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라에몽 Jan 12. 2022

[유라쌤네 교실] 쌤편지_졸업

떠나는 너희에게

사랑하는 육육이에게.

사랑하는 나의 귀여운 아가들아, 이렇게 말하면 너희는 에이~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는 가장 사랑스런 아가들이 바로 올해의 육육이들.


마스크를 쓰고 만나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은 몇 번 없지만, 그래서 졸업앨범 속 너희의 얼굴이 낯설고, 할 수 없었던 것이 한 것보다 훨씬 더 많아 가장 큰 아쉬움이 남는 너희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얼굴의 반만큼 더 열심히 눈을 마주치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1년을 보낸 것 같아. 특별하게 무언가를 하지는 못했어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상이 특별했었고 말이야. 


너희에게 이번 1년은 어떤 해였을까. 

해준 것도 없는데, 교실에 오는 것이 재미있다고, 6학년이 즐겁다고, 다시 초등학교 다니고 싶다고 말해주는 너희들에게, 선생님은 참 무뚝뚝하게도 영영 안 볼 것은 아니라며, 울지 말라며, 마지막까지 수업을 했더랬지. 이런 선생님이 너희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남을까, 부디 나쁜 선생님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이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어. 

옛날 선생님 찾아 오지 말고, 지금 선생님에게 잘 하라는 말. 

그런데 말이야, 어느 날, 문득. 혼자라고 느껴질 때, 외로울 때, 힘들 때, 그런데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을 때, 견디기 힘든 감정이 왔을 때, 아니면 정말 행복하고 좋은 일이 있는데 누구와도 나눌 수 없을 때, 그럴 때는 언제든, 걱정 말고 나에게 오렴. 정말 맛있는 것을 사줄게. 

선생님이 너희를 보내며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약속은 그거야. 언제 어디서든, 너희가 20살 먹은 어른이 되어도, 아니 60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그 순간이 오면 찾아와, 따뜻하고 맛있는 걸 사줄게, 선생님과 맛있게 먹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은 사람은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긴다고, 그런 시간이 쌓여 분명 매일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단다. 



이제 먼 길을 떠나는 너희에게, 어쩌면 지금보다 더 힘든 일이 많을 세상으로 내보내며, 어떤 것을 마음에 품어야 할까 늘 걱정을 했단다. 그리고 그 걱정의 끝에 단 하나, 마음에 남았으면 하는 것은, ‘세상에 단점은 없다’는 것. 내가 가진 단점도, 내 옆의 사람이 가진 단점도, 단점으로 보지 않기를. 그래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나와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보내고, 미워하는 사람을 그냥 지나가게 둘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나의 단점이 나라서 가장 잘 보이는 날이 있을 거야. 

그 날이 되면 잊지마. 우리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말이야. 

모두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날, 그래서 나조차도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날이 오면 꼭 기억하렴. 

너는 선생님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제자란다. 


언제나, 아무 이유 없이 너를 사랑하고, 행복하길 기도하는 어른이 여기에 있어.

잊지마라. 너는 사랑스럽고 너는 아름답고 너는 나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을. 

그저 살아있으면, 괜찮다는 그 말, 마음에 기억하며, 

힘들지도 모르는 세상을, 단단하게 내딛으며 걸어 나가기를. 가끔 울어도 돼. 넘어져도 되고 쉬어 가도 돼. 

그래도 괜찮아. 늘 너의 뒤에서 보고 있을게. 

사랑한다. 정말로 많이 사랑한다. 


2022.1.12. 유라쌤이

작가의 이전글 교실에서 보내는 마음 3. 졸업을 축하해 시작을 응원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