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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에몽 Nov 18. 2021

유라쌤네 교실_학급자치(2)

레슨2. 규칙에는 금지만 있을까? _벌칙과 권리

2021학년도의 키워드는 '학생 주도성'.

학생 주도성을 기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유념하며 진행하였습니다.


1.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 하고 싶은 것이 많아도 스무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 가는 길이니 천천히.

2. 갈등을 무서워하지 말 것 - 갈등을 잘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목표니까 

3. 교사가 쉽게 해결하지 말 것 - 앞장서서X 한발짝 뒤에서 등불을 들고. 아이들 스스로 더듬더듬 갈 수 있게.


특히 중요한 것은 3번입니다. 답을 가르치는 교실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교실! 잊지 마세요.


1편 레슨1. 기본법 만들기는 아래에

https://brunch.co.kr/@uraura/7




레슨2. 규칙에는 금지만 있을까? _ 누릴 수 있는 당근과 받아야만 하는 채찍.


지난 시간 기본 규칙을 만들고 다음 학급회의는 일주일 뒤.

일주일 동안 당연히 문제가 발생한다. 

일부러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스스로 느끼고 그것을 해결해가기 위해 일주일의 시간을 두는 것이다.

문제를 무서워하지 말 것.

문제가 발생해야 아이들은 고민을 하고, 그 과정은 살아있는 배움이 된다. 

대신 이 때 교사는 손을 놓는 것이 아니라 항상 교실에 있으며 주의깊게 아이들을 관찰해야 한다.

누군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하거나, 도가 지나쳐 안전/건강의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미리 교사가 개입하는 상황을 말해주는데, 그 기준은 여전히 '건강과 안전'이다.

누군가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경우에는 선생님의 개입이 진행된다. 


-


발생하는 문제 : 규칙을 어기는 아이들 발생. 


규칙을 어겨도 벌칙이 없는 상태라 할 수 있는 건

1. 하지말라고 이야기한다.

2. 선생님께 이야기한다.


학급자치를 위한 것이기에 해결해주기 전에, 그 상황을 그대로 짚어주는 것이 포인트.


"우리 반을 위한 규칙을 분명히 만들었는데 문제가 생기네요. 어떤 문제가 생기죠?"

"아이들이 규칙을 안 지켜요."

"회장이 너무 힘들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기는 애들한테 벌을 줘요."


"어떤 벌을 줘야 할까요? 이번 주 학급회의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볼게요. 

학급회의까지 어떤 벌을 주면 좋을지 글똥누기에 자신의 생각을 써 봅시다

하나의 벌을 정해서 줘도 좋고, 규칙마다 다른 벌을 줘도 좋아요." 


글똥누기에 자신의 생각을 모두 써오도록 한 후 학급회의를 진행한다. 

tip. 토의, 토론, 발표 전에는 반드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선생님이 확인하며 논리적인 근거나, 발전해나갈 방향에 관해 피드백을 준 후 회의를 진행하면 충분히 회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 학급회의에서 정한 것은 벌칙이었다.

역시 교사의 개입은 어느 정도 있다. 학급회의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모르기에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는 모델이 되어 준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모방할 수 있게 되면 교사의 역할이 줄어든다.) 

단순히 '의견 나오기 - 다수결 - 결정'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는지 교사가 계속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이 생각한 벌칙.

1. 반성문 써오기

2. 남아서 청소하기

3. 투명의자 하기

4. ...


등등. 아마 생각하는 그런 벌들이 나왔다. 


아이들이 생각하도록 던진 질문

"벌칙은 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나요?"

"규칙을 잘 지키라고요!"

"맞아요. 규칙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는요?"

"함께 서로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교실에서 지내기 위해서요."



"만약 교실에서 뛰었어요. 규칙을 어겼죠. 남아서 청소하는게 벌칙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그럼 여러분이라면, 남아서 청소하고 나면 다시는 교실에서 안 뛸 건가요?"


벌칙을 만드는 의미를 생각해보도록 했다. 


"벌칙은 타인을 괴롭게 하기 위해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자고 만드는 거예요. 

여러분이 생각해 온 벌칙은 규칙을 잘 지키기 위한 벌칙인가요,

아니면 그냥 괴로운 벌칙인가요?"


그동안 그냥 벌칙을 받아들여왔고, 벌칙의 의미에 관해 설명해준 사람이 없었던 아이들이었기에 

차근차근 설명해주며 벌칙이 원래 생겨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질문을 던졌다.


더불어 '투명의자'같은 폭력적인 벌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당연히 투명의자 같이 몸을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하는 벌칙을 하면

그게 무서워서라도 안 하려는 억제 효과는 있겠죠.

그런데 학교가, 선생님이, 친구가 폭력을 써도 괜찮은가요?

폭력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게 선생님일지라도, 부모님일지라도요."



다시 생각할 시간을 주었고 토의를 했다.

이때 초점은 규칙을 지킬 수 있는 벌칙을 생각하는 것, 

토의 끝에 다수결을 통해 

'글똥누기 쓰기'로 결정이 났다.

이때 글똥누기에는 자신이 잘못한 행동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진짜로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여기서 잠깐. 

시키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은 다수결로 결정을 하였고, (늘 하던 방식)

5개 나온 의견 중 가장 많은 의견이 나온 글똥누기 쓰기로 정했는데 6표를 얻었다. 


