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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하 Dec 25. 2024

염낭거미 / 권영하

이미지 블로그-풀향기 자연생태 이야기


염낭거미 / 권영하     


두루주머니 같은 요양원 이불속에서 

엄마는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었다

앙상하게 껍질만 남은 몸은

불빛의 무게마저 견디기 힘들어했다

주삿바늘 속으로 수액은 스며들지만

임종의 시간만 늦추고 있을 뿐이었다

저 바늘을 엄마 몸에 꽂고

우리 형제는 얼마나 진액을 빨아 먹었던가

몸이 가벼워지고 쭈글쭈글해져도 환하게 웃고 계셨지

잠시 풀숲에 살던 엄마 삶을 떠 올려 보았다

비지땀 흘리며 잎을 돌돌 말아 집을 짓던 모습을  

수천 번을 오가며 체액으로 줄 치던 모습을 

굶어가며 눈비 맞을까 보초 서던 모습을

숨소리는 나무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져 갔고 

피는 멈추기 직전이었다

얼굴에 깊게 파인 저 거미줄 덕분에

우린 거미집을 짓고 잘 살고 있는 것이다   

  

  - 시 전문 계간지『계간문예』(2024)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22370488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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