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아티클로 퍼블리 1위 찍은 자의 뒤늦은 2022년 회고
원숭이띠는 삼재라고 했다. 그리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편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충 30년 인생 중 험난한 해 탑 쓰리에 들어갈만한 해였다. 턱관절 장애로 3개월 동안 유동식만 겨우 먹었고, 기운이 없는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차옆구리를 혼자 거하게 해먹었다. 면역력이 떨어진 나머지 대상포진과 탈모를 달고 살았고, 가벼이 생각했던 코로나는 미후각을 버렸다. 단골 헤어샵 원장님은 갑자기 늘어난 흰머리에 무슨일이냐 물었다. 좀 괜찮아졌다 싶을 때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일의 피해자가 되었고, 솔직히 대처를 현명하게 하진 못해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다. 번아웃따위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많이 아팠고, 심리 상담을 오래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었다. 이미 많은 고통으로 다져진 맷집이라 어지간한 시련은 시간 문제일 뿐, 이겨낼 수 있다는 독기가 있었다.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뭐든 했다. 종교는 가톨릭을 가장한 무교에 가까웠지만, 불현듯 "삼재"의 액운을 막아준다는 나무 염주를 샀다. 회사가 준 상처가 컸지만, 마약같이 좋은 복지를 어떻게든 알차게 누리기 위해 주2.5회 점심 운동은 무슨일이 있어도 했다. 사내 상담사 선생님이 꽤 잘맞아서 한때는 회사다니는 낙이었다. 한창 IT붐일 때는 이직 제안이 와도 시큰둥하더니 "뒤늦게 이제와서 불황기에" 이력서를 다듬었고, 가고 싶은 회사에만 이력서를 넣었으며, 다섯중 3번은 면접을 볼 수 있었다. 연말에는 고작 구독자 100명도 안되는 변방의 브런치를 찾아와주신 안목좋은 퍼블리 컨텐츠 매니저님 덕분에 회고 아티클을 하나 썼고, 저자 계약이라는 것도 해보고, 회사에는 무려 사외 겸업 승인까지 받았다. 기꺼이 나를 위해 사랑을 나눠준 사람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고, 깊은 감사를 느꼈다.
본디 획득보다는 손실이 더 아픈지라, 그저 고통스러운 한해의 기억들이 더 선명했는데 왠걸 작년 회고 중 적었던 목표(희망사항)를 많이 이뤘음을 깨달았다. 기특하다 나자신! 2021년 목표를 빗대어 볼 때, 이룬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했다.
- 쿼리/파이썬 스킬업 했다.
- 가족으로부터 잃은 포인트 제대로 쌓았다.
- 수면 루틴은 많이 개선되어, 이제 불면증은 없다.
- 수익률과 별개로, 자동 투자는 돌아가고 있다.
- 차를 수리했다.
- 핸드폰과 맥북을 샀다.
- 내 방을 사람방답게 만들었다.
- 읽은 책들을 전부 PDF화 했다.
2022년 키워드는 내로남불이었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했기 때문에, 그래서 맘고생한 세월이 많아 자극적인 키워드를 선정했다(연초 말고 중간에). 고통에서 작품이 나오고, 위기에서 기회가 나온다 했던가. 솔직히 타인의 말에 잘 휘둘리는 나였는데, 이젠 타인의 말과 의도에 대해 그대로 스며들어 아파하지 않게 됐다. 어쩌면 한번 더 의심하고 사고하는 필터링이 생겨 머리가 더 아파졌지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 Don't let others to decide my life.
종이에 적는 회고부터, 지난 데이터를 살펴보면서 정량적 요소를 채워넣고, 노션에 옮기면서 구체화 하고 다듬는 것 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퍼블리 아티클을 쓰기 위해서 더 미리, 자세히하려는 욕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브런치에는 핵심적인 3가지만 정리해서 적어보겠다.
1) 데이터 분석과 PM으로 포지션이 확장되어, 분석 보고서를 18개나 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회고 시즌에 인사평가 시즌도 겹쳐서 같이 회고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내 기대보단 더 성장한 것 같아, 처음으로 받을 만 한 것 같다고 썼다. 결과는 몰라도 스스로에겐 떳떳했다. 어느 한해보다도 가장 성장하고 고생한 한해였으니까.
2) 드디어 채용에도 관여하는 짬밥이 되었으나
3) 뒤늦은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포트폴리오는 아직이고, 이력서는 다듬어야 한다.
1) 여행성 개발을 시작했고, 팀 사쩜오층 2월부터 여행성 개발을 시작했다. 원래 2022년 런칭이 목표였는데 회사와 병행하긴 마땅치 않았다. 그래도 늘 벼루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꾸준히 진행중이며, 무엇보다 좋은 팀을 만난 감사한 일이었다.
