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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기억 속에서 만들어졌는가?

by 김정락


우리는 왜 어떤 기억은 쉽게 잊히고, 어떤 기억은 평생 가슴 깊이 남아 있을까?

기억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형성하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힘이다.


수많은 경험이 스쳐 지나가는 삶 속에서, 기억은 일종의 선택과도 같다.

우리는 마치 해변에서 수많은 조약돌 중 특별히 빛나는 돌만 골라 손에 쥐듯,

경험이라는 모래밭 속에서 유독 또렷하게 반짝이는 장면들만을 마음에 담는다.

이 선택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본능적인 생존 전략처럼 느껴진다.

기억은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를 선별하고 저장하며, 나라는 존재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기억은 서로 상반된 두 가지 힘에 의해 만들어진다.

한편으로는, 뇌가 생물학적 효율성을 위해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끊임없이 걸러낸다.

다른 한편으로는, 감정과 의미 부여의 본능이 어떤 장면에 특별한 색을 입혀 쉽게 잊히지 않는 ‘나만의 이야기’로 굳혀버린다.

이 두 힘 사이의 긴장 속에서,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새롭게 구성되고 해석되는 살아 있는 존재처럼 작용한다.

그 과정을 통해 기억은 현재의 나를 지속적으로 재창조해나간다.


기억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를 해석하게 만든다.

과거에 머물게 하면서도, 동시에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역설적인 힘을 지녔다.

어제의 실수는 오늘의 조심성을 낳고, 그 조심성은 때때로 내일의 도전을 망설이게 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외로움은 오늘의 공감 능력으로 이어졌고, 그 공감은 미래에 더 깊은 관계와 의미를 만들어낼 가능성의 씨앗이 된다. 기억은 정지된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선과 감정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화한다.

이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다시 살고, 오늘의 나를 새롭게 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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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흐르는 강물 위에 비친 그림자와 같다.

강물은 멈추지 않고 흐르지만, 그 표면에 비친 모습은 빛의 각도와 바라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다.


우리의 기억도 이와 같다. 그것은 과거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관점 속에서 다시 그려지는 반사된 풍경이다.

기억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시간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을 더 깊이 있게 살아갈 단서를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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