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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Sep 14. 2023

행복하십니까?

  

길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다툼이 일어났나 봅니다.

큰 소리가 오가는 중에 인상 깊은 말이 들려왔습니다.     


“아이고, 그래서 당신은 행복하세요?”     


지나는 사람에게는 웃고 지날 말이지만 유독 그날의 한마디가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는 진정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요?

다툼에서 이기면 행복한 삶일까요?

누군가 나로 인해 아픔을 느꼈는데도 내가 이익을 얻고 이겼으니 행복해도 되는 걸까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다 보니 부끄러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나는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우리는 이기적이며, 공격적이면서 방어적입니다.

아무런 소득 없이 내 것을 순순히 내어줄 순 없습니다.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도리어 그에게 내가 느낀 불쾌한 감정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당연한 감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은 자기 방어를 위한 이기적인 유전자를 지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기적 감정을 채우는 일이 행복과 관계가 있는지는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자신의 저서 'Give and Take'에서

이득을 바라지 않고 주는 사람, 기버(Giver)의 성공 확률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이타적인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성공이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이 글의 주제는 행복입니다.

누군가 얼굴을 붉히며 멱살을 잡기 일보 직전, 분노의 대상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스스로 되물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행복은 어려운 단어이며 닿을 듯 잡히지 않는 가깝고도 먼 존재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들이 공부가 힘들다며 하소연을 풀어놓습니다.

고민 끝에 아들에게 가장 위로가 될 것 같은 말을 건넸습니다.


"괜찮아. 공부가 아니어도 좋으니 네가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렴."


이 대답을 해 주었을 땐 부모로서 해 줄 수 있는 멋진 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자뻑은 오래가지 않아 부끄러움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신은 반 백 살 가까이 사는 동안 행복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면서

성인도 아닌 어린 아들에게 행복을 찾아보라니요.

이런 무책임하고 원론적인 대답이 어디 있습니까?

아마도 아들은 아빠에게 되묻고 싶었을 겁니다.


"그게 뭔데요?"






나도 잘 모르는 걸 어른도 아닌 학생이 쉽게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을 배우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니 말입니다.

나이와 상관 없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저 역시 행복을 소원하며 살아갑니다.

행복한 사람이 가장 부럽습니다.

하지만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 행복은 삶에 녹아내리지 않고 휘발되어 쉽게 사라질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더 큰 불행을 유도하는 위험한 유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을 내 안에서 찾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와 마주치는 타인의 얼굴에서 행복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자주 가는 식당 주인아주머니의 살가운 친절,

분리 수거하다 마주친 앞 동 아저씨의 미소,

등굣길에서 만난 아들 친구들의 꾸벅 인사,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들의 함박웃음,

힘든 하루를 녹이는 아내의 평온한 잠자리와 부드러운 숨소리


그들이 행복할 때마다 나에게도 작은 행복의 주머니가 주어진다면

나는 언제나 나로 인해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렇게 모은 수많은 행복 주머니를 하나씩 풀다 보면

더 이상 주머니를 풀지 않아도 스스로 이렇게 외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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