2) 퍼블리 저자 데뷔를 했다. 학교 졸업한 이후 1등할 일이 없었던 내겐, 참 소중한 성취의 경험이었다. 퍼블리를 쓰며 발견한 기회는, "이걸 본다고?" 하는 수준의 엔트리급 정보도 수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관련 경험은 별도의 글로 작성할 예정이다.
3)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은 아마 실패의 경험으로 남기고 새로 채널을 파야하지 않을까 싶다. 신사임당도 수도 없이 채널을 말아먹었다고 했다. 근데 영상은 인풋대비 아웃풋이 너무 효율이 안나오는 작업이라 병행하기엔, 인풋을 낮추는게 핵심인 것 같다.
1) 조카에게 고모 소리를 처음 들었다. 아이들은 말하는 속도가 말도 못하게 빨라서 말문을 튼지 얼마나 됐다고 고작 만3년도 안된 꼬맹이가 이젠 "여기는 여자화장실이잖아! ㅇㅇ는 남자니까 남자화장실 가야해!" 라고 어른을 혼낸다.
2)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기존 관계를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운 관계를 많이 트진 못했다. 정리해보니 대략 3명 정도가 유의미한 새로운 관계였고, 친밀도가 급상승한 관계는 7명 정도 되는 것 같다.
3) 의외로 유의미하게 소멸한 관계는 별로 없었다. 이건 민감정보니까 아무 코멘트 없음.
1) 건강이 최고다 정말 건강이 너무 너무 중요하다는걸 너무 뼈저리게 느낀 한해다. 몸무게는 2KG정도가 줄었고(많을 땐 3~4), 근손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라 그 2KG가 대부분 근육이었다. 코로나, 턱관절 장애, 대상포진, 역C자 목, 탈모, 갑상선혹까지 다채로웠던 몸의 아우성.
2) 그래서 나이도 나이인지라 건강을 많이 신경쓰기 시작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점심요가는 꾸준히 주 2.5회 정도 했다. 마음 건강을 위해서 심리 상담도 받았는데, 선생님이 감정적으로 공감해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실질적인 팩트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타입이라 너무 잘맞았다.
3) 예민한 기질을 타고난 나에겐 스트레스 관리가 참 중요한데 살기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결과, 이제 좀 노하우를 알 것 같다. 이건 별도의 컨텐츠를 만들것이다.
1) 건강에 대한 습관에 대한 탐험을 많이 했다. 찬물 샤워는 피로와 스트레스 관리에 너무 효과적이었고, 단식또한 소화 불량을 달고 사는 내게 휴식을 주었다.
2) 출근길 활용을 위해 온갖 실험을 했다. 글도 써보고, 책도 읽어봤으며, 구간 별로 시간을 측정하며 최단 경로와 최적 시간을 찾아내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듣는게 제일 잘 맞았다. 시간을 내어 소설을 읽기엔 그 시간은 보통 실용서의 자리가 될 때가 많았고, 전문성우와 적절한 효과음이 섞인 소설은 기대보다 훨씬 생경했다.
3) 퇴근 후에는 20분 단위의 시간 관리가 효과적이었다. 퇴근 후에 이것 저것 빼고 남는 시간이 1~2시간 남짓인데, 이렇게 생각하면 짧지만 20분 단위의 시간이 6개 정도 된다 생각하며 쪼개면 훨씬 촘촘하게 시간을 쓸 수 있다. 경험상 3~4조각의 시간으로도 매일 시도할만 했다.
1) 자동 매수 프로세스를 구축해두었다. 결과는 비록 좋지 않았지만... 주식 불황이 들어간 요즘도 비중조절만 되었을 뿐 계속 돌아가고 있다.
2) 어쩌다보니 작년 대비 총 소득이 약 40% 증가하였으나, 자산의 70%가량 차지한 주식(그중에서도 테슬라...)이 폭락한 덕분에 총 자산은 오히려 주는 마법을 경험하고 있다.
3) 투자에도 안전마진이 반드시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적금은 하지 않지만, 금리 높은 예금으로 자산을 분산해 둘 필요가 있겠다.
1) 아이맥, 아이패드만 있던 생태계에 에어팟 프로가 선물로 들어 왔고, 아이폰14 프로와 맥북 에어를 구매하면서 맥 생태계가 완성되었다. 애플 워치가 남았지만, 이는 N잡 소득을 모아 에르메스 워치를 살 야망을 품고 있다.
2) 미루던 차 보험 수리를 맡겼다. 차를 고칠 땐 늘 수리업체의 영업질과, 뿌리깊은 불신에 늘 초조하다.(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호구가 된다) 오토 업계의 뿌리깊은 불신과 불안,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해줄 서비스는 아직 갈 길이 먼 좀 남은 듯 하다.
