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주머니 같은 요양원 이불속에서
엄마는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었다
앙상하게 껍질만 남은 몸은
불빛의 무게마저 견디기 힘들어했다
주삿바늘 속으로 수액은 스며들지만
임종의 시간만 늦추고 있을 뿐이었다
저 바늘을 엄마 몸에 꽂고
우리 형제는 얼마나 진액을 빨아 먹었던가
몸이 가벼워지고 쭈글쭈글해져도 환하게 웃고 계셨지
잠시 풀숲에 살던 엄마 삶을 떠 올려 보았다
비지땀 흘리며 잎을 돌돌 말아 집을 짓던 모습을
수천 번을 오가며 체액으로 줄 치던 모습을
굶어가며 눈비 맞을까 보초 서던 모습을
숨소리는 나무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져 갔고
피는 멈추기 직전이었다
얼굴에 깊게 파인 저 거미줄 덕분에
우린 거미집을 짓고 잘 살고 있는 것이다
- 시 전문 계간지『계간문예』(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