ 학생 평가 관련 업무, 시간표 작성 및 교체 업무
④ 교원의 성과 관련 업무 및 학교정보공시 관련 권한 부여
⑤ 전․출입 업무에서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된 내용의 확인
⑥ 수업 자료 제작을 위한 업무(예: 복사, 코팅 등)
⑦ 교육활동 관련 기획․계획․인사 공문(표지공문 포함) 생산, 기안, 발송 업무
⑧ 고유업무를 가진 교육공무직이 근무 중인 학교에서 교육공무직의 업무(기안, 품의,
수당, 정산 등)를 교무행정사에게 일임하지 않음
⑨ 방송통신 중·고 업무
학교에는 교사가 할 업무, 교육행정직 공무원이 할 업무, 교무행정사가 할 업무가 따로 있습니다.
교무행정사가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의 교무행정에 관한 업무를 도와드리는 일을 하지만, 선생님들 인사는 교감선생님이 학생 평가, 각종 교육 기획업무 등은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들만이 할 수 있는 고유업무입니다.
자신의 고유업무는 직장인들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의 존재가치를 나타내는 고유업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2. 교무행정사 복무 및 연수 관련
① 연차휴가는 근로자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음(특정일을 지정하지 않음)
② 방학 중 유급연수는 학교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음(특정일을 지정하지 않음)
교무행정사가 학기 중에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탐탁지 않으신가요?
교무행정사들도 학기 중에 연차휴가를 쓰는 것이 눈치가 보인답니다. 하지만 연차 사용은 근로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법적으로 인정된 연차휴가를 사용하는데 눈치는 주지 말아 주세요. 쿨하게 보내주세요.
3. 기타 사항
①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 방송 업무를 교무행정사에게 일임하지 않고, 학교 구성원들
간 협의 후 분담
② 내빈 맞이 및 사무실 청소 등은 학교 구성원들 간 협의 후 분담
③ 개인 우편물, 택배 물품 전달 등의 업무는 학교 구성원들 간 협의 후 분담
④ 학교 홈페이지 관리자를 교무행정사에게 위임하지 않으며, 탑재업무는 학교 구성원들
간 협의 후 분담
⑤ 교무행정사에게 유아학비시스템 업무, 유아 출결 관리 업무를 부과하지 않으며,
처음학교로 시스템을 교무행정사에게 위임하지 않음
시험 관련 방송 업무, 내빈 맞이, 사무실 청소, 택배 전달.. 아휴~
다들 하기 싫고 귀찮으시죠. 저도 하기 싫어요.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다른 만만한 사람에게 시키면 될까요? 안 될까요? 정답은 선생님들이 가장 잘 아실 것 같은데요. 이런 건 우리 서로 협의해서 결정하기로 해요.
학교에는 교사, 교육공무직, 교육행정공무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어 각자 업무 구분이 모호할 때도 있습니다. 업무로 인한 분쟁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모두 미래의 희망인 학생들 위해 모인 어벤저스들이잖아요.
서로 자신의 업무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며, 이런 업무분쟁은 교직원들 간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서, 모두가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