3) 어떤 장소보다, 안국-북촌영역이 내게 제일 편안함을 주었다. 낮은 건물 뒤에 펼쳐진 동양적인 산세와 힙한 가게들, 적당한 밀집도, 현대와 과거/어르신과 젊은이/한국인과 외국인들과의 공존. 건강하고 편안하다.
1) 72권을 읽은 작년 대비 많은 책을 읽진 못했다. 15권 읽었다. 다시 읽자는 핑계 하에 작년보다 새로운 책을 많이 읽진 못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그냥 하지 말라 - 송길영'. 사내 강의에서 실물로 봤을 때 꼬장했던 이미지에 비해, 데이터를 도구로 한 예리함에 비해, 의외로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에 위로를 받았다. 앞으로는 감상을 후기로 남겨둘 필요가 있겠다.
2) 유튜브 뮤직이 집계한 내용에 따르면, 1위는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인생이 피로했던지, 가사가 없는 음악을 많이 들었다. 재즈 Lo-Fi 음악이 배경음악으로는 적격이다.
3) 드라마는 많이 보지 않는 편인지라, 5개의 시리즈를 봤고, 영화는 고작 4개뿐이었다.
1)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맞는 것 같은 말을 해도 그 비수를 막아줄 최후의 유일한 사람은 내가되어야한다. 설령 그 말이 맞는 말처럼 보여도 그대로 맞고 있지마.
2) 편견이 무조건 나쁜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정보를 알 수 없는 한정적 리소스 하에서, 편견은 필터링을 위한 때론 유용한 정보가 된다.
3)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을 모두 갖고갈 생각을 한다면 변화를 누릴 수 없다. 더 큰걸 얻으려면 미시적인건 버릴 줄도 알아야한다.
20대 때는 재밌어 보이는 일은 뭐든 일을 벌이곤 했다. 열정이 넘치는 내게 많은 사람들은 잠재력이 좋아보인다고 믿어줬다. 서른즈음이 되어서는 이젠 그저 잠재력만으로는 나의 가치를 입증하는게 무모하단 생각이 들었다. 이젠 모든 것을 탐색할 리소스가 부족하고, 한정된 리소스를 어디에 쏘아부어야 아웃풋이 잘 나올지 잘 판가름하고 선택해야 한다. 어쩌면 그게 운을 만들고, 실력의 실체인 것 같다. 잠재력보다 성과로 설득해야 한다는 걸 안다.
2023년에는 Prove Potential, 잠재력을 증명하는 한해가 되고 싶다.
잠재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꾸준하게 컨텐츠를 발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컨텐츠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체력과 시간관리를 해야하는지, 어떤 루틴을 설계해야 "이번주는 바빠서 쓸 시간이없었어"라는 가불기적 저항이 최소화될 수 있을지 결론을 내야 한다. 그래서 좀더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인간이 되려 한다.
- 커리어에 있어, 정체기를 벗어나기 위해 이직에 성공하기
- 여행성 런칭해서 수익내기
- 꾸준한 습작으로 아마추어 작가 탈피하기 (브런치, 퍼블리)
- 컨텐츠 감상 > 내용 및 생각 정리 루틴 확립
- 수영 / 필라테스 새로 배우기
- 바디프로필 찍기
- 한달에 한 주는 밀가루를 금하고 클린식을 먹는 주간 마련하기
- 투자를 좀 더 계획적으로 기록하고 공부하며 실현하기
- 부동산, 아트테크 공부
- 경험확장을 위해 외면하던 리타(운전)의 의미를 찾아주기
2023년이 된지 1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회고글을 올린다는 것이 다소 민망한 일이기는 하다. 솔직히 퍼블리에 회고글도 쓰면서 "회고 쓰는 여러분 앞서나간 살암!" 이래놓고 내가 이글을 2022년 마지막 날도 아니고 1월 7일날 쓰다니 나는 참 정말 얼굴이 두꺼워진 비범한 놈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가 조금 좋고 그렇다. 회고는 진작에 완성했지만 글을 좀 늦게 쓰는거다 뭐 이런 변명을 해도 떼잉 브런치에 글 4달만에 쓴 게으르고 일관성 없는 P놈 ㅉㅉ하는 내적 피드백이 들리긴 한다. 사실 오랜만에 글쓰기가 조금 민망해서 사족이 길고 뭐 그런거 맞다 맞아. 그래도 12/31에 가족상이 있었고 새해 출근 첫주부터 야근러쉬해서 정신과 체력이 퇄퇄 털려서 이해해 주십사하고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PS를 남긴다.
새해엔 더 좋은 일이 많길, 어려움이 있어도 길지 않길, 헤쳐나갈 지혜와 온기가 가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