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가서 우리 직원들하고 '립제이 순둥 매력 너무 좋지 않냐' 등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깨어있는 팀장님의 역할을 톡톡히 하게 해 준 나의 스트릿우먼파이터.
Hey MaMa를 따라 하며 "여보 나도 춤 좀 배워볼까?"라고 아내에게 말 꺼내 봤다가 "미쳤어?"라는 말과 함께 빅웃음을 선사했던 나의 스트릿우먼파이터.
대한민국 댄스신에서 둘째가라 하면 서러운 쎈언니들의 매운맛 댄스 대결이 압권이었는데
그중에서 비주얼적으로 가장 쎈언니라 하면 나는 코카N버터의 리헤이가 생각난다.
리헤이와 코카N버터는 등장 신부터 포스가 아주 남달랐다. 화려하고 쎈화장과 시크함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와 진짜 무섭다.'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순두부N버터의 순한 맛도 많이 보여줘서 더 좋아했다.)
역시 리헤이의 매운맛 하면 이 짤을 빼먹을 수는 없지.
리헤이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
"나가! 나가!"
진짜 악플 달면 따라와서 때릴 것 같았던 쎈언니 오브 쎈언니 리헤이. ㅎㅎ
이거 보고 아이들이 좀 까불면 '나가! 나가!' 하면서 놀곤 했었다.
회사에서도 써먹고 싶었으나 그건 체면상 차마 하지 않았다. 나름 회사에서는 엄근진 포스를 풍겨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이제 와서 살짝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랬던 리헤이가 순한 맛으로 돌아왔다.
오늘 아내와 함께 TvN 해치지 않아를 보는데 왠지 알 것 같은 낯익은 얼굴에 나는 소리쳤다.
"어 리헤이 아니야?
아 맞네. 리헤이네 리헤이. 리헤이 이렇게 이뻤어?"
나의 리헤이 예쁘다 예쁘다 말에 옆에서 와이프가 질투를 한다.
"리헤이 화장 안 하니까 청순해?"
"청순한 건 잘 모르겠고 그냥 이뻐. 그리고 자기가 100배 더 이뻐."(이 남자의 생존법)
오늘 순한 맛 리헤이와 지난 스트릿우먼파이터의 서사를 살펴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은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살아가는 경우가 참 많구나.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더 강하고 당당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 내면의 본모습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구나.
리헤이와 허니제이도 그랬다.
같은 팀으로 7년간 함께 꿈을 공유하며 동고동락하던 리헤이와 허니제이도 각자의 이유로 팀을 해체하고 연락도 하지도 않은 채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서로를 원망하면서 살았다.
7년 후 스트릿우먼파이터에서 만난 두사람. 갈등이 폭발한다. '노 리스펙 배틀' 즉 나는 너 정도는 가뿐히 이길 수 있다는 약자지목 배틀에서 리헤이가 스승인 허니제이를 지목했던 것.
하지만 다시 만난 리헤이와 허니제이의 속마음을 그것이 아니었다.
리헤이는 '노 리스펙'이 아닌 '리스펙 배틀'로 생각하고 최강자인 허니제이를 지목했다.
'나는 항상 언니에게 혼나는 사람이었으니까, 팀을 해체하고 각자의 삶을 살게 됐지만, 춤에 더 집중하고 진득하게 추게 됐다는 걸 언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이 리헤이의 진심이었다.
결국 이 둘은 스트릿우먼파이터, 아니 우리나라 댄스 신 최고의 배틀을 보여주었다.
배틀 후 리헤이의 스승인 허니제이가 팔을 내밀어 리헤이를 안아주는 모습에서 '그때는 우리 각자의 사정이 있었잖아. 지금 나는 절대로 미워하지 않아. 너무 멋있게 성장해줘서 고마워''선생님 그동안 마음고생 많으셨죠. 항상 고맙고 존경합니다'라는 마음이 전달돼 보는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나는 강렬하고 화려한 리헤이도 좋아하지만.
진솔하고 순한 맛 리헤이가 너무 좋다.
각자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외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야하는 사정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나의 본심을 보이는 것은 절대 약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지금도 충분히 강하지만 앞으로도 더강하고 자신하게 솔직한 멋진 리헤이가 그리고 멋진 우리가 되기를 응원해본다.
그리고 TV를 보니 리헤이 트로트도 너무 잘하더라. 이해인이 아나리 이가인으로 불러야 겠어.
나중에 트로트 오디션에도 나가고 나이가 들면 아줌마들 모시고 노래 강습하는 것이 제2의 꿈이라고 하는데 그 꿈도 꼭 이룰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