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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Aug 02. 2022

해가 바뀐다는 것

해가 바뀌었고 떡국을 먹지 않았음에도 한 살을 더 먹고야 말았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별다른 차이를 느낄 수도 없는데 그 느껴지지도 않는 차이들이 차곡차곡 모여 한참 전과 지금을 비교해볼 때 비로소 나이를 잔뜩 먹은 나를 실감한다. 


얼마 전 제주도에 다녀왔다. 여름엔 숙소를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면 이번엔 한 곳에 머무르며 쉴 수 있도록 예쁘고 쾌적하며 아이들 특히 큰 아이에게 조금 분리된 공간이 필요해 복층 구조의 숙소를 구했다. 외관부터 마음에 들었고 문을 열고 들어서니 두 계단 아래에 있는 거실과 복층 위의 공간, 창밖으로 저 멀리 펼쳐진 바다와 귤나무 들이 어찌나 예쁘던지 숙소 잘 구했다고 스스로 칭찬을 마지않았다. 


계단을 두어 공간을 구분한 인테리어가 참 멋지다는 생각도 잠시 자꾸만 오르내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버거워지기 시작한 건 정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였다. 이젠 예쁜 것, 멋진 것보다 편안한 게 우선이 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무릎에 실리는 스트레스도 거슬리는 것을 느끼며 한 살 더 먹고 생긴 나의 또 다른 변화들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가장 큰 변화는 원시가 생긴 것이다. 처음엔 노트북이 고장 난 것인 줄 알았다. ‘왜 화면 속 글씨들이 이렇게 퍼져 보이지?’라며 주위에 호소했는데 나에게만 그렇게 보였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접하고 그게 바로 노안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연장에서 받은 티켓의 좌석번호가 잘 보이지 않고 안경을 쓰지 않고는 책을 읽을 수 없다. 눈이 나빠진 것은 내게 충격이다. 내내 시력 1.5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노안이라 그렇지 시력은 1.5인데 내게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어디 눈뿐인가? 몸에 일어나는 다양한 기능의 변화는 내 몸에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리한 스트레칭과 몸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함부로 사용한 대가는 처참하다. 발목, 무릎, 고관절, 어깨, 목 등 관절은 모조리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출산 후 생긴 손가락 통증도 피곤할 때 마다 다시 올라온다. 건강검진을 하면 아무것도 없던 결과지에 이제는 무언가가 굉장히 많이 기록되어 있고 추적 관찰하라는 것도 무지 많아졌다. 다가오는 갱년기는 또 다른 몸의 경험을 하게 한다.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는 몸의 이상 뿐 아니라 감정까지 오르락내리락 하게 한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노화를 맞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이를 먹는 게 싫었다. 얼굴에 주름이 지고 피부에 탄력이 떨어져서 슬펐다. 더 어려보이고 싶었고 계속 젊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으려 한다. 2022년 새해. 이제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지금 행복할 것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의 나를 충분히 느끼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하려 한다. 얼마 전 테니스 레슨을 시작했다.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활력을 준다. 기타도 배워보려고 알아보고 있다. 바쁘게 지낼 거지만 밤새가며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한 쉴 수 있는 시간들을 뚝 떼어 놓을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을 것이고 어려운 것을 억지로 참지 않을 것이다. 몸에 느껴지는 예민한 감각들에 예민하게 반응해주려 한다. 그래서 올 한해는 버둥거리기 보다는 여유롭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내며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탄츠위드 독자들에게도 그런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나를 위해 건강한 다짐을 세운 것처럼 우리 독자들도 자신을 위한 건강한 다짐들을 세워 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2022년 탄츠위드 파이팅, 탄츠위드 탄탄이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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