"여러분, 6명이 찬성한 규칙이 과연 우리 반을 대표하는 규칙이 될 수 있을까요?"


"몇 명 정도가 찬성해야 우리 반을 대표할 수 있을까요?

내가 원하지 않지만 우리 반의 친구들이 이만큼 공감하는 거라면 

나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 라고 생각하는 인원수는 몇 명인가요?"


그렇게 우리 반의 기준은 13명이 되었다. (총 25명이라 절반은 넘기자!가 주된 의견)

13명이 찬성하는 규칙만 통과. 




이렇게 되자 의견에 관한 논의를 다시 해야 했다.

원래 나왔던 의견들을 모두 쓰고, 하나하나 의견을 물었다.

이 중에 하나를 고를 필요 없이, 13명 이상이 찬성하는 것, 즉 우리가 합의에 이른 의견을 찾는 것이 먼저.

그 결과로 다시 '글똥누기-반성문 쓰기'가 20명의 찬성으로 통과되었고,

충분히 우리를 대표하는 규칙이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제안하는 모든 규칙은 13명 이상이 찬성해야 논의 대상이 된다는 규칙도 생겼다.

즉, 학급회의를 통해 결정되는 사항은 최소한의 동의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



벌칙, 금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도 있었다.

마침 한 아이가 나에게 와서 "선생님, 점심시간이 너무 짧아서 쉬는 시간이 부족해요." 라고 했던 말이 있어 이것을 내가 안건으로 제안했다. 


"학급회의를 통해 결정한다의 의미는 벌칙과 금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주에 점심시간이 짧아 쉬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것을 해결해 볼까요?"


이후 학급회장이 학급회의를 이끌었고, 이 부분은 미리 학급회장과 이야기를 했다.


1. 어떤 점이 문제일까?

2. 그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3. 해결책이 현실화되었을 때 발생할 문제점은?

4. 그에 대한 보완점은?


이렇게 진행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점심시간이 짧아 못 쉬는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 청소하고, 점심먹고 오면 5교시 수업 시간이 시작됨. 


"그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청소시간을 뺐으면 좋겠음.


"만약 청소시간을 빼고 쉬는 시간으로 돌리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 교실이 더러워짐.


"그에 대한 보완점은?"

- 일주일 중에 하루만 청소를 빼자. 나머지 4일은 깨끗이.


이렇게 착착 일이 진행되었고, 오히려 토론은 어느 요일을 뺄 것인가에서 격렬하게 부딪쳤으며,

월/수/금의 격렬한 토론 후 금요일로 최종 선택.

(월/수/금의 선택은 다수결 투표. 이를 통해 다수결이 필요한 때와 기준을 넘는 투표가 필요한 때를 구별)


아이들은 학급회의를 통해 

주1회의 휴식 시간을 얻게 되는 경험을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아이들의 학급회의/학급자치를 인정한다는 것을 담임교사로 보여줬다.

심지어 좀 오버해서, 동등하게, 학급회장을 대표로 존중하는 태도로. 


이것이 중요하다.

자신들의 결과가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 학생주도성을 기르는 핵심이다.

실컷 회의 후 결과가 안 받아들여지거나 선생님 마음대로 바꿔버린다면?

굳이 왜 해야 하나, 싶을 테니까. 


그리고 이제, 드디어 다년간의 노하우를 가진 '선생' 먼저 태어나 경험한 사람으로 한 마디 추가!

(이제야 나설 차례다!)


"아이들을 늘 마주하는 선생님의 경험 상, 

금요일에 청소를 안 할 경우, 금, 토, 일의 먼지가 모여 월요일에 좀 많이 더러울 수 있어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하루만 청소를 안 하면 되는데 나머지 날에 과연 열심히 할지도 걱정이고요.

만약 우리 교실이 더러워진다면, 저는 교실 구성원이자 여러분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써

이 규칙에 관해 반대 하는 의견을 낼 겁니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거라는 것을 잊지마세요."


결과에 관해 책임지지 않는다면 권리가 날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날 아이들이 느낀 뿌듯함은 글똥누기(일기)에서 잔뜩 드러났는데,

처음으로 자신들 스스로 규칙을 정했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많았다.


분명 지난주 규칙이나 이번주 벌칙을 아이들이 스스로 정했음에도,

그것은 자신들에게 득이 되기 보다는 올가미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규칙을 정했다는 뿌듯함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그런데 자신들에게 득이 되는 일도 이렇게 정할 수 있다니 기뻤을 테고,

교사인 나의 입장에서는 사실 

주 2회, 주3회 청소 안 한다고 결정해도 일단 받아들여줬을 텐데

아이들이 알아서 주1회만 쉬겠다고 하니, 안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뻤다. 

어느 정도 아이들이 스스로 통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 몇 단계 생략이 가능하다.

(만약 그렇지 못한 학급의 경우에는 몇 번의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통제가 필요함을 알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2번의 학급회의 결과로

1. 규칙은 우리가 스스로 세운다.

2. 규칙을 잘 지키려면 벌칙도 필요하다.

3. 규칙을 세울 때는 합의된 기준이 필요하다. (우리를 대표하는 규칙! 그러니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

4. 스스로 세우는 규칙은 금지와 벌칙 외에도 무엇이든 가능하다.


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다음 시간에는

레슨3. 다수결이 과연 옳을까? 

를 통해 다수결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보완해가는 과정을 설명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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