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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진 Mar 06. 2023

파티와 경찰차, 당연한 안전

<어린이와 환경 4>


파티와 경찰차, 당연한 안전 




2월의 카니발은 유럽에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것을 반기는 커다란 행사다. 가톨릭에서 부활절 7주 전,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의 시간을 축하하는 카니발은 이날을 전후한 기간, 세계 여러 도시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독일어로는 ‘Fasching’ 이라는 말을 쓰는데, 원래 이 말은 겨울이 지나면 봄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이교도 민속 축제임을 기념하는 날을 이르는 말이었다. 겨울의 끝을 축하하고 봄을 환영하면서, 겨울이 끝나면 악령이 쫓겨나 봄과 빛의 계절이 올 수 있다는 일종의 의식이다. 고대 게르만족은 봄이 오면 겨울의 사악한 영혼을 몰아내고 추운 계절을 끝내기 위한 야생으로부터의 축제를 열었고, 이때에는 주술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가면을 쓰고 북을 치고, 종과 방울을 흔들면서 큰 소리로 가득 채우면서 겨울의 끝에서 의식을 치렀다. 샤먼은 전통을 만들고 문화의 뿌리가 되어 현대까지 영향을 끼쳤다.  


카니발 주간에는 사람들이 해적, 카우보이, 인디언, 다양한 동물, 천사 등의 옷을 입고 다양한 화려한 의상을 입고 도시를 걷는다. 세계적으로도 물론, 독일에서 가장 큰 카니발 행사는 독일 도시 쾰른에서 하는 Rosenmontag (참회의 월요일) 행렬인데, 이때 최대 1만 명의 방문객이 방문하여 행진에 참여하기도 하고, 거리에서 함께 즐긴다. 실제로 거리 행사에 나가보면 다양한 의상으로 한껏 꾸민 장면이나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신나는 모습이 흥을 돋구지만, 축제에는 이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축제가 전달하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안전하게 지키는 사람들이다. 


도시의 축제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만들어 간다. 지역의 단체, 크고 작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모임은 자발적으로 퍼레이드에 참여할 수가 있는데,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전달하고 강력한 통합력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동시대의 이슈와 문제의식을 담은 표어를 매달고 행진한다. 기후변화, 전쟁, 성평등, 난민과 이민자 인권 보호 등 인간의 다양한 권리를 외치는 집단 구성원의 행진은 그야말로 축제의 꽃이다. 자신들의 다양한 슬로건을 앞세우고 춤추며 걷는다. 어린이의 존재도 더욱 특별하다. 도시의 유치원의 어린이들이 귀여운 동물이며, 자신들이 선택한 다양한 카니발 의상을 입고 사탕 바구니를 들고 행진한다. 스포츠 동호회 아이들은 체조를 보여주고, 음악 학교 아이들은 트럼펫도 불고 북을 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행사의 주인공이자, 관람객이다. 어른들은 알록달록하게 꾸민 수레와 유모차를 힘껏 밀며 함께 동반자가 되어준다. 




<사진 1 : 쾰른의 Zülpich 지구가 안전으로 인해 폐쇄되었음을 알리는 표지판>

출처 : https://www.tonight.de/



카니발에서는 “Sicherheitskonzept”, 즉 ‘안전 개념’ 으로 번역되는 안전 규율에 대한 내용이 공식적으로 배포된다. 안전을 제일 중요시 하는 공동의 당연한 기준 아래 도시는 움직인다. 도로 폐쇄, 알코올 금지, 대중교통 시간표 변경, 유리 사용 금지 등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의 기준은 안전 제일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불평하지 않고 당연히 받아 들인다. 빽빽하게 사람들이 모인 장소와는 반대로 접근 금지가 되어 있는 장소라든지 골목은 휑하다. 또 모든 축제나 행사, 또 크고 작은 민주 집회든지 그 앞을 이끌고, 뒤를 지키는 것이 있다. 경찰차가 앞장서고 축제 행렬의 마지막은 소방차가 따른다. 또 골목마다 응급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권리를 보장하는 현장이다. 


독일에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안전을 책임지는 하나의 공권력이 시민들과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장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우리의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모습이 사실 처음에는 낯설었다. 하지만 자녀를 독일의 공교육 과정을 통해 양육하는 중에 체감하는 안전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은 일상 속에 깊이 뿌리 박혀 있는 시민 의식의 한 갈래였다. 유치원생의 경찰서와 소방서 견학은 물론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생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길을 건너는 법, 기차를 안전하게 오르고 내리는 법, 새로운 장소를 가거나 수업을 앞두고 지시 사항을 꽤 오랜 시간을 할애해 먼저 배우는 일, 크고 무겁게 디자인된 어린이들의 학교 책가방과 거기에 붙어있는 야광 색 배지들이 일상 속 안전의 개념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얼마나 안전한 곳에 살고 있는가? 지킬 수 있었다고 후회하는 수많은 사고 이후에 항상 되돌아오는 질문이다. 상실된 안전으로 깊은 후회와 아픔을 되풀이하는 것 대신, 안전에 대한 뿌리 깊은 믿음을 처음부터 갖는 것, 사회와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고, 존중해야 할 태도이다. 삶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생명의 울타리. 누구나 가져야 할 인권의 하나, 우리에게는 안전할 권리가 있다. 당연한 안전 속에 우리들의 미래가 제대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 사진 2: 독일 도시 Eschborn 에서 카니발 행사 (Rosenmontag, Fasching). 퍼레이드 행렬을 앞에서 경찰차가 이끌며 축제는 시작된다. >






박소진 (시인, 글쓰기 교사) 매일경제 우버칼럼니스트 

《어린이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교육-학교-가정-교사-자연-지역사회 등 아이들을 둘러싼 독일의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시인의 눈으로 따뜻하게 전합니다.



<어린이와 환경 4>파티와 경찰차, 당연한 안전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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