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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llare J Mar 19. 2020

토슈즈 실패 없이 고르기

정확하게 알고, 잘 골라, 제대로 신기

 우아한 발끝을 원하는 이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미션이 주어졌습니다. ‘나의 토슈즈 찾기’. 그동안 갈고닦은 기본기와 나름대로 빠삭한 이론이 있으니 수월하게 해낼 수 있겠죠? 포인트슈즈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서도 열심히 배웠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특히 첫 포인트슈즈를 찾는 이에겐 더 어려울 수 있죠. 직접 신어보는 게 좋다지만 한두 푼도 아닌 포인트슈즈를 모두 구입해서 신어볼 수도 없고, 막상 신어도 낯선 착화감에 무엇이 좋은 건지도 모를뿐더러 유명 무용수의 것을 무조건 따라 신을 수도 없습니다. 누구는 발을 정확하게 알고 슈즈를 잘 골라 제대로 신으면 된다고 쉽게만 얘기하던데…. 이 미션,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까요? ‘정확하게, 잘, 제대로’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 Step 1 : 발, 정확하게 알기

 잘 맞는 포인트슈즈 찾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수한 선택지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선택지를 전부 다 들여다보는 것조차 만만치 않죠. 그러니 힌트를 활용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데 여기서 주어진 힌트는 바로 ‘발’입니다. 무수한 정보를 담은 선택지에 비해 우리의 발은 꽤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옵션이 다양하지도 않죠. 따라서 실마리가 되어주는 발을 제대로 아는 것이 1단계입니다.

 발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일단 들여다봐야 합니다. 발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도 되고 보다 직관적인 분석을 위해 발의 윤곽을 종이 위에 그대로 따라 그려도 좋습니다. 그다음 괜스레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 발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특징 5가지를 정리합니다.


사이즈 : 포인트슈즈는 운동화, 구두 등 기성화의 사이즈 기준과 다르기 때문에 뒤꿈치부터 가장 긴 발가락 끝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합니다.


발가락 : 같은 사이즈의 발이라도 발가락 길이와 모양에 따라 발 형태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발가락 정보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섯 발가락 길이를 각각 측정하고 각 발가락의 끝을 선으로 연결합니다. 대략적인 선의 형태를 통해 전체적인 발가락 각도도 함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발볼 & 압축성 : 가만히 서있을 때 발 너비와 좌우로 누르거나 조였을 때 발의 압축성을 살펴봅니다. 포인트슈즈를 신는다는 것은 발에 압력을 가한 상태로 움직인다는 것이므로 발의 압축 정도를 알아야 합니다. 보통 발을 조였을 때 발가락이 길어지고 큰 변형이 생긴다면 압축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발 힘 : 발레 동작 중 발목과 발이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를르베(relevé)에서 발이 불안하게 흔들린다면 대부분 발 힘이 약한 편에 속합니다.


뒤꿈치 : 뒤꿈치가 크거나 작은지, 깊거나 얕은지에 대해 기록합니다. 뒤꿈치가 발볼보다 훨씬 좁은 부채꼴 모양의 발인지 등 가능하다면 단순한 기록보다 발의 전체 사이즈, 형태와 뒤꿈치를 비교 정리한 정보가 좋습니다.


* Step 2 : 슈즈, 잘 고르기

 발을 제대로 알았으니 이제 선택지를 추릴 차례입니다. 포인트슈즈에 무수한 선택지가 생겨난 이유는 택할 수 있는 구조상의 옵션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이즈, 토박스, 섕크, 뱀프를 조금씩 다 다르게 선택한다면 경우의 수는 끝도 없이 늘어날 수 있죠. 따라서 선택 가능한 옵션을 어느 정도 제한하기 위해 발의 정보를 활용한 필터링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므로 2단계에서는 발과 포인트슈즈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개인별 발 특징에 맞춘 옵션을 정리합니다.

(※ 포인트슈즈의 구조와 핵심 기능이 헷갈린다면 [포인트슈즈의 구조] )


슈즈 사이즈 : 포인트슈즈는 발보다 살짝 큰 것을 고릅니다. 흔히 발 크기가 곧 슈즈 사이즈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α를 잊으면 안 됩니다. 중요한 구성품인 토 패드(토씽)의 두께도 고려해야 하죠. 딱 맞게 신거나 운동화, 구두 사이즈를 생각하고 신으면 작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통 토 패드가 5~7mm인 점을 감안하여 포인트슈즈는 발보다 약 5~10mm 크게 신는 것이 적당합니다.


토박스 : 토박스 넓이를 표기하는 방식은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3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좁거나 넓거나 그 중간이죠. 이 중에서 맞는 것을 고르려면 발가락 경사, 발볼, 압축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좁은 토박스는 발가락이 경사진 계단 모양에 가까울수록, 발볼이 좁고 압축성이 높은 발일수록 잘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넓은 토박스는 3가지 요소를 모두 반대로 적용하면 되겠죠. 그런데 만일 발가락 경사가 급하고 압축성은 높으나 발볼이 넓다면…? 이런 경우에는 중간 넓이의 토박스를 우선적으로 고르되 발이 편안한 넓이를 직접 신어 보면서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뱀프 : 전체적으로 발가락이 길다면 높은 뱀프를, 짧다면 낮은 뱀프를 추천합니다. 발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잡아주면서 동시에 발가락이 너무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적당한 길이감이 필요하죠. 따라서 뱀프가 발가락 관절을 살짝 덮는 높이가 좋습니다.


