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쉐 영국연수기_17] 브레드바이바이크 2
*2019년 8월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한 글입니다.
우리가 연수를 갔을 때가 8월이었으니, 매년 햇밀이 수확된 직후인 7월에 여는 마르쉐 ‘햇밀장’을 마치고 간 참이었다. 한국에서 밀을 키우는 소농들은 정말 적고, 그 밀을 바로 받아 빵을 만드는 베이커들도 정말 적다. 그 중에서도 햇밀이 나오는 딱 그때, 바로 수확한 밀을 바로 제분하고 바로 실험을 거쳐 맛있는 햇밀빵을 만드는 작업은 굉장히 특별한 작업이다. 마르쉐는 이 햇밀의 맛을 보는 작은 축제를 열며 빵 농가와 베이커들을 응원해왔다. 특히 초반에 구례에서 ‘농가밀’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농가와 직접 연결된 빵 작업을 하는 ‘마을에빵’팀을 보면서 밀농부과 베이커의 관계에 대해 배웠다. 해를 거듭하며 햇밀장의 기준을 다듬었고, 매년 조금씩 더 많은 농가와 베이커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의 토종 앉은뱅이밀을 포함해 다양한 밀들을 조금씩 키우는 소농가들이 농사를 짓고 제분까지 해서 판로를 찾는 과정은 참 지난하다. 베이커와 소규모 제분소가 힘을 모아 밀 농가의 판로를 함께 만들어가기도 하고 '버들방앗간'처럼 농부가 직접 밀밭 한가운데 방앗간을 만든 경우도 있다. 쌀처럼 경제성이 없기에 우리밀 생산 유통의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점점 더 밀이 주식으로까지 되어가는 시대에 자급력과 식량안보까지 생각하면 한국에서 밀을 키우는 농부들이 더욱 소중해진다. 그리고 그 농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밀의 맛을 나누는 작업자들의 작업 또한 중요하다.
햇밀장은 소박하지만 4년을 이어오며 그런 농가와 협업하여 빵을 굽는, 개인 작업자들과 업장을 운영하는 작업자 등 다양한 베이커들이 함께해왔다. 이제는 베이커들에게도 농부들에게도 그리고 손님들에게도 한국의 밀의 생태계를 다양하게 배우는 장이 되고 있다. 그래서 매년 이 땅에 뿌리내려가는 다양한 밀을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맛보고 올해의 농사를 돌아보면서 밀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경험을 함께 하고 있다.
한여름 한낮에 빵을 먹으려고 야외 시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은 늘 신기한 풍경이다. 뙤약볕이 내려꽂히는 와중에 무슨 빵이냐 싶을 수도 있는데 신기하게도, 맛있다! 그냥 맛있는게 아니라 빵마다 밀마다 제 맛이 있다!
이 햇밀장에 열정을 가지고 주도하고 있는 일명 ‘밀덕언니’가 일행중에 있으니… 우리는 호기심을 못참고, 카운터의 직원에게 잠깐 질문을 좀 해도 되냐고 물었다. 잠시 이야기를 하다 우리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게되자, 직원 중에도 한국인이 있다며 불러준다고 했다! 이런 우연이!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는 학생이라는 그녀는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고 했는데, 잠깐이나마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빵집이 더욱 궁금해졌다. 우리는 좀 더 욕심을 내서, 혹시 대표님과도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안한 일인데, 그녀는 빵을 굽는 중이던 대표님을 불러주었다. 손에 밀가루를 묻힌 그대로 나온 그에게 우리는 이야기를 좀 더 들을 수 있었다.
지금도 우리에겐 ‘브바바’라는 애칭으로 회상되곤 하는 브레드바이바이크 Bread by Bike Bakery의 대표 앤디Andy Strang는 원래 과학자였다고 한다. 2010년부터 취미로 빵을 만들다가 그 빵을 자전거로 친구들에게 배달한 것이 이 빵집의 시작이라고 한다.
원래는 핀즈버리 파크쪽 까페의 부엌 일부를 빌려서 쓰고 있다가, 가게 공간을 찾던 중에 이 동네의 커뮤니티가 이런 음식에 관심 많은 곳이라서 2년 전 이곳에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가난한 동네지만 인근에 유명한 로컬 이탈리아 음식점과 범블비라는 유기농 가게도 있어서 토요일에는 그런 곳들에 갈겸 사람들이 찾아오는 동네란다.
‘브바바’에서는 영국산 유기농 통밀을 제분소에서 구입해서 사용한다. 수력을 이용해 돌멧돌로 제분하는 곳과 메탈로 제분하는 곳에서 받아 섞어서 사용하는데, 이렇게 런던 안에서 로컬 밀을 사용하는 가게가 10년 전에는 아예 없었다고 한다. 최근에 좀 생기고 있지만 런던에 10개도 되지 않을 거라는 그의 말에 우리는 우연히 이곳에 오게 된 것이 큰 행운임을 깨달았다!
‘브바바’는 지역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는데 이 작은 가게에서 현재 파트타임을 제외한 풀타임만으로도 15명정도가 일한다고 한다. 이름처럼, 자전거로 일주일에 3-4회 빵을 배달하는데 개인 배달은 안하고 업소에만 배달한다고. 인근의 캠든, 핀즈버리파크, 킹스크로스, 관광지까지 100여 곳의 카페, 델리 등에 납품한다고 한다.
이후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브바바는 3가지 철학을 내세우고 있었다.
이곳은 사워도우(sourdough, 천연발효종)만 굽는데, 다소 느리지만 독특한 맛과 질감을 만드는 천연발효 과정을 통해 더 건강하고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직 밀가루, 물, 소금 세 가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 세 요소의 품질을 중요하게 여긴다. 영국에서 생산하고 제분한 유기농 밀만 사용하며, 가장 완벽한 맛과 질감을 내기 위해 밀과 호밀가루를 섞어 빵을 굽는다고 한다. 또한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을 강조하는데, 환경 친화적인 자전거로만 빵을 배달하며, 모든 포장은 재활용이 가능한 생분해소재를 쓰고 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불려와 기꺼이 이야기를 해준 앤디에게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헤어졌다. 마지막날 공항 가는 길에 들러서 선물도 전하고 조식도 먹고 큰 빵 한덩어리 사자는 계획을 세웠으나 무산되어, 다시는 그 빵 맛을 못 봤다. 그 아쉬움만큼, 뜻밖의 선물같았던 ‘브바바’는 지금도 그립고 기분 좋은 기억으로 떠오른다.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우리는 올해 7월 12일 햇밀장을 준비하고 있다. (11:00-15:00, 성수동 에스팩토리) 조심스럽게 밀밭에 가고 베이커를 만나며 올해의 밀을 기다리는 마음은 봄비를 기다리는 두릅처럼 설렌다. 코로나 19로 일상이 다 변한 것 같아도 여름은 오고 밀이 익어간다. 올해 햇밀장이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자연은 언제나 그대로라는, 그러하니 올해도 올해의 밀로 구운 빵 맛을 볼 수 있는 것다는 것에 고마운 마음 때문일 것이다.
글: 마르쉐친구들 쏭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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