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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리셋코치 Feb 23. 2022

사회생활에서 인맥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당신의 인생에 반드시 추가해야 할 관계


"사회생활에서 인맥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상대방이 말하는 인맥의 의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나는 이런 질문을 받기에 가장 적합하지 않은 대상일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종종 귀에 들어오는 조언 중 하나가 인맥의 중요성, 네트워킹의 중요성이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한 귀로 흘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쩌면 '인맥'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묘한 거부감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무의식이 아닌 의식적인 거부반응이라고나 할까?


국어사전에서 인맥은 정계, 재계 학계 따위에서 형성된 사람들의 유대 관계라 정의하고 있다. 나무 위키에서는 취업, 승진, 자영업 등 잘하면 일자리나 직장에 대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말하며 영미권에서는 '네트워크(network)'라 칭한다고 설명한다. 



기성세대(?)인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에 걸쳐 강조되던 인맥은 확실히 이런 의미였다. 무언가 목적하는 바가 있는 인간관계.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도 이런 의미일까 생각해 보면 이제 사전적 의미도 좀 달라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과거의 인맥은 뭔가 자기 주도성과 긍정적인 개인주의를 담보 잡힌 대가로 나에게 떨어질지도 모를 약간의 콩고물을 기대해 보는 이해관계에 기초한 사고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무 꼬인 시선으로 보는 걸까? 하지만 사전적 의미만으로 봤을 때도 분명히 그렇다. 


집단주의 사고가 팽배했던 과거에는 어떤 집단이든 내가 속해야만 나에게 부수적으로 떨어지는 이익이 있었고 때로는 보호받을 수 있었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대표되는 인맥 3종 세트와 더불어 회사에 들어간 후에도 라인 혹은 연줄이라는 말로 은연중에 인맥의 중요성이 강조되곤 했다.


하지만 무언가 이익을 바라고 기대려는 관계는 서로 간 이해관계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면 언제든 종료될 수 있는 관계라는 뜻이기도 하다. 즉, 유통 기한이 존재한다.




모든 인간은 다 이기적이다. 목적을 품고 시작한 인간관계는 서로에게 도움 될 경우 인맥이지만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도움은 곧 지속력이 떨어진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에는 둘 간의 보이지 않는 서열과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애초에 수평적인 쌍방향 관계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기대는 마음을 버리면 인맥이 아닌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인맥 관점에서 시작했는지 인간관계 관점에서 시작했는지에 따라 향후 관계의 방향성도 달라진다. 


언젠가 JYP 박진영 대표가 인맥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 유튜브 동영상 클립을 본 적이 있다. 제발 인맥 쌓는데 시간 쏟지 말라며 길게 보면 사람은 다 이기적이라 서로에게 도움 될 때만 돕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니 인맥 쌓으려고 술자리 가거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시간, 돈, 몸 쓰고 건강 잃는 대신 그 시간에 스스로의 실력을 키우는 자기 투자에 힘을 쏟으라 말한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실력을 키우면 결국 사람들이 나를 찾게 된다는 거다. 



나에게 도움이 될 누군가를 찾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 시간에 나에게 투자해 실력을 키워 누군가가 찾는 사람이 되는 것. 공감 가는 얘기다. 이런 마인드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모인다. 특히나 근래에는 다양한 플랫폼의 발달과 정보 접근의 용이성, SNS 활용의 일반화로 인맥에 기대지 않고도 개인이 성공하기 좋은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인맥에 기대려는 마음 대신 실력을 키우고 현재 나의 관계성을 한 번 점검해 보기 바란다.  




나의 관계성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오랜 시간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학교 친구들, 20년 넘는 사회생활에서 만난 직장 동료들과 직무와 관련된 외부 지인들이다. 학교 친구들과 직장에서 만난 오래된 지인들에게는 정서적인 안정감과 동질감을 느낀다. 나와 평생 같이 걸어갈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회사 밖으로 나와 나의 일을 하자 결정한 후 새로운 관계의 카테고리가 만들어졌다. 바로 나와 전혀 다른 세상을 이미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느슨한 연대로 시작된 관계 안에서 사실은 가장 많은 걸 배우며 동기부여를 받고 있다. 다름과 다양성에서 오는 간접 경험이 나의 관점과 시야를 넓힌다는 걸 실제 경험 중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다인 것 같지만 그 우물을 벗어나면 또 다른 우물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직장이라는 우물을 벗어나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이곳도 또 다른 의미의 우물이라는 걸 알고 있다. 예전에 있던 곳보다 좀 더 넓은 곳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아직은 낯선 이곳에 적응하기 위한 몸풀기 중이지만 언젠가는 이곳도 익숙해져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올 거다. 그때가 다시 새로운 우물로 도약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럼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사회생활에서 인맥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인맥이 아닌 관계성 측면에서 생각해 보기 바란다. 100세 시대에는 전혀 다른 3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는 게 일반적인 일이 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 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직업인의 주요 활동 무대는 반드시 직장일 필요가 없다. 


정년이 의미 없어지는 요즘 시대에 나의 사회생활이라는 걸 스스로 조직이라는 공간 안에만 가두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직 안과 조직 밖의 경계가 없어진 상태에서의 관계성으로 확장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인맥'이라는 협의가 아닌 광의의 개념으로 의미가 확대된다.    


그러면 현재 내가 있는 우물에서 좀 더 넓은 우물로 도약하기 위해 내가 추가해야 할 인간관계가 보인다. 시작은 나처럼 '느슨한 연대'일 수 있다. 느슨한 연대에서 좀 더 단단한 관계로 가고자 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결이 맞는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속한 사람들과 가치를 나누며 좀 더 끈끈한 친분을 유지하는 것. 목적이 있는 인맥은 그 목적에 따라 내가 움직이지만 내가 선택한 인맥은 수평적인 쌍방향 관계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평생 자신만의 우물에서 머물다 죽는다. 하지만 각자가 몸 담은 우물의 크기는 다 다르다. 다른 우물로 도약해 봐야 내가 있던 곳이 얼마나 좁았으며 그 세상이 다인 줄 알고 난 꽤나 교만했었구나 하는 겸손함을 배우게 된다.

 
나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성을 나의 인생에 추가한다면 인맥 관점이 아닌 성장 관점에서 관계를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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