섕크 : 섕크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는 발 힘입니다. 경우에 따라 개인적 취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포인트슈즈를 다년간 경험해본 숙련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죠. 발 힘이 약하다면 부드러운 섕크를, 강한 발 힘을 가졌다면 단단한 섕크를 추천합니다. 발 힘이 약할수록 바닥을 섬세하게 느끼며 스스로 힘을 기르는 것이 좋기 때문이죠. 발 힘이 어느 정도인지 모를 경우에는 중간 강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 발 힘을 기르고 움직이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발 힘이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단단한 섕크를 신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죠. 이는 발 강화 방법과 교육의 방향성이 조금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닙니다.)


뒤꿈치 : 안정적인 움직임을 위해서 토박스, 섕크, 뱀프 못지않게 뒤꿈치의 밀착감도 중요합니다. 너무 조이거나 헐겁다면 바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죠. 따라서 얕고 작은 뒤꿈치라면 폭이 좁고 낮은 형태를, 깊고 큰 뒤꿈치라면 넓고 높은 형태를 골라 포인트슈즈의 뒷부분이 뒤꿈치를 전체적으로 감싸줄 수 있어야 합니다.  


* Step 3 : 슈즈, 제대로 신기

 필터링된 선택지 중에서 정답을 찾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직접 신어봐야 합니다. 이론상으로 들어맞고 겉보기에도 괜찮으나 원하던 답이 아닌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죠. 그럴싸해 보이는 오답을 피하기 위해서는 직접 신고 발로 느낄 때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제대로’. 슈즈마다 미세한 차이를 느꼈다면 정답의 기준에 맞춰 오답을 하나씩 지울 수도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무작정 신기보다는 어떤 것이 잘 맞는 것인지 그 기준을 알고 신어야 발에 딱 맞는 포인트슈즈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본격적으로 신어보기 전에!

* 토 패드(토씽)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기본 토 패드를 신고 포인트슈즈 착용하기.(없을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샘플 이용 가능)

* 포인트슈즈가 처음이라면 선생님, 숙련자의 도움을 받아 피팅 상태 체크하기.

* 실제 착용감은 생각과 다를 수 있으니 가능하면 선택지에 있는 모든 포인트슈즈를 신고 다양하게 비교하기.


슈즈 사이즈  

- 정자세로 서서 공간이 남거나 눌리는 곳은 없는지 전체적인 사이즈를 체크합니다. 발이 편안한 상태에서 발가락은 슈즈 앞부분에, 뒤꿈치는 슈즈 뒷부분에 살짝 맞닿아있어야 합니다. 혹시라도 발에 압박이 느껴지거나 어느 쪽이라도 뜨는 부분이 느껴진다면 사이즈를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 바인딩이 마치 양말처럼 발의 라인을 따라 밀착되는지 확인합니다. 아킬레스건이 눌릴 정도로 조이거나 반대로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헐겁다면 조임끈을 활용해 바인딩 둘레를 조절해야 합니다. 끈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사이즈의 슈즈도 신어보고 적당한 밀착감을 느껴봅니다.


토박스 & 뱀프

- 발가락부터 발볼까지 뜨는 곳 없이 꽉 잡아주는 토박스와 뱀프가 좋습니다. 불필요한 공간으로 발가락이 움직이지 않도록 붙잡아줘야 하기 때문이죠. 길들여진 포인트슈즈는 그 둘레가 초반에 비해 늘어날 수 있어 경우에 따라 살짝 타이트하게 신기도 합니다.

- 뱀프 높이가 발가락 길이와 비례하는지 살펴봅니다. 적당한 높이의 뱀프라면 2번 드미 쁠리에(demi plié)를 하는 동안 발가락이 구부러지거나 눌리지 않고, 앞쪽으로 과하게 밀리지도 않습니다.

- 다양한 움직임 가운데서도 뱀프 형태가 변형되거나 주름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섕크   

- 포인트 자세(en pointe)에서 발과 섕크의 일직선이 일치하는지 체크합니다. 척추 역할을 하는 섕크가 비틀어져 있다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없으므로 발과의 정렬이 맞아야 합니다. 만일 계속해서 일직선이 맞지 않는다면 뱀프 넓이를 조절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좁은 뱀프로 인해 발이 옆으로 밀려 나와 중심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 측면에서 바라본 섕크 곡선을 확인합니다. 섕크는 발 아치를 따라 자연스러운 곡선을 만들어야 하는데, 부자연스럽게 꺾이거나 과도하게 휘어진다면 플랫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고 안정적인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발에 맞추어 슈즈와 섕크를 길들이곤 하지만 발 힘으로 조절할 수 없을 만큼 그 정도가 심하다면 섕크 강도를 바꿔야 합니다. 부자연스러운 곡선은 더 부드러운 섕크로, 과도하게 꺾인 곡선은 한층 견고한 섕크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뒤꿈치 

- 포인트 자세(en pointe)에서 생기는 슈즈 뒷공간은 발이 아래로 쏠리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단, 10mm 이상 남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 드미 포인트(demi pointe)를 할 때 슈즈가 아슬아슬하게 걸쳐있거나 벗겨지지 않고, 뒤꿈치를 잘 감싸주어야 합니다. 뒤꿈치의 편안함은 반복적인 를르베(relevé) 동작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Gaynor Minden. dancer.com

Grishko. www.grishkoshop.com

Pointeperfect. pointeperfect.com


여기저기서 직접 경험하고 읽고 배운 내용들을 정리한 글이기 때문에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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