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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완 Jul 28. 2024

결혼에 대한 새로운 생각


큰 아들이 성인이 되었습니다.

미성년이었을 때는 책임감으로 대했다면 성인이 되고 나니 또 다른 부담감이 생깁니다.

성인이 성인을 키운다는 것은 새로운 육아의 시작입니다.


아들은 이제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풀어놓습니다.

그 생각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해도 듣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아가겠다고 말합니다.


참 고맙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한 집에서 살아갑니다.

집세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니 이제 아들이 아닌 객이 된 것 같습니다.

조금씩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들은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군대를 기다려준 여자친구도 있지만 관계가 그리 끈끈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시대의 연애는 30년 전 아빠의 연애와는 상당 부분 다르게 느껴집니다.


혼자 살든지 아니면 동거를 하더라도 결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기는 누군가를 책임지며 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고백합니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제도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책임을 두려워하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어린 두 동생을 길러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 한편에는 불안이 덩어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끔 아내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혼하지 않았을 현재를 상상해 보곤 합니다.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어떤 인생이었을까 궁금함을 나눕니다.

그래도 함께여서 다행이라는 아내의 마지막 멘트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르고 나니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달라져가고 있습니다.

무조건 해야 하는 건 줄만 알았는데 살다 보니 꼭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사랑에 대한 책임이 제법 크다는 사실 또한 깨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길러내고 있습니다.

나는 그 과정이 조금도 불행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와 함께 인생의 전쟁을 치르며 전우애도 생겼고 삶에 대한 애착과 다양한 삶에 대한 공감도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내 결혼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결국 결혼은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으로 타협해 봅니다.

행복 뒤편에 그늘진 고통과 인내의 무게는 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적인 틀이 아니라도 삶의 동반자, 친구, 사랑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모두를 응원합니다.


혼자서만 만날 수 있는 행복이 있다면 둘이어야 만날 수 있는 행복이 있습니다.

외로움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 꼭 등 뒤에 있어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정답을 꼭 정해두고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살다 보니, 어쩌다 보니 셋이나 낳고 살게 되었습니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행복이라 해두겠습니다.


아이들에게 꼭 나와 같은 삶을 살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빠의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아이들의 엄마라는 사실만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이라는 건 그걸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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