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작성
https://www.inews365.com/news/article.html?no=654439
학교의 시작은 3월이다. 모두가 1월에 새해를 시작하는데 학교만은 그렇지 않다. 이 곳만은 2020학년도다. 봄방학이 사라지며 1월에 졸업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2월은 여전히 이별의 달. 2월이 되면 모든 것이 떠난다. 아이들과 함께 학부모님이 떠나고 옆 반을 지켜주던 동학년 선생님은 물론이고 한바탕 학교의 구성원이 교체된다. 그 중, 가장 허전한 것은 역시 이 교실을 가득 채우던 아이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2월의 이별은 학교에 남아 있다.
아이들이 떠나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교실에 홀로 앉아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해주지 못한 것에 관한 후회다. 해주고 싶은 것이 참 많았었는데 해야만 하는 것에 가려 계속 뒤로 미뤄뒀다. 아이의 삶에서 졸업이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고 있기에 꼭 배웠으면 했던 것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 실패하더라도, 정말로 끝이구나 싶을 때조차도 결코 끝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게 하는 것, 언제든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고 돌아와도 괜찮다는 것만큼은 배웠으면 했다.
혹시나 다 못 배우고 보내는 것일까 봐, 떠나는 아이의 손에 꼭 쥐여주고 싶은 그림책 속 몇 문장.
"누군가 널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고 너의 소중함을 평가하진 마."
말이 대답했어요.
"항상 기억해. 넌 중요하고, 넌 소중하고, 넌 사랑받고 있다는 걸, 그리고 넌 누구도 줄 수 없는 걸 이 세상에 가져다줬어."
- 먼 길 떠나는 네 가방에 꼭 넣어주고 싶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상상의 힘>
"넘어져도 괜찮아. 덕분에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왔잖아.
네가 어떤 자세로 서 있느냐에 따라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진단다."
- 세상을 날아갈 네가 읽었으면 하는 <하늘을 날고 싶은 아기새에게, 피르코 바이니오, 토토북>
"꼬마 생쥐야, 네 인생에는 수많은 벽이 있을 거야.
어떤 벽은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지만, 대부분은 네 스스로 만들게 돼.
하지만 네가 마음과 생각을 활짝 열어 놓는다면 그 벽들은 하나씩 사라질 거야.
그리고 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발견할 수 있을 테고."
- 벽에 부딪혀 좌절할 너에게 알려주는 세상의 비밀 <빨간 벽, 브리타 테켄트럽, 봄봄>
비밀을 알려주자면 선생님도 매일 실패하고 좌절하고 눈물을 흘린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의 손에 쥐여준 책을 선생님은 수백 번도 더 읽으며 다음 날 다시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다는 것, 우리가 비록 계속 함께하진 못해도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순간을 경험하며 함께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기를 그저 바란다는 것. 그렇게 아이들을 교실에서 떠나보낸다, 시작을 응원하며.
"지금 만나는 선생님에게 잘해주세요."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참 매몰찬 선생님이었다. 졸업하면 찾아온다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지금 네 옆에 있는 선생님에게 잘 하라고 말했다. 그런 매몰찬 선생님이 딱 하나 간절히 하는 부탁. "혹시 언젠가 정말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너무 힘들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 갈 곳이 없을 때, 그때 꼭 연락하세요. 따뜻하고 맛있는 것 사줄게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따뜻한 음식을 나누어 먹은 이는 최소한 그 날 밤 행복하게 잠들 수 있다고 믿는 내가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A/S다. 어쩌면 더 힘들어질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배고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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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이들의 손에 쥐어 주려고 그림책 선물할 예산을 남겨두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중학교 놀이 관련하여 많은 분들이 '스케줄러 사용법'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올해의 선물은 그림책에서 스케줄러로 변경.
1월에 열심히 스케줄러 사용법을 가르치고, 졸업하는 날에 짜잔하고 선물할 예정.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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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관련하여 제작했던 1년 전 카드뉴스.
아이들말고 어른들도 응원하며!
2021년, 추가하고 싶은 그림책도 한 곳에 모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