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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리셋코치 Feb 06. 2022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내가 하는 일이 쓸데없고 무의미하다 느껴질 때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최근에 읽은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에서 나온 구절이다.


“당시에는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일이었지만 살면서 그 경험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쓰였고, 쓰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갔다.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없는 삽질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겉으로 보이기에 뭔가 거창하거나 있어 보이지 않는 사소한 데일리 업무들…


특히나 경력이 길지 않은 주니어 시절에는 그런 업무 비중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직원들 [대게 1년 미만]이 면담을 통해 가끔 불만을 토로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제가 좋아하는 직무라고 생각해서 입사한 건데 뭔가 생각했던 것 하고는 다르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물론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그런 걸 수도 있지만요. 단순 반복적이고 사소한 업무가 의외로 많은 것 같아요. 


그러면 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질문을 했다. 


- 본인이 하는 일 중 사소하거나 단순 반복적이라고 생각되는 업무는 어떤 것들이죠?


- 스스로 생각하는 사소하거나 단순 반복적인 업무의 기준은 뭔가요?


- 반대로 중요도가 있다고 생각되는 업무는 어떤 것들이고 그 기준은 뭔가요?


- 전체 업무에서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몇 퍼센트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대부분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곰곰이 생각한 후 대답을 내놓았다. 그 어떤 직원도 하찮다고 생각하는 업무 비중이 30% 이상을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문서 정리, 복사하기, 파일링 하기, 부서 회의 전 준비와 기기 세팅하기 등이 신입 직원들이 생각하는 사소하고 단순 반복적인 업무들이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의 의견이 이와 같은 건 아니었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업무이지만 그 과정 중에 업무 흐름에 대해 간접적으로 익히게 된다고 얘기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 잡 크래프팅[Job Crafting]


그렇다면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 문서 정리를 하면서도 그 문서에 있는 내용을 통해 업무 흐름을 조금이라도 파악하려는 직원이 있는 반면 그냥 문서 정리만 하는 직원이 있다. 


- 문서 파일링을 할 때도 라벨링을 통해 찾기 쉽게 자료를 분류하고 내용 흐름을 파악하는 직원이 있는 반면 그냥 파일링만 하는 직원이 있다. 


- 복사를 하면서 언젠가는 본인도 활용해야 할 다양한 종류의 기획서, 기안서, 공문 양식 등을 눈에 익히는 직원이 있는 반면 그냥 복사만 하는 직원이 있다. 


'사소하고 하찮은 일 VS 간접적인 업무 흐름 파악 기회'라는 큰 차이는 각자가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일에 부여하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시간이지만 의미적으로는 매우 다른 시간일 수 있다. 


잡 크래프팅[Job Crafting]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설명할 때 적합한 표현이다. 


잡 크래프팅은 Wrzesniewsk와 Dutton(2001)이 처음으로 소개한 개념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스스로의 업무에 의미를 부여하고 확장하는 자기 주도적 행위를 뜻한다. craft는 명사로 ‘공예', ‘기술’이라는 의미인데 동사로 쓰이면 ‘공예품을 만들다’, ‘공들여 만들다’라는 뜻이다.

직무(Job)를 크래프팅(crafting)한다는 건 결국 나의 직무를 마치 손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것과 같이 스스로 공을 들여 만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성원의 주도적 성향이 높을수록 잡 크래프팅 정도가 높은데 이런 성향의 조직원은 자신의 상황과 능력에 직무 요구와 자원을 맞춰 스스로 직무 환경을 만드는 능동적 성향을 보인다.




# 일의 의미와 가치 부여의 중요성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에게 처음부터 중요도가 높은 업무를 할당하지는 않는다. 3개월 정도 지나야 줄 수 있는 업무가 있고 최소 반년은 지나야 가능한 업무도 있다. 권한 위임이 중요하다고 해도 권한을 위임받고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이 되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직속 상사나 리더가 근무한 지 얼마 안 되는 직원들에게 일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스스로 알아서 의미 부여를 하는 직원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신규 입사자 교육 등을 통해 각자의 업무 역할과 그 과정 중에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하는지, 이 일이 전체 프로세스에서 왜 중요한 건지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다. 


NASA 경비원이 자신의 일을 “달나라 여행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로 정의한다는 건 잡 크래프팅 예시로 자주 나오는 일화 중 하나다. 


산업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단순 반복적인 업무만 하는 직원을 채용할 만큼 기업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오히려 그런 업무는 아웃소싱이나 인공지능, 사무자동화 등을 통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실제 코로나 이후 이런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만약 신입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어느 정도 업무를 익힌 후에도 본인 업무 중 50% 이상이 단순 반복적인 업무이고, 자신의 직속 상사가 하는 일 또한 본인과 큰 차이가 없다면 난 오히려 빠른 퇴사를 권한다. 빠른 변화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그건 단순히 직무 문제가 아니라 그 회사의 비전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직무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초반 겪어야 하는 트레이닝 기간이라면 단순 반복적인 업무 과정에서도 내가 경험하고 배워야 하는 건 무엇인지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만 한다. 상사는 그런 업무를 다루는 직원들의 마음가짐과 태도까지도 사실은 관찰하고 있다. 


본인은 티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신의 직무를 대하는 태도는 티를 내지 않아도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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